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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 베토벤 순례 (Loan 1 times)

Material type
단행본
Personal Author
Wagner, Richard, 1813-1883 홍은정, 역
Title Statement
베토벤 = Ludwig van Beethoven : 베토벤 순례 / 리하르트 바그너 지음 ; 홍은정 옮김
Publication, Distribution, etc
서울 :   Phono,   2020  
Physical Medium
220 p. : 초상화 ; 19 cm
Series Statement
거장이 만난 거장 ;8
Varied Title
Beethoven
ISBN
9791189716073 9788993818765 (세트)
General Note
색인수록  
"루트비히 판 베토벤 연보" 수록  
주제명(개인명)
Beethoven, Ludwig van,   1770-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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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dings Information

No. Location Call Number Accession No. Availability Due Date Make a Reservation Service
No. 1 Location Main Library/Monographs(4F)/ Call Number 780.92 2020z8 Accession No. 111840578 Availability Available Due Date Make a Reservation Service B M

Contents information

Book Introduction

거장이 만난 거장 8권. 바그너의 음악 인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베토벤의 삶과 베토벤의 음악을 바그너가 어떻게 이해했는지 잘 보여주는 중요한 글 다섯 편을 골라 우리말로 옮겼다. 독일에서 음악학을 공부한 전문 번역가 홍은정이 충실한 옮긴이 주와 후기를 통해 다소 난해할 수도 있는 글의 이해를 돕는다.

맨 먼저 실린 글은 바그너가 27세 때인 1840년에 쓴 단편 소설 '베토벤 순례'다. 바그너는 젊은 무명 작곡가가 자신의 우상인 베토벤을 만나는 꿈을 이룬다는 유쾌한 허구의 이야기에 ‘순례’라는 경건한 제목을 붙여, 절치부심하며 지내던 파리에서 잡지에 발표했다. 힘겹던 시절 스스로를 독려하기 위한 자구책이었을까. 성공한 음악가가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을 빌려, 바그너는 새로운 음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풀어놓는다.

이 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에세이 '베토벤'은 '베토벤 순례'가 발표되고 30년이 지난 1870년에 쓴 묵직한 베토벤 음악 평론 겸 전기다. 그리고 이 두 글 사이에 베토벤 교향곡 9번(‘합창’) 연주 보고서 및 작품 해설(프로그램), 베토벤 교향곡 3번(‘영웅’)과 '코리올란 서곡'의 프로그램이 들어가 있다. 글이 수록된 순서는 발표한 연도순이다.

인생 황혼기의 바그너가 베토벤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자신의 예술적 정신적 스승 베토벤에게 바치는 베토벤 전기.
단편소설 ‘베토벤 순례’, ‘교향곡 9번 해설’ 등 관련 글 5편 수록.


“내 머릿속에는 온통 한 가지 소원만 맴돌았다. 베토벤을 만나자!” -13쪽
“타락한 낙원의 황야에서 이 위대한 선구자를 칭송하자! 독일의 용기가 거둔 승리 못지않게 그를 귀하게 칭송하자. 세계의 은인은 세계의 정복자보다 더 높이 있으니!” -197쪽
“1829년 4월, 열여섯 살의 바그너는 라이프치히에서 베토벤의 〈피델리오〉를 관람했다. 그 경험은 그의 인생에서 일대 전환점이 된다. 이를 계기로 그는 음악가가 되기로 마음을 굳혔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화성학과 바이올린을 배우고 직접 작곡도 하면서 대학 진학을 준비했다. … 그에게 베토벤은 영감과 영향을 주는 음악가였을 뿐만 아니라 음악의 본질, 더 나아가 세계의 본질을 통찰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안내자였다.” -‘옮긴이의 말’에서
“타락한 낙원의 황야에서 이 위대한 선구자를 칭송하자!”

바그너가 소설도 썼다고? 그렇다. 리하르트 바그너(Richard Wagner, 1813-1883)는 독보적인 극예술을 창조한 음악가였을 뿐 아니라 광범위한 저술 활동을 펼친 저자로도 유명하다. 오페라 대본을 직접 쓴 것은 물론이고 음악, 예술, 정치, 사회, 종교를 아우르는 다양한 주제의 글을 썼다. 1871-73년에는 자신이 썼던 글을 모아 아홉 권짜리 《저술 및 문학 작품 모음집》을 출간했는데, 여기에는 베토벤에 관한 글도 여러 편 실렸다.
이 책은 바그너의 음악 인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베토벤의 삶과 베토벤의 음악을 바그너가 어떻게 이해했는지 잘 보여주는 중요한 글 다섯 편을 골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독일에서 음악학을 공부한 전문 번역가 홍은정이 충실한 옮긴이 주와 후기를 통해 다소 난해할 수도 있는 글의 이해를 돕는다. 위대한 음악가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의 탄생 250주년(탄신일은 12월 16일)인 2020년, 두 음악 거장의 만남을 조명해 온 포노 출판사의 ‘거장이 만난 거장’ 시리즈 여덟 번째 책이자 올해 베토벤을 중심에 세운 세 번째 책이다.
맨 먼저 실린 글은 바그너가 27세 때인 1840년에 쓴 단편 소설 〈베토벤 순례〉다. 바그너는 젊은 무명 작곡가가 자신의 우상인 베토벤을 만나는 꿈을 이룬다는 유쾌한 허구의 이야기에 ‘순례’라는 경건한 제목을 붙여, 절치부심하며 지내던 파리에서 잡지에 발표했다. 힘겹던 시절 스스로를 독려하기 위한 자구책이었을까. 성공한 음악가가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을 빌려, 바그너는 새로운 음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풀어놓는다. 이 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에세이 〈베토벤〉은 〈베토벤 순례〉가 발표되고 30년이 지난 1870년에 쓴 묵직한 베토벤 음악 평론 겸 전기다. 그리고 이 두 글 사이에 베토벤 교향곡 9번(‘합창’) 연주 보고서 및 작품 해설(프로그램), 베토벤 교향곡 3번(‘영웅’)과 〈코리올란 서곡〉의 프로그램이 들어가 있다. (글이 수록된 순서는 발표한 연도순이다.)

수록된 글 살펴보기

베토벤 순례(1840)

바그너가 본격적으로 음악가의 길로 들어서게 만든 음악은 바로 베토벤의 교향곡이었다. 그때 이후로 줄곧 그를 흠모해 온 베토벤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은 상상의 순례 여행을 그린 소설이다. 이 글을 쓸 당시 바그너는 독일에서 큰 빚을 지고 파리로 도피하여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1839년 말부터 1842년 4월까지). 그때 생활을 위해 잡지에 기고했던 글 가운데 하나다. 바그너의 분신인 무명의 작곡가 B씨가 베토벤을 직접 만나기 위해 오스트리아 빈으로 가는 여정과 빈에서 벌어지는 해프닝, 베토벤과의 만남을 성가시게 방해하는 거만한 영국인 신사와의 얽힘, 베토벤과의 극적인 만남과 작별, 다소 코믹한 결말로 이루어져 있다. 당시에 경제적으로,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었을 바그너는 우상과의 상상 속 만남으로 스스로에게 힘을 불어넣지 않았을까? (최초에 수록된 곳은 음악 잡지 〈라 르뷔 에 가제트 뮈지칼 드 파리La Revue et Gazette musicale de Paris〉 1840년 11-12월호.)

실제로 베토벤이 세상을 떠났을 때 바그너의 나이는 열네 살이었고, 두 사람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비록 허구지만, 바그너와 베토벤이 나누는 상상의 대화 속에는 바그너 음악극의 이론적 핵심이 될 내용이 담겨 있다. 여기서 그는 베토벤의 입을 빌려 “혼란스러운 창조의 순간에서 생겨난 원초적 감정 자체를 재현하는” 기악과 “인간의 마음과 그 안에 담긴 배타적이고 개인적인 감정을 대변하는” 성악의 통합을 역설하고 그 과제를 해결한 “합창이 있는 교향곡”을 언급한다. (203-204쪽, <옮긴이의 말>)

1846년 드레스덴에서 열린 베토벤 교향곡 9번 연주 보고서(1846)
바그너는 1843년 2월에 드레스덴 오페라 극장의 카펠마이스터로 임명되어, 1849년 드레스덴 혁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체포령이 떨어지기 전까지 그곳에서 활동했다. 1846년 4월 5일 성지 주일 음악회에서 그는 베토벤 교향곡 9번을 지휘했는데, 그때의 경험을 기록한 것이 바로 이 보고서다. 여기에는 이 작품에 대한 음악적 해석뿐만 아니라 음악회를 열게 된 동기, 반대자들을 설득하는 문제,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의 구성과 배치, 악기 편성, 음악회 준비와 연습 과정, 연주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에 이르기까지 ‘합창 교향곡’의 연주를 둘러싼 모든 과정이 비교적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당시 바그너가 연주할 곡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는 1년에 단 한 번이었고 그 기회를 베토벤 교향곡 9번에 할애하려 했으나, 연금 기금을 관리하던 오케스트라 위원회가 수익성 문제로 반대하자 스스로 필요한 비용을 빌리고 이 곡을 처음 듣게 될 드레스덴 청중의 이해를 돕도록 작품 해설(프로그램)을 집필하는 등 온갖 노력을 쏟는다. 이때 쓴 프로그램은 “곡에 대한 비판적 판단이 아니라, 청중의 느낌에 영향을 줄 수 있도록 작품을 편안하게 이해하게 하는 일종의 지침서 같은 것”으로, 괴테의 《파우스트》에 나오는 중요 구절들을 가져와 각 악장을 해설한 글이다. 바그너는 이 해설을 당시 드레스덴의 관보에 미리 실어 청중의 이해를 최대한 끌어올리려 애썼는데, 그 노력이 성공을 거두어 연주회 수입이 크게 늘었고 향후 9번 교향곡을 정기적으로 연주하기로 했다고 보고한다. 이 글은 나중에 다른 지역에서 열린 음악회에서도 사용되었고 크게 호응을 얻었다.

베토벤의 ‘영웅 교향곡’(1851), 베토벤의 〈코리올란 서곡〉(1852)
1849년 드레스덴을 탈출한 바그너는 1860년대 초 독일 추방령이 해제되기 전까지 스위스 취리히에서 망명 생활을 했고, 1850-55년에 객원 지휘자로 활동했다. 그 시기에 그가 주로 선보인 음악은 자신의 음악과 베토벤의 음악이었다. 이 두 글 역시 그 당시 바그너가 연주회를 앞두고 청중을 위해 프로그램 형식으로 작성한 글이다.

베토벤(1870)
1870년 9월 11일 스위스 루체른에서 발표한 글. 1870년은 베토벤 탄생 100주년이 되던 해다. 바그너는 “위대한 베토벤의 탄생 100주년 축하에 어떤 식으로든 힘을 보태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 소중한 기회가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 주어졌다고 느꼈기에 베토벤 음악이 지닌 의미에 대해 떠오르는 생각을 글로 적어보기로” 작정한다. 짧은 머리말, 본문, 미발표 결론으로 구성된 상당히 긴 글이다. 바그너는 이 글을 통해 “음악의 본질에 대한 더 깊은 탐구의 세계로 독자들을 안내”하고 “음악 철학을 고찰해 보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했다. 특히 1854년에 처음 저작을 접한 뒤 그의 음악 이론에 깊은 영향을 끼친 쇼펜하우어의 이론에 기대어 베토벤의 음악을 성찰하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베토벤〉은 구성이나 체계가 치밀하지 않고 다소 두서없이 서술되어 있어 이해하기 쉽지 않은 글이다. 개념적으로 명확하지 않은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이 글에는 바그너의 강렬한 창조력과 예술가적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무렵 그는 20여 년 전부터 작업해 온 〈반지〉 4부작을 완성하는 데 몰두하고 있었고, 이 4부작을 한꺼번에 상연할 축제까지 구상하고 그 장소를 물색하던 중이었다.
바그너는 이 글에서 30년 전 〈베토벤 순례〉에서 언급한 기악과 성악의 결합이라는 아이디어를 한층 더 발전시키고 확장했다. 베토벤의 교향악적 발전을 셰익스피어의 연극적 발전과 융합시켜 음악과 드라마의 합일을 이룬다는 발상이다. 다시 말해 음악과 드라마가 서로 일치하고 서로를 포함하며, 음악 안에 이미 드라마가 담긴 방식이다. 그가 보기에 베토벤 교향곡 9번은 이를 구현해 낸 “가장 완벽한 드라마”였다. 그리고 바그너는 철학자 쇼펜하우어를 안내자로 삼아 그의 이론을 도입하여 음악의 본질을 이해하고자 했다. 이 이론에 따르자면, 음악의 본질을 가장 깊숙이 파고든 이가 바로 베토벤이고, 삶의 근원을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는 음악 어법을 발전시킨 이 또한 베토벤이다. 세계의 본질을 통찰할 수 있도록 인도함으로써 음악을 최고의 숭고한 예술로 격상시킨 이도 베토벤이고, 더 나아가 깊이 타락한 인간 정신을 구원할 이도 베토벤이다. (205-206쪽, ‘옮긴이의 말’)

루트비히 판 베토벤은 1770년 12월 16일, 독일 본의 “한 초라한 집에 딸린 보잘것없는 다락방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그가 네 살 때, 그를 몇 시간씩 하프시코드 앞에 꼼짝 못하게 잡아두거나 바이올린과 함께 방에 가두고 죽도록 많이 연습시키곤 했다. 하마터면 그는 예술에 지레 질려버릴 뻔했다.” 열일곱 살에 믿고 의지하던 어머니를 여의고 술주정뱅이 테너였던 아버지를 대신해 ”가장으로서 두 동생의 교육까지 떠맡아야 했다.” 스물두 살 되던 해에 고향인 본을 떠나 음악의 대도시 빈에 정착했다. 스물다섯 살에 피아니스트로서 공식 데뷔했고 첫 작품을 출판했으며 귀족 후원자가 애호가들이 생겨날 정도로 승승장구하며 이후 어마어마한 작품들을 쏟아냈다. 그러나 “이제는 정복자라 할 위대한 비르투오소요, 명석한 예술가요, 살롱의 사자요, 젊은이들을 열광시키는 사람이자, 감정 이입을 불러일으키는 사람, 자신을 필요로 하지만 그 자신은 우아하고 감성적이고 세련된 이 세계를 경멸하는 서른 살 베토벤”(195쪽)에게 시련이 닥쳐온다. 다름 아닌 난청. 서른 살이 되던 1800년 무렵, 이 증상은 한층 악화된다.

1800년에서 1802년 사이에 〈‘전원’ 교향곡〉에 나오는 폭풍처럼 갑자기 밀어닥쳐 그를 괴롭힌 병은 그의 사회생활을, 애정사를, 예술을, 즉 그의 전 존재를 한꺼번에 덮쳤다. 우리는 그가 피워낸 꽃에서 젊은 하늘을 다시는 볼 수 없게 된다. 모든 것이 이 병의 영향을 받았다. 그 어느 것도 예외일 수 없었다. -192-193쪽

누구나 귀가 들리지 않게 되면 견딜 수 없이 고통스러울 것이다. 하물며 명민한 청각을 지녔었고 가슴속에 표현하고 싶은 음악이 가득했던 음악가가 말해 무엇 하리. 여기에다 실연의 아픔이 겹치는데, 서른 무렵부터 결혼하려는 의지가 강했지만 역시 난청으로 파생된 문제—순회 연주자로 활동하여 생계를 꾸리기가 불가능해져—로 결혼도 불가능해진다. 절망에 빠진 베토벤은 이른바 ‘하일리겐슈타트 유서’를 작성한다.

오! 얼마나 힘들게 내가 가진 장애라는 서글픈 현실에 부딪히고 또 부딪혀 좌절해야 했는지 몰라! 그런데도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할 수는 없었단다. “좀 더 크게 말해 봐요, 소리쳐 봐요. 난 귀가 먹었으니까요!” 아! 남들보다 내게 더 완벽해야 했던, 전에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게 소유했던 청각, 나처럼 음악 하는 사람들이 거의 가져보지 못한 완벽성에 장애가 생겼음을 어떻게 밖으로 드러내 보일 수 있겠니? … 난 혼자였지. 완전히 혼자였어. … 그러고 나니 절망에 빠졌단다. 하마터면 자살할 뻔했지. 오직 예술, 그것만이 나를 붙들어 주었어. 아! 내가 맡은 과업을 완수하기 전엔 이 세상을 하직할 수 없을 것 같았단다. -92-95쪽

나중에는, 먼저 세상을 떠난 동생의 아들인 조카 카를의 양육권 다툼 및 조카의 반발로 크게 상심했고, 만년에는 여러 질병과 경제적 궁핍으로 고통을 겪었으며, 완전히 듣지 못하게 된 뒤로는 인간관계도 거의 끊어졌다. 이렇듯 결코 길다고 할 수 없는 57년 생애를 살아가는 동안 베토벤은 깊은 절망과 고통에 여러 차례 맞닥뜨린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목덜미를 움켜잡고 바닥으로 곤두박질하게 만들려는 운명의 손아귀에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는다. 죽기 직전까지도 그는 내면의 소리에 끝없이 귀 기울이며 그것을 음악에 담아냈다. 그러기에 그의 음악은 지금도 앞으로도 영원히 우리 곁에 남을 것이며, 그의 생애는 우리에게 한없는 위안을 줄 것이다.

친애하는 베토벤! 그의 예술적 위대함을 칭송하는 사람이 참 많다. 그렇지만 그는 첫손 꼽히는 음악가 그 이상이다. 그는 근대 음악의 가장 영웅적인 힘이다. 그는 고통 속에서 투쟁하는 사람들의 가장 위대하고 친한 친구다. 우리가 세상의 비참함으로 슬픔에 빠질 때, 그는 자식 잃은 어머니의 피아노 앞에 앉아 체념한 듯 하소연하는 음률로, 흐느끼는 어머니를 위로하듯 말없이 곁에 다가오는 사람이다. 그리고 선과 악의 용렬함을 가지고 쓸데없이 벌이는 끝없는 논쟁으로 피로가 덮쳐올 때, 이 의지와 믿음의 바다에 몸을 담근다는 것은 말할 수 없이 좋은 일이다. 그의 곁에 있으면 덩달아 힘이 나고 투쟁의 행복이, 신을 느끼는 의식의 도취 상태가 그대로 전해진다. -84-85쪽

‘거장이 만난 거장’ 시리즈
《베토벤 _ 베토벤 순례》은 음악전문출판사 포노가 선보이는 ‘거장이 만난 거장’ 시리즈의 여덟 번째 권입니다. 이따금 얄궂은 예외도 없지 않지만, 대개 천재는 천재를 알아보는 법. 제목과 마찬가지로 역사에 ‘등대’와 같이 등장했던 한 거장이 다른 거장을 만나 그를 통해 어떻게 세계와 예술을 이해했는지 직접 그 거장의 글로 만납니다.


Information Provided By: : Aladin

Author Introduction

리하르트 바그너 (Richard Wagner)(지은이)

음악과 연극을 결합한 ‘음악극’을 창시한 라이프치히 출신의 작곡가. 극작가이자 배우인 양아버지 덕분에 일찍부터 연극에 관심을 가졌다. 7세에 피아노를, 15세에 음악 이론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18세인 1831년 라이프치히 대학에 들어가 음악과 철학을 공부했다. 이후 여러 도시에서 합창단 지휘자, 오페라단 음악감독 등을 맡았으나, 큰 빚을 지고 외국으로 도피한다. 1836년에 배우 빌헬미네 플라너와 결혼했다. 1839년부터 3년 동안 파리에 머물며 생계를 위해 음악 관련 글을 쓰고 다른 작곡가의 오페라를 편곡하며 오페라 〈리엔치〉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을 완성한다. 1842년 드레스덴으로 이주, 이듬해에 작센 궁정극장의 카펠마이스터로 임명된다. 자신의 작품들을 직접 지휘하여 초연하고, 1846년 당시 이해하기 힘든 작품으로 여겨지던 베토벤 교향곡 9번을 지휘하여 대성공을 거둔다. 1849년 드레스덴 혁명 가담 혐의로 지명 수배를 받아 취리히로 피신, 12년간 망명 생활을 한다. 경제적 궁핍 속에서도 4부작 〈니벨룽의 반지〉 구상을 시작하고 정치와 예술에 관한 글을 왕성하게 집필한다. 1854년 그의 음악 이론에 깊은 영향을 끼친 쇼펜하우어의 저작을 처음 접한다. 1861년 추방 조치 해제로 프로이센 비브리히에 정착할 무렵, 그를 열렬히 숭배하던 바이에른 왕 루트비히 2세가 1864년 뮌헨으로 불러들여 신작 공연을 돕는다. 하지만 적대자들의 배척으로 이듬해에 스위스 트리프셴으로 이주한다. 이 무렵 지휘자 한스 폰 뷜로의 아내 코지마(프란츠 리스트의 딸)와 사랑에 빠져 여러 해 동안 혼외 관계가 이어지다 1870년에 결혼한다. 이후 〈니벨룽의 반지〉 작곡에 온 힘을 쏟고 이 작품이 공연될 새 극장의 터전으로 바이로이트를 택하여 1872년 그리로 이주한다. 1876년 8월, 바그너 음악극 전용 극장인 ‘바이로이트 축제극장’이 문을 열고 개막작으로 〈니벨룽의 반지〉를 공연한다. 1882년 두 번째 작품 〈파르지팔〉이 무대에 오르지만 공연 진행 중 건강이 악화된다. 축제가 끝난 후 요양 차 떠난 베네치아에서 1883년 2월 13일 7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다.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탄호이저〉 〈로엔그린〉 〈트리스탄과 이졸데〉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니벨룽의 반지〉 〈파르지팔〉 등 극음악 작품 외에도 《예술과 혁명》 《미래의 예술 작품》 《오페라의 사명에 대하여》 《독일 예술과 독일 정치》 등 여러 저서를 남겼다.

홍은정(옮긴이)

이화여자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베를린 홈볼트 대학교에서 음악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문화예술 교육 분야에서 일했으며, 음악 서적을 꾸준히 번역, 소개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말러를 찾아서》, 《프란츠 슈베르트》, 《베토벤》, 《젊은 예술가에게》(공역), 《음반의 역사》, 《아름다운 불협음계》, 《리트, 독일예술가곡》, 《혹등고래가 오페라극장에 간다면》, 《그가 사랑한 클래식》, 《피아노를 듣는 시간》, 《세계의 오케스트라》, 《클래식 음악에 관한 101가지 질문》, 《지휘의 거장들》, 《음악가의 탄생》 등이 있다.

Information Provided By: : Aladin

Table of Contents

"베토벤 순례 (1840)
1846년 드레스덴에서 열린 베토벤 교향곡 9번 연주 보고서(내 기억에 따름) (1846)
베토벤의 ‘영웅 교향곡’ (1851)
베토벤의 〈코리올란 서곡〉 (1852)
베토벤 (1870)
옮긴이의 말
출처
루트비히 판 베토벤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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