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독자는 청소년기에서 성인 독자로 나아가는 시기에 있다. 이들이 자발적으로 독서를 할 수 있는 습관을 형성하여 평생 독자로 성장하도록 교육하기 위해서는 독해 능력과 관련된 인지적 영역의 발달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만, 독서에 대한 관심과 흥미 같은 정의적 영역에 대해서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에 본 연구는 자율성에 기반한 자기 선택적 독서 상황을 중심으로 고등학생 독자의 도서 선정 양상에 대해 알아보고자 하였다. 특히 고등학생 독자의 문학 도서 선정 양상을 살펴보면서 그들의 독서 경험을 분석하여 독서 교육에서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를 전개하였다.
연구 문제1에서는 고등학생 독자들의 독서 생활을 바탕으로 자기 선택적 도서 선정 양상을 파악하여 보았다. 고등학교 2학년 200명 학생을 대상으로 「독서」과목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 시간에 읽을 도서를 선정하도록 안내하면서 설문 조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고등학생 독자가 도서를 선정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준거는 ‘관심과 흥미’, ‘지식·정보 획득’으로 나타났다. 반면 외부의 ‘추천’이나 ‘수상경력’으로 응답한 비율은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어 고등학생 독자들이 비교적 ‘독립적’으로 읽을 도서를 선정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등학생 독자가 도서를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과정은 ‘특정 분야의 책 찾기’(23.2%)로 나타나 특정 분야에 대한 선호나 관심이 비교적 명확하고 주도적으로 원하는 도서를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 문제2에서는 자기 선택적 독서 상황에서 선정한 문학 도서와 관련된 설문 조사 분석과 더불어 학생들이 서술한 질적 자료들을 바탕으로 문학 독서 경험의 구체적 양상을 살펴보았다. 본 연구 대상 200명의 학생 중 69명(34.5%)이 「독서」과목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 시간에 읽을 도서로 문학 도서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중 50명의 학생이 소설 분야의 도서를 선정하였다. 소설 분야의 도서를 선정한 학생 중 초점 학생 8명을 표집하고 읽기 전과 읽기 중에 서면 인터뷰, 읽은 후에 대면 인터뷰를 실시하여 독서 경험을 학생별로 살펴보았다.
연구 문제3에서는 연구 문제1과 연구 문제2를 통하여 살펴본 결과를 바탕으로 고등학생 독자의 독서 교육에 있어서의 시사점을 찾아보았다. 고등학생 독자들의 문학 독서 경험을 살펴보면서 장르소설에 대한 뚜렷한 선호 양상을 살필 수 있었다. 장르소설을 읽으며 독서에 흥미를 가지게 되거나, 단순 흥미 추구를 넘어 문학적 효용을 체험하는 경우에 이르는 사례를 살필 수 있었다. 또한 장르물의 구성과 문체를 자신만의 안목으로 비평하며 독서를 지속할 것인가의 여부도 고려하는 등의 모습으로 미루어 그간 우려의 목소리와는 다른 시각에서 장르소설을 바라볼 필요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고등학생 독자들에게 추천 목록이 필요한 경우 관심, 흥미 분야나 진로·진학과 관련된 도서를 포함시키는 것이 좋으며 독서를 좋아하지 않는 학생에게는 그들의 경험 영역 안에 있는 보편적 소재의 도서를 추천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초점 학생들 모두 독서 후 활동으로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독서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고 제안한 것을 통해 이들이 자신의 문학적 경험을 공동체적 차원으로 함께 확대하고자 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 연구는 고등학생 독자의 자기 선택적 도서 선정과 독서 경험을 양적, 질적으로 접근하여 그 구체적 양상을 밝히려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자발적으로 독서 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도서 선정의 문제이다. 실제 학교에서 ‘한 학기 한 권 읽기’와 같이 도서 선정의 자율성이 주어지는 독서 상황이나 고등학생 독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독서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본 연구가 어떤 도움을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