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시대에 영어는 국제어(lingua franca)로서 자리잡아왔다. 한국의 EFL 환경에서 '진짜' 영어를 배우기 위해 학부모들은 많은 비용을 사용하여 해외 어학연수, 영어유치원 등 조기교육에 투자하고 있다. 이는 국제화 시대 의사소통 능력이 강조되며 발음과 말하기의 중요성이 대두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업 시간 실제적 자료(authentic materials)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그 중에서도 영화를 활용하는 빈도수가 높아졌다. 그러나 영화 속에는 제작사의 의도와 시대적 편견이 담겨 있기에 주의하며 접해야 한다. 텍스트를 비판적으로 읽고 쓰는 능력인 ‘크리티컬 리터러시’와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크리티컬 미디어 리터러시’가 필요한 때이다.
본 연구에서는 Dodie Smith의 아동소설 The Hundred and One Dalmatians를 바탕으로 제작된 디즈니 애니메이션 <101마리의 달마시안 개(1961)>와 실사영화 <101마리 달마시안(1996)> 및 이를 각색한 스핀오프 영화 <크루엘라(2021)>를 크리티컬 미디어 리터러시 관점에서 비교 분석하여 작품 이면에 내재된 시대적 이데올로기와 사회문화적 편견 등을 조사할 것이다. 세 작품은 디즈니라는 하나의 제작사가 동일한 줄거리를 가지고 각기 다른 시기에 제작되어 각 시대상과 이데올로기를 반영하고 있다. 작품 속에 나타나는 외모 및 인종, 권력 및 계급구조, 젠더에 대한 묘사를 크리티컬 미디어 리터러시 측면에서 분석하고자 한다.
<101마리의 달마시안 개>는 디즈니 초기에 제작되었다. 고전이나 동화를 배경으로 제작된 대부분의 디즈니 애니메이션들과 달리 1950년대 현대 영국을 배경으로 하여 20세기 중반 당시의 보수적 이데올로기를 나타내고 있다. 디즈니는 당시 최대 관객층인 백인 중산층을 중심으로 당시 중산층의 이념과 정치적 성향을 반영하였다. 애니메이션에서 백인 및 남성 중심적 사상과 전통적 가족주의를 잘 보여준다. 여성은 착하고 친절하며 내조를 잘 해야 하고, 남자는 적극적이고 책임감이 강해야 한다고 묘사한다. 그렇지 않으면 부정적인 인물로 구분되어 작품 속에서 차별적인 대우를 당한다.
<101 달마시안>은 디즈니 중반기에 제작된 실사영화이다. 과거 애니메이션에 나타난 전형적인 외양과 계급구조를 현대화 시켜 다양한 인종과 현실적인 외모를 가진 인물들을 등장시켰다. 디즈니 전기의 고전적 인물상을 탈피해 주체성과 자립심을 가진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영화를 제작하고 기존의 차별적 요소들을 해소하고자 시도하였다. 실사영화의 주인공 아니타와 로저 부부는 전형적인 금발의 백인이지만 애니메이션에서보다 현실적으로 묘사된다. 과거 수동적인 주부 역할이던 아니타는 90년대 적극적으로 변화한 현대 여성상을 보여준다. 과거 기형적으로 그려졌던 유모 등의 인물들도 보다 현대적이고 현실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실사영화에만 등장하는 악역은 장애인으로 묘사되어 장애에 대한 차별적 편견을 줄 위험성을 가진다. 또한 황인, 흑인 등 유색인종을 등장시켜 인종적 다양성을 확보하려 시도했지만, 그들은 대사 없는 단역에 불과해 아쉬움을 남긴다.
<크루엘라>는 2021년 디즈니 후기에 개봉한 스핀오프 영화이다. 기존의 줄거리에서 악당으로 등장하던 크루엘라를 주인공으로 설정해 그녀의 젊은 시절을 새로 그렸다. 197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입체적이고 능동적인 인물들이 등장한다. 혁신적인 시대 흐름에 따라 다양한 계급을 조명하고, 다양한 외모와 인종들의 인물들을 등장시켜 정치적 올바름과 진보적인 가치관을 담았다. 또한 과거의 젠더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현대 사회의 보다 넓어진 범위의 젠더 정체성과 성 역할이 반영되었다.
미디어는 시대를 반영하기에 시대의 흐름에 따라 미디어에 담기는 메시지는 변화한다. 따라서 시청자들은 미디어에 담긴 시대적 이데올로기와 사회문화적 편견을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능력이 필요하다. 크리티컬 리터러시를 통해 매체와 상호 소통하는 주체가 되어 능동적으로 재생산해내는 역량을 기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