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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멜의 갈등론 : 갈등에 대한 사회학 논쟁 / 개정판 (1회 대출)

자료유형
단행본
개인저자
Simmel, Georg, 1858-1918 Small, Albion W., 역 정헌주, 鄭憲柱, 1964-, 역
서명 / 저자사항
짐멜의 갈등론 : 갈등에 대한 사회학 논쟁 / 게오르크 짐멜 지음 ; 정헌주 옮김
판사항
개정판
발행사항
서울 :   간디서원,   2022  
형태사항
185 p. ; 23 cm
총서사항
사회학 고전 시리즈 ;1
원표제
Der Streit
기타표제
영어번역표제 The American journal of sociology. 9, The sociology of conflict
ISBN
9788997533534
일반주기
이 책은 짐멜의 저작 "Soziologie"에서 "Der Streit"라는 제목의 글을 앨빈 W. 스몰이 "The American journal of sociology, v.9"에 " The sociology of conflict"라는 제목으로 번역  
색인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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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정보

No. 소장처 청구기호 등록번호 도서상태 반납예정일 예약 서비스
No. 1 소장처 중앙도서관/제2자료실(3층)/ 청구기호 303.6 2022z1 등록번호 111875606 도서상태 대출중 반납예정일 2023-04-05 예약 예약가능 R 서비스 M

컨텐츠정보

책소개

짐멜은 갈등을 사회관계, 상호작용의 중심에 놓는다. 그러나 짐멜이 보는 갈등은 여느 갈등이론과도 사뭇 다르다. 이른바 갈등이론의 고전적 원류인 마르크스는 사회발전의 결과이자 원인으로 보고 사회진보의 원동력으로 간주한다.

현대사회학에서 갈등이론을 대표하는 랄프 다렌도르프(Ralf Dahrendorf) 역시 마르크스의 이론을 추종한다. 다만 마르크스는 경제적 관계에서 다렌도르프는 정치적 관계에서 갈등의 근원을 찾고 있다. 이 책에 제시된 짐멜의 갈등관은 전통적인 갈등이론에서 제시된 갈등관과는 전혀 다르다. 짐멜은 갈등을 통일과 대립적으로 보지 않고 통일을 위한 전제로 본다.

● 갈등에 대한 사회학 논쟁『짐멜의 갈등론 』(개정판)

건강한 출판문화를 위해 언제나 노력하는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최근 『짐멜의 갈등론』(개정판)을 출간하여 책 소개를 드립니다.

갈등이 없으면 통일은 없다!
-전통적인 갈등이론가들과 전혀 다른 짐멜의 갈등론

짐멜은 갈등을 사회관계, 상호작용의 중심에 놓는다. 그러나 짐멜이 보는 갈등은 여느 갈등이론과도 사뭇 다르다. 이른바 갈등이론의 고전적 원류인 마르크스는 사회발전의 결과이자 원인으로 보고 사회진보의 원동력으로 간주한다. 현대사회학에서 갈등이론을 대표하는 랄프 다렌도르프(Ralf Dahrendorf) 역시 마르크스의 이론을 추종한다. 다만 마르크스는 경제적 관계에서 다렌도르프는 정치적 관계에서 갈등의 근원을 찾고 있다. 이 책에 제시된 짐멜의 갈등관은 전통적인 갈등이론에서 제시된 갈등관과는 전혀 다르다. 짐멜은 갈등을 통일과 대립적으로 보지 않고 통일을 위한 전제로 본다.
마르크스를 비롯한 대부분의 갈등이론가는 거시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반면, 짐멜은 혼인관계, 가족, 종교, 노사관계 등 모든 측면에서 접근한다. 또한 마르크스와는 달리 갈등에 의한 역사발전의 논리를 펴지 않는다. 다만 갈등이 없으면 통일이 없고 비 온 뒤 땅이 더 잘 굳는 것처럼 더 나은 통일을 위해서는 끊임없는 갈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짐멜은 갈등을 역사적 필연으로 보지 않고 그의 사회학의 특징인 형식사회학적 관점에서 접근한다. 즉 갈등의 원인과 결과가 아닌 갈등의 형식을 중시한다.

1. 개정판에 부쳐
-왜 갈등론인가?


게오르크 짐멜(Georg Simmel)은 현상학적 사회학, 민속방법론 등 현대사회학 이론의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마르크스, 베버, 뒤르켐과 함께 4대 고전학자로 꼽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아 온 것이 사실이다. 짐멜은 생전에도 대표작 『화폐의 철학』(Philosophie des Geldes, 1900)을 비롯한 많은 저작들이 유럽 각국에서 번역되는 등 유명세를 타고 있음에도 정작 본국 독일에서 43세라는 뒤늦은 나이에 시골 대학 교수가 될 정도로 각광을 받지 못했다.
짐멜의 사회학을 이해하려면 『화폐의 철학』 외에 짐멜의 주저 『사회분화론』(1890), 『사회학의 근본문제』(1917) 등을 읽어야겠지만 내용도 전문 사회학자가 아니면 이해가 어려운데다가 짐멜의 문장도 난해하여 우리말로 번역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초판을 번역할 때도 애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독자들의 호응에 힘입어 개정판을 출간하게 되었다. 그간 독자들의 질책도 있었지만 막상 초판 원고를 살펴보니 5년 사이에 옮긴이 생각이 발전(?)해서 그런지 문장이 어색한 곳이 상당수가 발견되었고, 약간의 오역도 발견되었다.
하여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 번역한다는 생각으로 문장 하나하나 다시 살펴보았다. 그 결과 개정판에서는 일부 용어도 보다 적합한 용어로 대체하고, 초판과는 완전히 다른 아니 더욱 발전된 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책이 단순히 짐멜의 사회학을 재조명하자는 의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하고 있는 갈등 현상을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을 될 것으로 기대한다.

2. 사회학자로서 짐멜의 역할


게오르크 짐멜(1858~1918: Georg Simmel)은 『돈의 철학』(Philosopie des Geldes)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짐멜은 칼 마르크스, 막스 베버, 에밀 뒤르켕과 함께 현대 사회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주요한 고전 사회학자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독일(당시 프로이센)에 태어난 짐멜은 시기적으로 보면 막스 베버(1864~1920)와 거의 동년배이고, 마르크스(1818~1883)보다는 40년 뒤늦게 태어났다. 짐멜이 태어날 무렵 마르크스는 이미 성숙하여 마르크스이론은 독일 뿐 아니라 유럽 전체에 영향력을 발휘하던 시기이다.
짐멜은 막스 베버, 페르디난트 퇴니스(Ferdinand Tőnnis)와 함께 독일 사회학회를 창립하고, 그의 저작들은 당대의 1세대 사회학자들에 의해 많이 읽히고 인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유태인 출신인 탓인지 아니면 탁월한 학문적 유명세로 인한 학계의 시기심 탓인지 오랫동안 교수직을 갖지 못하고 현재의 시간강사 같은 사강사(Privat Dozent) 지위에 머물렀다. 짐멜은 43세이던 1901년 베를린대학 명예조교수 자리가 주어졌으나 그 자리는 급료도 없고 학사행정에도 관여하지 못하는 허울뿐인 직책이었다. 당시 짐멜의 저작이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러시아어, 폴란드어로 번역될 정도로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던 그에게는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10여년 후 1914년 정교수가 되었지만 그곳은 변방의 도시 스트라스부르크에 있는 지방대학이다. 그리고 4년 후 짐멜은 숨을 거두었다.
짐멜은 사회학자이면서 철학자이다. 그는 『사회 분화』(Uber sociale Differenzierung), 『사회학』(Soziologie), 『사회학의 근본 문제』(Grundfragen der Soziologie) 같은 사회학 저작 뿐 아니라 『윤리학 개론』(Einleitung in die Moralwissenschaft), 『역사철학의 문제』(Die Probleme der Geschichtphilosophie), 『돈의 철학』(Philosophie der Geldes), 『칸트와 괴테』(Kant und Goethe), 『종교』(Die Religion), 『쇼펜하우어와 니체』(Schopenhauer und Nietzsche), 『철학의 주요 문제』(Hauptprobleme der Philosophie), 『인생관』(Lebensanschauung), 『예술철학』(Zur Philosophie der Kunst) 등 철학, 종교, 윤리학, 예술 등에 관한 저작을 남김으로써 그의 학문적 경지는 종합학문의 성격을 띤다고 할 수 있다.
그의 저작에서 보듯이 짐멜의 학문적 영역은 종합학문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짐멜의 학문적 영역은 분절된 분과학문을 단순히 종합해서 묶어 놓은 것이 아니라 당시 사회현상을 반영하는 일관된 사회관을 표방하고 있다. 사회학의 주요 관심은 사람들(또는 집단들) 간의 관계를 다루는 학문이다. 마르크스의 계급관계, 베버의 개인 행위 간의 관계, 뒤르켕의 사회분화는 물론 현대 사회학의 구조기능주의, 갈등이론, 교환이론, 상징적 상호작용이론 할 것 없이 모두 관계―상호작용―를 다루고 있다. 그 관계를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 즉 우호적이냐 적대적이냐, 대립적이냐 상호적이냐에 따라, 요컨대 갈등관계에 있느냐 아니면 통일상태에 있느냐에 따라 많은 이론들이 분기되고 대결하고 있다.

3. 갈등은 통합을 위한 한 방편
-갈등은 서로 대립하는 것들 사이의 긴장을 해소한다


갈등(conflict)의 사회적 중요성에 대해 지금까지 아무도 원리적으로 논의한 적이 없었다, 갈등은 각종 이익집단, 통일체, 조직체를 생겨나게 하기도 하고 또 변화시키기도 한다. 한편, 갈등을 유발하는 현상 또는 갈등이 수반하는 현상을 고려하지 않고 갈등을 통합을 위한 방편으로 이해하는 것은 상식적인 관점에서 보면 역설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언뜻 보면, 이것은 수사학적 문제인 것처럼 보인다. 사람들 사이에 일어나는 모든 상호작용을 통합과정이라고 한다면, 갈등도 마땅히 통합과정의 한 형태로 간주해야 한다(갈등은 가장 강렬한 상호작용의 하나이며, 개인 혼자의 힘만으로는 일어날 수가 없다). 증오, 시기, 욕구, 욕망 등 통합을 방해하는 요인들이 갈등의 근원이다. 이러한 요인들 때문에 갈등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갈등은 서로 갈라지는 이중성(divergent dualism)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갈등은 통일(unity)을 성취하기 위한 한 방법이다(서로 갈등하는 당사자들 중 하나를 제거하는 방법을 이용해서라도 말이다). 요컨대 갈등이란 대략적으로 비유하자면 질병으로 인한 장애나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할 때 심하게 통증을 느끼는 것과도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현상[갈등]은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 준비를 하라”(sivis pacem para bellum)는 말보다 훨씬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 현상[갈등]은 아주 일반적인 현상인데, 이 격언은 특수한 경우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있다. 갈등은 서로 대립하는 것들 사이의 긴장을 해소한다. 갈등은 평화를 지향한다는 말이야말로 갈등의 본성을 명백하게 나타내는 유일한 표현이다. 갈등은 서로 대립하는 요소들과 서로 옹호하는 요소들을 종합한다.
갈등의 이런 성질은 대립과 수렴 두 형태의 관계가 둘 이상의 개인 또는 집단 사이의 무관심(indifference)과 근본적으로 구별된다는 것을 깨달을 때 가장 분명하게 나타난다. 무관심은 통합의 거부를 의미하든 폐기를 의미하든 순전히 부정적인 측면을 내포한다. 무관심이 순수하게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갈등은 긍정적 측면을 내포한다. 즉 갈등에는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통합되어 있다. 이 두 측면은 개념상으로는 분리할 수 있지만 실제 경험에서는 분리되지 않는다.

<내용 소개>


갈등: 집단 통일의 원동력
-반대(갈등)는 사회 통합을 추동하는 기본 형태의 하나다

이와 관련해서는 많은 복잡한 사례들이 존재하는데 그중 대립되는 두 개의 유형이 있다. 첫째, 사회에는 혼인으로 맺어진 부부 같은 많은 소집단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소집단들 내에서도 구성원들은 수많은 중요한 관계를 맺고 있다. 소집단 내에서는 일정한 정도의 불화 — 내부의 분열과 외부와의 논전 — 가 궁극적으로 집단을 통합하는 많은 요소들과 유기적으로 결부되어 있다. 이러한 불화는 사회학적 구조의 통일과 분리될 수 없다. 이는 결혼에 실패한 경우에는 물론 결혼생활이 어지간히 견딜만하거나 적어도 참고 견뎌낸 생활양식으로 점철된 경우에 명백하게 나타난다. 그런 경우의 결혼도 그 안에 내포하고 있는 갈등의 양에서 보면 ‘하찮은’ 결혼이 아니다. 오히려 결혼은 그러한 많은 요소들(이 요소들 중에는 분리할 수 없는 갈등이 존재한다)로부터 그것만의 명확하고 특색 있는 단위 로 발전된다.
둘째, 사회 분열과 계층화가 첨예해져서 구성원들 상호 간에 순수한 형태의 적대감(hostility)이 나타나는 구조에서도 그러한 적대감은 긍정적이고 통합적인 역할을 한다. 예컨대 인도의 사회체계는 카스트제도의 위계뿐 아니라 카스트 간 상호 배척에 직접 의지하고 있다. 적대감은 집단 내에 있는 여러 경계들(boundaries)이 점진적으로 사라지는 것을 막아줄 뿐만 아니라 현재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이러한 적대감을 종종 의도적으로 장려하기도 한다. 적대감은 이러한 역할을 넘어 직접 사회학적 의미를 풍부하게 한다. 즉 적대감은 종종 여러 계급과 개인에게 상호적 위치를 제공해준다. 만약 적대감의 감정과 표현이 적대성의 원인을 수반하더라도 나아가 적대감의 객관적 원인이 동일하더라도 계급이나 개인은 그러한 상호적 위치를 발견하려 하지 않거나 동일한 방식으로 발견하지 못하게 된다.
서로 배척하는 요소들 —달리 말해, 파괴적인 요소들 —이 소멸된다고 해서 사회적 삶이 반드시 풍요롭고 충만해지는 것이 아니라(책임 소재가 소멸되면 더욱 중대한 속성을 낳듯이) 전혀 다른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현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즉 집단 내에서 협력과 애정, 상호부조, 이익 등의 조화의 동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대체로 경쟁 상태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이때 경쟁은 집단의 형태, 참여자의 상호적 위치, 참여자들 사이의 거리를 결정하며, 그 객관적 결과와 상관없이 순전히 여러 긴장들의 형식적 지형까지도 결정한다. 또한 이러한 현상은 구성원들의 태도에 기초하는 집단에도 나타난다. 어떤 구성원이 자신이 속한 집단에 반대한다고 해서 순전히 부정적인 사회적 요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반대는 종종 삶을 견뎌내기 어려운 사람들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횡포와 독단, 변덕, 무분별에 대해 대항할 수 있는 힘과 권리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우리가 가진 특성들만으로는 사람들과 맺고 있는 어떤 관계도 견뎌낼 수가 없다. 우리는 필사적인 노력을 하도록 강요받고 있는 느낌을 받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들을 종식시킬 수는 있지만 ‘갈등’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이는 한편으로는 억압(oppression)을 묵묵히 아무런 저항 없이 받아들이면 억압이 증가한다는 사실(물론 이것은 여기서 본질적인 사실이 아니다) 때문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반대(opposition)가 (상이한심리적 조건하에서 겸손과 인내처럼) 내적 만족과 기분전환, 위안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반대는 우리가 환경의 완전한 희생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반대는 우리의 장점을 의식적으로 증명해주며, 또한 우리가 어떤 비용을 치르더라도 물리치고 싶은 여러 조건들에 생명력과 상호성을 부여해준다.
반대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목표를 성취한다. 이 경우 반대는 실제로는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순수하게 은밀하게 진행된다. 반대는 설사 실질적인 효과를 나타내지는 못하더라도 내적 균형(때로는 언젠가 둘 중 한쪽이 둘 관계에서 우위에 있더라도)을 달성하기도 하고, 묵묵히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또 반대는 실제적인 힘을 가진 것으로 느끼게 하고, 그 지속성 때문에 관찰자를 종종 당혹스럽게 하는 각종 관계들을 구제해 주기도 한다. 이 경우 반대는 관계 자체를 구성하는 한 요소로서 관계를 존속시키게 하는 여타 요인들과 뒤엉켜 있다. 반대는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 일 뿐만 아니라 실제로 관계를 구성하는 명확한 기능의 하나이다. 순전히 외적이고 실질적으로 별로 중요성하지 않은 관계인 경우에는 잠재적(latent) 갈등—혐오와 상호 소외감 또는 반감—이 이러한 기능을 수행한다. 이러한 것들은 아무리 자주 일어나더라도 좀 더 친밀한 접촉에 기초하고 있어서 곧바로 긍정적인 증오와 투쟁으로 바뀐다.
그러한 반감(antipathy)이 없다면, 우리는 현대도시의 삶을 상상할 수 없다. 현대의 도시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매일 다른 사람들과 무수한 접촉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도시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의 내부조직은 동정(sympathy)과 냉담(indifference), 혐오(aversion)가 어우러진 아주 복잡한 위계로 구성되어 있다(이 중에는 아주 단명한 것도 있고 아주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도 있다). 이러한 복잡한 위
계에서 냉담의 영역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심리적 활동은 어떤 명확한 감정을 가진 다른 사람들로부터 나오는 거의 모든 인상에 반응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감정은 잠재의식적이고 일시적이며 쉽게 변하는 성격을 띠고 있어 그러한 활동이 냉담으로 치환되어 보일 뿐이다. 현실에서 그 같은 냉담은 우리에게 부자연스럽게 나타나는데, 우리는 수많은 모순적인 자극들이 가진 모호한 성격을 참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반감에 의해 도시의 이러한 전형적인 위험들로부터 보호를 받는다. 반감은 확고한 적대감이 나타나기 전의 예비 국면으로서, 우리가 도시생활을 영위해나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거리감(distances)과 혐오감(aversions)을 생겨나게 한다. 반감의 정도와 배합, 반감의 출현과 소멸의 리듬, 그것을 충족시키는 각종 형식들—이 모든 것들에 의해 (통일의 요소들과 더불어) 대도시의 생활형식이 분해할 수 없는 통일체로 형성된다. 반감은 얼핏 보면 사회를 해체(dissociation)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사회통합을 이루는 기본 형태의 하나이다.


정보제공 : Aladin

저자소개

게오르크 짐멜(지은이)

독일 베를린에서 태어나 슈트라스부르크에서 세상을 떠났다. 베를린 대학에서 역사학, 민족심리학, 철학, 예술사 및 고대 이탈리아어를 공부했으며, 칸트 철학에 대한 연구로 1881년에 박사 학위를, 그리고 1884년에 ‘하빌리타치온’(Habilitation; 대학교수 자격)을 취득했다. 학자로서의 짐멜은 불운했다. 1885년부터 베를린 대학 철학과에서 사강사로 가르치기 시작했으나 아주 오랫동안 사강사와 무급의 부교수로 재직하다가 세상을 떠나기 4년 전인 1914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슈트라스부르크 대학의 정교수가 되었다. 그는 학계에서 주변인, 아니 이방인이었다. 그러나 짐멜은 『돈의 철학』(1900)을 위시해 『사회분화론』(1890), 『역사철학의 문제들』(1892), 『도덕과학 서설』(1892~93), 『칸트』(1904), 『칸트와 괴테』(1906), 『쇼펜하우어와 니체』(1907), 『사회학』(1908), 『철학의 주요 문제들』(1910), 『괴테』(1913), 『렘브란트』(1916), 『사회학의 근본문제들』(1917), 『현대 문화의 갈등』(1918)을 비롯해 사회학, (사회)심리학, 문화철학, 예술철학, 인식론, 윤리학, 형이상학, 미학 등에서 다양한 저서를 남겼으며 수많은 글을 발표했다. 특히 그의 철학적 주저인 『돈의 철학』에서는 경험적 현실세계로 임하는 철학, 또는 달리 말해 경험과학의 차안과 피안에 위치하는 철학을 제시했으며, 이에 입각해 돈과 개인의 자유 및 인격의 문제를 심층적으로 논구했다. 또한 그의 사회학적 주저로 꼽히는 『사회학』을 비롯한 여러 저술에서 형식사회학을 구축해 사회학적 인식에서 일종의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왔으며, 1909년 막스 베버 및 베르너 좀바르트 등과 더불어 독일사회학회를 창립하여 사회학의 제도화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짐멜이 남긴 방대한 지적 유산은 총 24권으로 된 『게오르그 짐멜 전집』에 담겨 있다.

정헌주(옮긴이)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고려대학교 사회학 박사 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강사 주요 저서 및 역서 『정보사회의 빛과 그늘』 (공저, 일신사, 2003) 『현대사회와 소비문화』 (공저, 일신사, 2005) 『지구시대』 (공저, 일신사, 2005) 『칼 마르크스의 역사이론: 역사유물론의 옹호』(공역, 한길사, 2011) 『사회학 이론: 무엇이 문제인가』(공역, 아카넷, 2013) 『엘리트 순환론』 (옮김, 간디서원, 2018) 『사회 조직의 이해』 (옮김, 한국문화사, 2018) 『진보의 환상』 (옮김, 간디서원, 2020) 『소유의 기원』 (옮김, 간디서원, 2021) 외 다수

정보제공 : Aladin

목차

개정판 서문 …… 1
옮긴이 서문 …… 13

제1장 갈등의 사회학적 성격 …… 19
갈등: 통합을 위한 한 방편 …… 21
갈등의 사회학적 의미 …… 23
통일 대 불화 …… 27

갈등: 집단 통일의 원동력 …… 28
사회관계의 동질성과 이질성 …… 33
사회통합의 한 요소로써 적대감 …… 39
적대감의 근본적 성격 …… 43
적대감의 피암시성 …… 48
적대감을 유발하는 요인과 억제하는 요인 …… 49
적대적 게임 …… 54
법적 갈등 …… 55
대의를 둘러싼 갈등 …… 59
갈등의 토대: 대규모 사회구조 내의 공통적 성질 대 공동 성원권 …… 66
친밀한 관계 속에서의 갈등 …… 69
집단을 위협하는 갈등 …… 73
질투심 …… 76

제2장 경쟁 …… 83
경쟁의 주관적 목표와 객관적 결과 …… 85
경쟁의 사회화 기능과 문명화 기능 …… 91
집단 내 갈등으로부터 집단을 보호하는 메커니즘: 유기적 연대 대 고립 …… 96
집단 내 경쟁과 집단의 구조 …… 100
가정 내의 경쟁 …… 101
종교집단 내 경쟁 …… 102
경쟁, 개인주의, 사회적 이해관계 …… 106
사회주의와 경쟁 …… 108
길드에서의 경쟁 …… 110
경쟁 수단의 제약 …… 112
법과 경쟁 …… 115
도덕과 경쟁 …… 121

제3장 갈등과 집단구조 …… 127
갈등과 집단의 중앙집중화 …… 130
갈등상태에서 중앙집중화된 집단의 행동 …… 133
집단 간의 갈등이 집단에 미치는 영향 …… 135
갈등에 대한 집단의 탄력적 또는 경직적 대응 …… 137
남성과 여성 그리고 관습 …… 139

내부의 반대와 외부의 반대 그리고 집단의 결집력 …… 143
집단형성의 토대로서 갈등 …… 146
강조하고 싶은 욕구 …… 159
갈등과 평화의 모순관계 …… 161
갈등을 종식시키는 동기들 …… 163
갈등대상의 소멸을 통한 갈등의 종결 …… 165
승리 …… 167
타협 …… 170
화해 …… 173
화해불가능성 …… 179

찾아보기 …… 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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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통합의료인문학연구단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