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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 소장 가치보다 사회적 가치, 책으로 전한 지혜의 나눔 -고대투데이(19.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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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0-03-30 09:41
조회
2358

책으로 전하는 기부
소장 가치보다 사회적 가치, 책으로 전한 지혜의 나눔
만송문고와 보들레르 관련 희귀서적

 

▲생전에 만송 선생이 자랑스럽게 여겼다는 여말선초의 <서수낙원도 칠폭병>

유명한 고려 불화의 대부분이 임진왜란시에 일본으로 유출되어 이런 세밀화는 국내에 흔치 않다.

고려대를 향한 기부자들의 나누는 마음에는 제한과 한계가 없었다. 아버지가 남긴 고서, 운동선수의 사기를 북돋워 주는 운동복과 안전을 생각한 마우스가드, 인조 잔디, 평생 모은 재산으로 마련한 단독주택에 이르기까지. 고대에 기꺼이 내놓은 현물은 천차만별이었지만 사랑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만은 같았다. 눈앞의 이익보다 누군가를 배려하고 사랑을 나누는 일에 앞장선 기부자가 있었기에 고대의 문화는 더 깊어졌고, 수혜자들의 마음은 풍요로워졌다.

 

1975년 시작된 문화재 기증 만송문고, 만송장학금 조성

고려대 대학원 도서관 내에 위치한 한적실은 국내 대학 중 최고의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한적실 내에서도 최고 규모는 바로 만송문고다. 故 만송 김완섭 선생이 평생 수집한 고서 1만 9,071권(선장본)을 1975년 작고한 그해 아들인 김재철 변호사가 고려대에 기증하면서 조성되었다.

▲추사 김정희의 <어초헌  편액>

이들의 기증은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만송 김완섭 선생은 일본 메이지대학 법학과를 졸업한 후 50여 년간 법조계에서 활동했다. 그는 모은 돈을 일본으로 반출 위기에 처한 고서들을 매입하는 데 사용했다. 그리고 모교에 출강하며 맺은 인연을 바탕으로 1975년, 모교에 이를 기증하기로 했다. 그러나 같은 해 만송 선생이 별세하자 아들인 김재철 변호사가 그 유지를 이어 고서 1만 9,071권을 모교에 기증했다. 

 

만송문고의 책들은 문헌학적 가치도 매우 높다. 그 중 <동인지문사륙> 7권과 <용비어천가> 초간본 2권은 김 변호사의 기증 이후 본교 도서관의 노력으로 각각 1981년 보물 제710호, 2009년 보물 제1463호로 지정됐다. 또한, 2016년 김재철 변호사의 딸 김주현 씨는 기증식을 통해 추사 김정희의 ‘제유본육폭병’을 비롯한 고서화 334점과 현대미술품·공예품 200여 점 등 평가액 총 9억 원 상당을 고려대에 기증했다.

김재철 변호사는 2013년 12월 고려대 한적실의 만송문고에 들러 아버지의 지난날을 회고했다.

“아버지께서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일본인의 손에 넘어갈 뻔한 중요 고서들을 수집하며 문화재의 국외 반출을 막는 일에 기여하셨습니다. 당시 돈으로 200원에 나온 가치가 큰 고서를 수집할 여력이 없으셔서 간송 등 주변 분들에게 연락해 국외 반출을 막았고, 도자기 등의 비고서 종류는 간송 선생 등에게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만송문고를 둘러볼 때마다 아버지의 체취와 정신이 느껴져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선친이 평생에 걸쳐 모은 고서를 흔쾌히 기증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김재철 변호사는 최적의 환경과 최첨단 시설을 통해 고서를 관리하는 고대의 시스템에 대한 믿음이 컸다며, 자택의 서가도 고려대의 시스템을 참고했을 정도라고 했다. 만송문고 외에도 1976년에는 김완섭 선생의 뜻을 기려 5,000만 원의 재원으로 만송장학기금을 설립하고 1977년부터 현재까지도 법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故 강성욱 명예교수, 샤를 보들레르 『악의 꽃』 초판본 기증

만송문고 외에도 특별한 도서 기부의 사례가 있다. 2005년 타계한 고(故) 강성욱 불문과 교수가 샤를 보들레르의 시집 ‘악의 꽃’ 초판본을 고려대 도서관에 기증한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희소가치가 높은 자료인 ‘악의 꽃(Les Fleurs du mal)’은 프랑스 시인 샤를 보들레르의 유일한 시집이다. ‘악의 꽃’은 1857년 처음 출간됐지만, 동성애 등을 다뤄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재판을 받아야 했다. 이후 보들레르는 시 6편을 삭제하고 ‘악의 꽃’을 재출간할 수 있었다. 보들레르 사후 새로운 판본이 나오기도 했지만, 학계에서는 재출간된 출판본을 정본으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성욱 교수는 이 초판본을 1974년 프랑스에서 구입했다. 강성욱 교수는 초판본을 귀하게 여겨 해외도서전시회 개최를 위해 ‘악의 꽃’ 초판본 반출을 요구하는 일본 불문학자들의 요구도 거절했다고 한다.

▲故강성욱 명예교수가 기증한 샤를 보들레르 '악의 꽃' 초판본

초판본은 강성욱 교수의 제자인 고(故) 황현산 교수가 보관해오다 지난 3월 고려대 도서관에 전달했다. 강성욱 교수는 ‘악의 꽃’ 외에도 불문학 관련 장서 1만 8000여 권을 고려대 도서관에 기증했고 불어불문학과측은 ‘강성욱교수장서목록 간행위원회’를 꾸려 7년간 목록 정리를 했다. 이후 고려대 출판부에서 716쪽 분량의 『강성욱교수장서목록』을 펴내기도 했다.
김완섭 선생의 만송문고와 강성욱 교수의 ‘보들레르 특수 컬렉션’ 등 고서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보다 후학들에게 학문의 등불이 되어주고자 했던 기부자들의 정신에 있다. ‘아름다운 향기는 백 세에 흐른다(遺芳百世)’는 말처럼 책의 향기가 고대인들의 가슴에 영원히 남게 되길 바라본다.

 

소장 가치보다 사회적 가치, 책으로 전한 지혜의 나눔 -고대투데이(19.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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