[In Campus] 도록을 넘어 모두에게 읽히는 ‘도서관 한 권’ - 고대신문(20.09.20)
도록을 넘어 모두에게 읽히는 ‘도서관 한 권’
본교 도서관 귀중서 도록 '카이로스의 서고'
개관 83년 만에 첫 도록 발간
국보 및 보물급 귀중서 담겨
책·건물·사람 모두 담아
완벽한 사진 위해 재인쇄 감행
<카이로스의 서고> 표지
<카이로스의 서고>는 본교 중앙도서관(관장=석영중 교수)이 1937년 개관 이후 처음으로 발간한 귀중서 도록이다. ‘카이로스’는 그리스어로 ‘의미로 가득 찬 시간’을 뜻한다. 본교 중앙도서관은 국내 사학 최대 규모인 300만 종의 책과 저널, 기타 학술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에는 국보 291호로 전 세계 유일본인 <용감수경>을 비롯해 보물 9점, 서울시 지정문화재 3점 등 1만여 권의 귀중서가 포함돼 있다. 중앙도서관은 그 중 50점을 엄선해 도록에 담았다.
근역서휘총고와 이를 관리하는 사서의 모습. 도서관을 이루는 사람의 중요성을 담았다.
<카이로스의 서고>에는 국보 291호 <용감수경>과 <해동팔도봉화산악지>, <홍무정운역훈>, <중용주자혹문>, <용비어천가>와 같은 보물급 고서, 대중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가치가 높은 유일본과 회화 자료들이 담겨있다.
중앙도서관은 전형적인 도록이 아닌 ‘읽히는 도록’을 발간하는 데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홍선표 학술정보서비스부 부장은 “국내에 나온 도록들은 대부분 학술적인 해제가 장황한 편”이라며 “결국 소수의 학자만이 이를 향유하게 된다”고 했다. <카이로스의 서고>는 중요한 설명만 짧게 들어 사진 위주로 고서 자체를 감상하게 만들어져 일반인도 쉽게 읽을 수 있다. 도록에 영문 설명이 병기된 점 역시 차별점이다. 홍선표 부장은 “우리나라에서 발간된 도록 중 영문이 병기된 책이 거의 없다”며 “영어번역과정이 굉장히 어려웠지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영문 설명을 병기했다”고 말했다.
<카이로스의 서고>에는 고서뿐만 아니라 도서관 서고와 사서의 모습도 담겨있다. 홍선표 부장은 “고서에만 집중하는 일반적인 도록과 달리, 사람과 건물, 책이 하나로 이뤄진 도서관 전체를 다룬 책”이라고 밝혔다. 석영중 도서관장은 “도서관이라는 물리적인 공간과 그것을 이루는 사람의 중요성을 책에 담으려 했다”고 덧붙였다.
해동팔도봉화산악지도. 도록 제작 당시 복원작업 중이라 고서보존업체를 직접 찾아 촬영했다.
석영중 도서관장은 <카이로스의 서고>에 담긴 가장 뜻깊은 고서로 ‘해동팔도봉화산악지도’을 꼽았다. 보물 제1533호인 해동팔도봉화산악지도는 17세기 후반에 제작된 조선의 봉수대를 그린 군사목적 지도다. 문화재 자체의 가치로도 의미가 깊지만, 출장까지 가서 사진을 찍는 우여곡절도 있었다. 도록 제작 당시, 해동팔도봉화산악지도는 문화재청의 국고지원을 받아 보존처리 중에 있었다. 결국, 도서관장과 사진작가가 모두 경기도 여주에 있는 고서보존업체를 직접 찾아가 작업 중인 지도를 촬영해야 했다.
마무리 단계인 인쇄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초벌 인쇄에서 색도가 잘못돼 처음부터 전부 인쇄를 다시 해야 했다. 재인쇄 과정에서는 출판문화원 교직원이 17시간 동안 인쇄소에서 인쇄본을 하나하나 점검했다. 석영중 도서관장은 “이 외에도 사진작가와 디자이너가 교체되는 등 책으로서는 많은 수난을 겪으며 나온 책”이라며 “문화재를 기록한 증거의 의미를 넘어 책 자체의 가치가 독자에게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카이로스의 서고>는 245페이지 분량으로 정가 9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중앙도서관은 코로나 상황이 진정된 이후, 일반 학생들에게 도서관의 귀중서고를 개방해 귀중서 실물 공개를 진행할 계획이다.
글┃이정우 기자 vanilla@
사진┃양태은·이다연 기자 press@
출처 : 고대신문(http://www.kunew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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