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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파리 : 박종규 장편소설

자료유형
단행본
개인저자
박종규, 朴鐘圭
서명 / 저자사항
굿바이 파리 : 박종규 장편소설 / 박종규
발행사항
서울 :   폴리곤커뮤니케이션즈,   2023  
형태사항
404 p. ; 20 cm
ISBN
9788995480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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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정보

No. 소장처 청구기호 등록번호 도서상태 반납예정일 예약 서비스
No. 1 소장처 중앙도서관/제3자료실(4층)/ 청구기호 897.36 박종규 굿 등록번호 111878653 도서상태 대출가능 반납예정일 예약 서비스 B M

컨텐츠정보

책소개

일제가 물러가면 민족이 한데 어울려 살아갈 줄 알았다. 그러나 남쪽은 미군의 총을, 북쪽은 소련의 총을 들고 대리전쟁을 치렀다. 또 패전국 일본은 그대로인데 우리만 남북으로 갈라져 이념 갈등을 벌이게 되었다. 그 시기에 우리 지성들이 겪은 삶의 폐허에서 소설 ‘굿바이 파리’는 출발한다.

‘나는 북한 공작원이었다’라는 표제로 주요 월간지들이 보도했던 천재 예술가의 행로를 그린 소설이다. 지금은 잊혀가는 동백림사건에서 무고한 파리 예술인, 교포를 석방하게 한 파리 유학생들이 있었다. 군부와 맞서야 했던 그들은 평양 이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다. 소설은 파리 유학생들의 그 뒤 행적을 좇고 있다. 평양에 들어가 세뇌교육을 받고 그림자 없는 삶을 살아야 했던 유학생들은 철책 너머 ‘아이 어른’이 되어 소설적 허구의 그릇에 갈래 진 이념의 실체를 담아 나간다.

그들 중에는 북핵 개발에 참여했으나 의문의 죽임을 당한 학자도 있었다. 동경에서 서울로, 파리로, 동백림에서 평양으로,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에콰도르에서 미국으로, 캐나다 쾌백에서 다시 서울로! 그림자 없는 삶을 살아야 했던 예술가의 행로는 실화에 바탕을 둔 소설답게 역사적 사실의 현실감이 살아 있는 역사 추리소설이다.

예술을 향한 애로스적 사랑!
‘파리’는 그의 영혼이었다

“나를 천재 예술가라 부르지 마라, 나는 북한 공작원이었다.”
잊혀가는 역사 속 군부와 맞섰던 파리 유학생들의 행로를 추적한다

잊혀가는 역사, 동백림사건 때 군부와 맞섰던 파리 유학생들의 행로는 어디였을까?

일제가 물러가면 민족이 한데 어울려 살아갈 줄 알았다. 그러나 남쪽은 미군의 총을, 북쪽은 소련의 총을 들고 대리전쟁을 치렀다. 또 패전국 일본은 그대로인데 우리만 남북으로 갈라져 이념 갈등을 벌이게 되었다. 그 시기에 우리 지성들이 겪은 삶의 폐허에서 소설 ‘굿바이 파리’는 출발한다.
‘나는 북한 공작원이었다’라는 표제로 주요 월간지들이 보도했던 천재 예술가의 행로를 그린 소설이다. 지금은 잊혀가는 동백림사건에서 무고한 파리 예술인, 교포를 석방하게 한 파리 유학생들이 있었다. 군부와 맞서야 했던 그들은 평양 이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다. 소설은 파리 유학생들의 그 뒤 행적을 좇고 있다. 평양에 들어가 세뇌교육을 받고 그림자 없는 삶을 살아야 했던 유학생들은 철책 너머 ‘아이 어른’이 되어 소설적 허구의 그릇에 갈래 진 이념의 실체를 담아 나간다. 그들 중에는 북핵 개발에 참여했으나 의문의 죽임을 당한 학자도 있었다. 동경에서 서울로, 파리로, 동백림에서 평양으로,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에콰도르에서 미국으로, 캐나다 쾌백에서 다시 서울로! 그림자 없는 삶을 살아야 했던 예술가의 행로는 실화에 바탕을 둔 소설답게 역사적 사실의 현실감이 살아 있는 역사 추리소설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스토리움은 “짜임새 있는 구성과 당대의 상황을 묘사하기 위해 기울인 부분들이 눈에 띄는 작품이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스토리의 대중성과 경쟁력을 확보한 작품”으로 이 작품을 추천작으로 선정하였다.

문학평론가 이덕화 교수는 “한 인간의 예술과 가족을 위한 곡ㅈ니한 여정이 유려한 문체로 펼쳐진다, 남북한 이에올로기가 위정자의 체제유지용, 인간 도구화의 전용으로 전 세계에 파문을 일으킨 동백림 사건이 배경이다. 이 사건이 남북, 유럽, 남미 등 시공간을 넘나들며 한 인간의 삶과 세계에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보여준다. 프랑스 파리에서 천재성을 발휘했으나 예술과 가족에 대한 열망을 송두리째 빼앗긴 젊은 예술가의 처절한 서사는 바로 우리 민족의 비극적 서사이기도 하다.”라고 평하였다.

소설가 서울대 우한용 박사는 “소설가는 역사를 다시 쓰는 책무를 지닌다. 정사에게 기록하지 않거나 기록하지 못한 부분을 작가는 허구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구체적으로 기술한다. <굿바이 파리>에서 작가는 ‘동백림사건’의 가능태를 소설로 형상화해놓았다. 이 소설은 ‘역사 추리소설’이다. 흥미와 함께 독자를 역사와 삶에 대한 성찰로 이끌어간다. 독자는 이 작품을 통하여 동시대 역사에 참여한다. 독자는 작가를 따라 ‘동백림사건’을 동시대 역사로 인식하게 된다. 또한 역사 주체로서 자신의 자리를 성찰하고, 역사의 주인공으로 자신의 인식 지평을 확대하는 고양감을 맛보게 될 것이다. 이것이 이 소설의 주제 가치이다.”라고 발문에 썼다.

- 소설의 자율성과 소설의 주제가치
우한용 /禹漢鎔, 소설가,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소설가 박종규의 장편소설 『굿바이 파리』 를 원고 상태로 읽었다. 장편소설을 이렇게 몰두해서 읽은 것은 오랜만에 맛보는 소설독서의 묘미였다. 역사와 허구적 상상력이 녹아들어 빚어진 소설이다. 소설의 허구성과 사실성을 가능성 측면에서 생각하던 나로서는 반가움이 앞섰다. 박종규의 소설을 읽는 일은 나 자신의 소설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기도 한다.
이 글을 읽을 독자에게 부탁이 있다. 이 글을 읽기 전에 소설 『굿바이 파리』 를 먼저 읽어 달라는 간절한 당부다. 소설의 예술적 자율성 때문이다. 소설은 예술성까지는 몰라도 어느 정도 ‘자율성’을 지닌 언어작품이다. 자율성은 소설의 생명력이다. 소설은 몸으로 쓴 작품이다. 소설의 독서 또한 작품과 몸으로 대결하는 과정이다. 몸으로 대결한다는 것은 구체적인 교감, 혼신의 투구를 뜻한다. 설렁설렁 페이지 훌훌 넘기면서 읽은 소설은 읽었다는 기억 말고는 남는 게 없다.
아무튼 작품을 소문 가운데 두는 것은 게으름 탓이다. 해설, 평설, 비평 따위는 소설 본문에 대한 소문이다. 사랑에 대한 이론은 사랑을 소문 가운데 몰아넣는다. 진짜 사랑은 몸으로 부딪쳐야 한다. 소설에 대한 사랑은 소설을 몸으로 읽는 데서 출발한다. 『굿바이 파리』 는 작품을 몸으로 읽는 독자에게 후회를 안기지 않을 것이다. (내 말을 알아듣는 독자는 여기까지만 읽고 곧장 작품으로 다가가길 바란다.)

박종규의 『굿바이 파리』 는 작가가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듯이 ‘팩션’이다. 팩션이란 실제 사실 혹은 역사를 뼈대로 해서 허구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텍스트의 완결성을 추구한 소설이다. 이런 큰 원칙으로 본다면 모든 역사소설은 팩션이다. 이 소설은 역사소설이면서 허구성이 두드러진다. 역사와 허구성은 그 관계가 불편하다. 역사는 사실과 해석의 결과물이다. ‘사육신’이란 팩트를 규정하기는 매우 어렵다. 해석의 변화에 따라 팩트 자체가 변화를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양대군이 조카 단종을 귀양보내고 자신이 왕좌에 올랐다. 신하들이 잘못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권력을 잡은 세조는 그들을 잡아다가 목을 잘랐다. 세조가 왕이 되어 얼마간 시간이 지나고 생각해 보니 국가의 왕통을 위해 옳은 이야기를 한 신하들이었다. 그래서 그들을 죄에서 풀어준다. 역모 죄인이 충신으로 전환되는 장면이다. 이런 사태를 두고 무엇을 팩트라고 할 것인가? 실제 있었던 일은 조선의 신하 여섯이 처형되었다는 것뿐이다. 역사소설을 이야기할 때 사실로 다루어야 하는 것은 거기까지이다. 그러니까 해석을 입지 않은 ‘사실事實’이라야 역사소설에서 다룰 수 있는 ‘사실史實’이다. 이 사실은 소설가가 발명할 수 없는 영역이다. 소설가는 이러한 사실에다가 허구적 상상을 동원하여 사실의 의미를 풍부하게 한다.
박종규의 『굿바이 파리』 에서 다루고 있는 사실은 ‘동백림사건’이다. 이는 1967년 7월, 중앙정보부에서 발표한 간첩단 사건을 말한다. 당시 중정의 주장에 따르면 한국에서 독일, 프랑스로 건너간 194명의 유학생과 교민 등이 동베를린의 북한대사관에 드나들고, 평양에 가서 간첩 교육을 받으며 대남 적화 활동을 했다는 것이다. 중정은 간첩으로 지목한 교민과 유학생을 서독에서 납치해 한국으로 강제 소환하여 입건하고 재판에 회부했다. 이 사건에 여러 가지로 연루되었던 인사 가운데 작곡가 윤이상, 화가 이응노, 시인 천상병 등을 독자들은 기억할 것이다. 기억하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포함된 현실, 사건, 사태에 관심을 가지게 마련이다. 내가 겪었던 일, 그것은 내 삶의 내용이다. 그런 일들은 삶의 방향을 틀어놓기도 한다. 그 방향이 뒤틀렸을 때, 한 인간의 삶은 왜곡되고 무의미하게 끝장이 나기도 한다. 역사가들은 이러한 사건에서 주역을 찾는다. 소설가는 그 사건에 연루되었으나 표면에 드러나지 않은 이면을 추구한다. 『굿바이 파리』 는 말하자면 동백림사건의 허구적 재구성물이다.
동백림사건이 있을 당시 프랑스 파리에 유학하던 젊은이가 있었다. 한국으로 가면 어떤 처벌을 받을지 알기 때문에 북한을 택해 가게 된다. 북에서 결혼하고 아들 둘을 두기도 한다. 그리고 북한에서 김일성에게 고려청자를 재현해서 선물함으로써 예술적 의지를 발휘하기도 한다. 이후 남미에 공작원이 되어 파견되어 공작 활동을 하게 된다. 공작 활동을 하는 중에 파리 시절에 만났던 인사와 다시 접촉하게 된다. 복잡한 국제관계 속에서 북한을 드나들며 활동하다가 남한으로 강제로 송환된다. 의도된 위장 송환이다. 생애의 많은 부분을 정리하면서도 전향선언은 끝내 거부한다. 비전향 장기수로 방면된 주인공은 남한에서 도자기 사업을 하면서, 평생 소원이었던 예술 활동(도예)에 몰두한다.
위처럼 요약될 수 있는 생애는 몇 가지 화두를 불러낸다. 첫째, 소설 양식의 문제이다. 이 소설은 성격이 다양하다. 동백림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역사소설이다. 주인공에 대한 추적과 도피를 바탕으로 사건이 전개된다는 점에서는 추리소설이다. 양식론적 명칭을 부여하자면 '역사추리소설 historical detective novel'이라 할 수 있다. 역사의 추적은 기본적으로 추리적 성격을 지닌다. 이러한 양식은 이중적 의미를 지닌다. 하나는 역사적 사건의 전말을 밝힌다는 것. 그것은 인간의 호기심을 촉발하고 충족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서사 욕망의 본질에 닿아 있다. 또한 추리는 ‘진실’을 찾아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북한 체제를 선택했을 때, 그 결과에 대한 독자의 호기심은 역사적 평가와 연관된다. 지속되는 고난 가운데도 인간적 위의를 잃지 않는 주인공의 삶에 공감하는 것은 역사적 통념을 넘어선다. 소설 양식의 이러한 의미 연관은 독자 자신이 소설에 전개되는 맥락 가운데 있다는 실감을 불러온다. 내가 이 시대 역사의 주인이라는 역사 감각을 환기한다. ‘동백림사건’은 필자가 대학에 입학하기 바로 전 해에 벌어진 일이었다. 거기 연관되었던 인사들 가운데는 아직 살아 있는 이도 있고, 유명을 달리한 분도 있다. 살아 있다면 내 나이 늙은이가 되었을 거라는 생각, 내가 그 사건에 연관되었다면, 나는 어디서 무얼 하며 살고 있을까 하는 자성을 촉구한다. 나의 자손에 해당하는 세대에서는 그들 부모들 이야기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부모가 현대사의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환기함직하다. 이는 독자가 소설에 부여하는 의미이다.
작가는 북한 인사는 실명을 썼고, 남한 인사로 추정되는 인물은 가명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굿바이 파리』 주인공은 철학자와 예술가의 성격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유럽과 한국과 북한을 오가면서 전개하는 인간과 역사, 정치, 체제 등에 대한 사유는 일상인이 철학에 다가가는 모습이다. ‘동백림사건’에 직접 관여했던 역사적 인물을 상정한다면, 나의 경우 헤겔 철학을 전공한 ‘임석진’ 박사를 떠올리게 된다. 예술가로서는 이응노를 거명하게 되기도 한다. 고국에 돌아오지 않고 아예 프랑스에 귀화한 박병선 여사를 하나의 모델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소설과 역사를 동시에 대면하게 된다.
소설 읽기에서 호기심이 먼저고 의미는 뒤에 온다. 현상이 먼저고 해석은 뒤따른다. 이 소설은 재미가 있어서 잡념 없이 읽게 된다. 남북한을 동시에 체험한 인물의 이야기... 남한에 살면서 북한을 샅샅이 알기는 쉽지 않다. 탈북민들 이야기를 통해 북한을 아는 정도이다. 그런 제한된 경험을 이 소설은 보완해준다. 어떤 인물의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체험하게 하는 데는 작중인물이 걸은 길과 그가 경험한 풍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인공의 행적을 따라 독자들은 파리, 베를린, 북한, 남미 등으로 동선을 옮겨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루어진 삶을 풍경으로 수용한다. 그 풍경 가운데 하나가 ‘파리’이다.
이 소설의 제목 『굿바이 파리』 는 의미가 다중적이다. 파리라는 장소 혹은 공간을 떠나는 것임과 동시에, 예술과의 결별을 환기한다. 파리는 정신적 자유로움과 예술적 이상향을 떠올리게 한다. 정신적 자유로움은 체제 지향적 인간으로서는 사회적 연관을 짙게 지닌다. 사회구조의 자유로움 여부가 개인의 정신적 자유로움과 연관된다. 독재국가 혹은 전제적 사회에서 개인의 자유로움을 보장받을 가망성은 거의 없다. 국가 조직이 또는 이념적 체제가 개인을 규율하기 때문이다. 예술은 시대를 방영한다는 큰 전제에 거부감을 표할 이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시대와 연관 없이 이루어지는 예술가들의 예술 활동도 있는 법이다. 그런 점에서 『굿바이 파리』 에서 작중인물의 공작 활동과 달리 예술 활동을 펼치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작중인물은 건축이 전문이다. 한편 도자기를 만드는 작업으로 예술 활동을 펼친다. 그가 북에 가서, 김일성에게 고려청자를 재현해서 선물하는 일은 소설적 이념과 연관되는 사항으로 보인다. 소설은 그것이 의미해석의 언어예술이라고 해도 예술의 영역에 드는 한 ‘예술적 자율성’을 지니게 마련이다. 예술적 자율성은 ‘소설적 자유’라 해도 좋을 것이다. 세상사는 무질서하고 규율이 없어도 소설에서는 어느 정도 규율이 잡혀야 하고, 질서를 갖추어야 한다. 소설에서 인과성을 중시하는 까닭도 여기 있다.
예술로서의 도자기는 독자성을 지닌다. 도자기의 예술적 독자성이란 초역사적 독자성 suprahistorical uniqueness으로 명명된다. 초역사적인 독자성은 형식과 내용의 통합에서 가능해진다. ‘달항아리’는 이념이나 역사 등과는 아무 연관이 없다. 항아리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가는 항아리를 평가하는 고려사항이 될 수 없다. ‘고려청자’의 경우 작가가 작품에서 써 놓은 대로 비취색翡翠色, 줄여서 ‘비색’이라 하는 색과 형태 말고는 다른 평가 기준이 없다. 그런 지향을 지닌 인간에게 이데올로기나 체제 같은 것은 한갓 허상에 불과할 수도 있다. 도자기의 완성을 위해 몸을 불가마에 던지는 무작정의 헌신과 열정, 이는 예술에 대한 본원적 열정이나 다름없다.
소설은 완결성 혹은 자율성을 지향하지만, 그 자율성이 완벽할수록 소설의 실감 혹은 리얼리티는 손상되기 십상이다. 소설은 역사와 얽혀 있기 때문이다. 역사는 늘 미완으로 남아 있다. 미완이란 숨겨진 부분이 있어서, 전모를 드러내 보여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작가가 지향하는 이야기의 완결성과 인간세계 혹은 생애의 미 완결성은 놀 모순에 처하게 된다. 장편소설의 전체성 지향과 리얼리티가 늘 상합하지 않는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예술은 늘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성격을 지닌다.
세계는 복합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복합성을 무시하고 우리는 세계를 평평하게 그리고 그렇게 인식하는 버릇이 있다. 평평한 세계에 내적으로 형성되는 ‘주름’을 보아내는 것이 소설가의 일이다. 이는 독자의 일이기도 하다. 독재체제의 표상으로 부각되는 ‘북한’에서도 인정은 통용되고 사랑과 헌신은 의미 있는 가치로 살아 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역사에서는 그런 복합성이 소거된 채, 단일화된다. 인간적 가치는 일원적으로 세계에 대응하지 않는다. 예술과 이념은 각각 자율성을 지니는 의미체계이다. 둘 사이의 관계가 복합적 변용이 이루어진다는 점도 이에 연유하는 것일 터.
남북 분단이 현재적이라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끝나지 않은 역사 단위이기 때문이다. 『굿바이 파리』 에서 주인공이 일본, 프랑스, 북한, 남미 등을 거쳐 한국에 정착하는 구조로 되어 있는 것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는 소설의 인물이 영웅적 속성을 지닌다는 점과 연관되는 사항이다. 물론 <굿바이 파리>의 주인공을 영웅이라 하기는 망설여지는 점이 여럿이다. 일반적으로 작가는 자신이 그리고 있는 인물을 영웅으로 설정하기를 망설인다. 현실에 흔들리고 상처받는 인물로 그리는 것이 작가의 책무이다. 유학의 계기, 건축을 공부하는 과정, 북으로 갈 수밖에 없는 정황, 남한에서 취조 받으면서 보여주는 태도 등에는 많은 망설임이 동반된다. 그러나 한국에 정착해서 도요를 운영하는 그의 마지막 생애는 누가 보아도 ‘성공한 인간상’으로 보게 될 듯하다. 이는 주인공을 ‘천재’로 상정한 결과이기도 하다.
작중인물의 영웅성과 연관되는 점들 때문에 이 소설은 주제 양식 thematic mode의 특징을 이따금 드러낸다. 더구나 전향하지 않고 군부에 맞서는 성격을 구현하는 데는 이런 장치가 필요했을 터이다. 소설에 도입되는 주제 양식적 특성은 작가의 직접 발언으로 구체화한다. 작중인물을 ‘천재’로 규정하고 소설이 전개된다. 이는 인물의 발화를 통하더라도 독자는 그게 ‘작가의 말’이라는 걸 민감하게 감지한다. 고급 독자에게는 작가가 텍스트에 너무 개입한다는 인상을 준다. 설익은 독자에게는 그게 작가가 소설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라고 생각하게 한다. 독서 과정에 개입하는 자아의 긴장력이 약화된다. 요약하기로 하자.
소설가는 역사를 다시 쓰는 책무를 지닌다. 정사에게 기록하지 않거나 기록하지 못한 부분을 작가는 허구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구체적으로 기록한다. 『굿바이 파리』 에서 작가는 ‘동백림사건’의 가능태를 소설로 형상화해 놓았다. 이 소설은 ‘역사 추리소설’이다. 흥미와 함께 독자를 역사와 삶에 대한 성찰로 이끌어간다.
독자는 이 작품을 통하여 동시대 역사에 참여한다. 독자는 작가를 따라 ‘동백림사건’을 동시대 역사로 인식하게 된다. 또한 역사 주체로서 자신의 자리를 성찰하고, 역사의 주인공으로 자신의 인식 지평을 확대하는 고양감을 맛보게 될 것이다. 이게 이 소설의 주제 가치이다.

- 스토리움 평가평
짜임새 있는 구성과 당대의 상황을 묘사하기 위해 기울인 부분들이 눈에 띄는 작품이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스토리의 대중성과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정보제공 : Aladin

저자소개

박종규(지은이)

*전남 진도에서 태어났다. 14세에 쓴 원고지 2,000매를 1995년, 32년 만에 소설로 출간하였다. 첫 장편소설 『주앙마잘』이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응용미술과를 졸업하고, 한양대학원에서 석사를, 경인여자대학교 겸임교수,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국립 군산대학교, 국립 한국복지대학교에 출강하였다. *저서에 장편소설 『주앙마잘』, 『파란비1, 2』, 『해리』, 『굿바이 파리』. 소설집 『그날』, 수필집 『바다칸타타』, 『꽃섬』 등이 있다. 경기도문학상, 사상과문학상, 원종린 수필문학상, 마포문학상, 김포문학상, 영호남 수필문학상 대상 등을 수상하였다. *2007년부터는 77회차 찾아가는 표지화 퍼포먼스를 KTV에서 8회 방영하였고, KBS라디오 출발, 멋진 인생 일요초대석이 초대, 문학 행위예술을 조명하였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제1회 북미 도서전 위탁 도서에 장편소설 『해리』와 수필집 『꽃섬』이 선정되었다. *한국문인협회 위원, 국제 팬, 한국소설가협회 위원이고, 현재, 일간 영남경제에 출간 작품을 연재중이며 한국콘텐츠진흥원 심의위원, 한국 교수작가회 부회장이다. blog.naver.com/badacant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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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마중 글
증언 1 실종 -7
우림에 뜬 별 -15
퐁네프다리의 첫눈 -57
나는 새가 되어 -103
나는 수괴다 -149
김일성과 마주하다 -175
증언 2 전통문 타전 -209
비색翡色 -213
그림자 없는 사람들 -241
밥벌이 예술 -275
나는 북한 공작원이다 -309
리턴Return -359
발문 -396
닫음 글 -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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