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Campus] 도서관 속 숨겨진 선조의 지혜를 발견하다 (고대신문, 2021.05.24)
- 김민영·김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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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중앙도서관 속에 숨겨진 특별한 공간을 소개한다. 서울대 규장각(奎章閣) 다음으로 많은 한적을 보유한 ‘비밀의 방’, 한적실(漢籍室)이다.
‘한문으로 쓴 책을 보관하는 곳’을 의미하는 한적실은 1937년 보성전문학교 시절, 개교 30주년을 기념해 개관했다. 초기에 지어진 서가의 모습을 지키면서 추가로 기부된 서고를 보관하기 위해 1960년대 증축 공사를 거쳤다.
한적실은 국보 291호로 지정된 <용감수경((龍龕手鏡)>, <삼국유사(三國遺事)>와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를 비롯한 보물 9점 등 12만여 권의 고서를 보관 중이다. 이 고서들은 단단한 겉표지 역할을 하는 ‘포갑’에 쌓여 있다.
한적실의 고서 분류법은 일반 도서관과는 다르게 동양의 전통적 분류 체계, 경사자집(經史子集)을 따른다. 서고마다 표시되어있는 알파벳 A, B, C, D는 각각 경(經), 사(史), 자(子), 집(集)을 뜻하며, 기증서의 경우 앞에 기증인의 호가 함께 적혀있다.
역사가 살아있는 항온항습의 ‘귀중서고’
한적실 가장 안쪽의 두껍고 단단한 문을 열고 들어가면, 열을 맞춰 정리된 귀중서들이 수없이 정렬된 ‘귀중서고’가 맞이한다. 임진왜란 이전에 기록됐거나 유명인과 관련된 서적, 또는 유일본이 이곳에 보관돼 있다. 귀중서고는 ‘항온항습 서고’라고도 불리며, 온도 25℃와 습도 45%를 항시 유지한다. 서적들은 귀중서로 지정된 순번에 따라 나열돼있다. 이곳의 모든 서적은 눕혀진 채로 놓여있다. 예로부터 선조들은 서적을 가로로 눕혀 보관했다. 책에 가해지는 부담을 최소화해 책의 수명을 늘리는 선조들의 지혜가 엿보인다. 이때 책을 알아보기 쉽게 제목을 밑면에 따로 표시했다.
고서에 다시 숨결을 불어 넣다
대학원 중앙도서관 3층 복도 끝, 고전적 보존처리실에서 보존처리가 박상호 씨가 묵묵히 고서 복원 작업을 진행했다. 고서에 잃어버린 생기를 다시 불어넣는 박상호 씨의 손짓은 물 흐르는 듯 부드러우면서도 정확했다.
고서 복원은 총 여섯 단계를 거쳐 이뤄진다. 첫 번째 점검 단계에서는 복원 처리 전, 원 자료의 상태를 촬영하고 물리적 훼손 여부, 표지 및 매수 등을 확인한다. 두 번째, 책사(冊絲)를 절단해 점검 카드에 최종 면 수를 기재하는 해책(解冊) 단계를 거친다. 세 번째, 습식 혹은 건식세척을 진행한다. 이후 책 사이사이 흡습지를 끼워 쌓아둔다. 네 번째, 훼손된 부분에 보충지를 대서 보강하고 배접지와 접착된 책지를 말림판에 부착하는 배접 작업을 진행한다. 다섯 번째, 24시간 동안 건조돼 팽팽해진 책지는 헤라를 이용해 한 장씩 떼어진다. 마지막으로 배접 상태를 확인하고 책장을 순서대로 정돈한 후, 누름판으로 안정시켜 둔 책을 재단하여 작업을 마무리한다.
이렇게 완성된 고서는 포갑에 쌓여 한적실 한 켠에 보관된다.
김민영·김소현 기자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