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들이 바라는 것은 단 하나다. 지속가능한 의료환경, 그것이 저희가 바라는 전부다. 이를 위한 해답은 명백하게 언제나 같다. 진료하면 할수록 적자가 나는, 기형적인 의료 시스템의 개선. 적어도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이 그 해답이 되어서는 안된다. 무엇이 문제일까? 또, 무엇이 문제의 해결 방안이 될까? 여러분과 함께 이 책에서 그 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의사가 부족합니다. 정확히는 지방, 필수 의료 의사만 부족합니다.
현재 필수 의료는 의료진이 돈을 안 받고 봉사를 해도 적자가 나는 구조입니다.
수술 한 번에 드는 비용이 100만 원이라면, 환자와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는 돈은 70만 원입니다. 필수 진료과 의사가 진료하면 할수록 병원은 적자가 나게 됩니다.
병원은 필수 진료과를 운영하지 않게 됩니다. 의사들은 일하고 싶어도 일할 자리가 없습니다. 아무도 그 길을 걸으려 하지 않으려 합니다.
문제는 ‘방향’입니다. 첩약(합약) 건강보험 적용으로 싸게 한약을 이용하는 것보다 시급한 것은 생명이 촌각에 달린 암 환자, 중환자 치료에 손길을 내미는 것입니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닙니다. 선의의 정책이라도 방향이 잘못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지속 가능한 의료 환경, 그것뿐입니다.
우리나라의 의료 시스템은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졌습니다.
의사가 진료비를 정할 수 있는 일부 비보험 항목을 제외하면 (예를 들어 피부나 미용과 관련된 부분이 대표적인 비보험 항목입니다.) 대부분의 진료는 건강보험 적용 대상입니다
보험이 되는 진료의 원가보전율은 약 70% 수준입니다. 즉, 환자를 치료할 때 원가가 100만 원이 든다고 하면, 환자의 본인부담금과 건강보험공단에서 받는 금액(=수가)을 합하여 70만 원만 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진료를 1번 할 때마다 30만원의 적자를 보게 됩니다.
무엇인가 이상하지 않나요? 이처럼 원가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다면, 병의원은 어떻게 지금까지 망하지 않았을까요?
1977년 국민건강보험이 처음으로 시행되었습니다. 전국민 건강보험제도가 시행되기 전, 의사는 보험이 적용되는 일부 국민에게 적자를 보았지만, 나머지의 비보험 환자에게 손실을 메꿀 수 있었습니다.
1989년, 전국민 건강보험이 실시되었습니다. 이때부터라도 기형적인 수가를 바로잡으면 되었을텐데, 정부는 기형적인 수가를 바로잡는 대신 여러 가지 보완책을 고안했습니다. 지정 진료비, 상급 병실료 등의 제도가 도입되었습니다. 의사들은 비급여 진료를 늘렸습니다. 의약분업이 시행되기 전에는 의약품을 통해서도 어느 정도 손실을 보전할 수 있었습니다.
의사들은 잘못된 건강보험제도를 고칠 것을 정부에 요구했지만, 기형적인 의료 시스템은 여러 보완책의 존재 하에 어떻게든 유지되었습니다.
2000년에 의약분업이 시행되기 전, 병의원은 진료뿐만 아니라 약까지 조제하였습니다. 의약분업이 된다는 것은, 곧 의사가 더는 의약품을 통해 손실보전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원가 이하의 낮은 건강보험수가를 다른 방법으로 견뎌오던 병의원이 더는 존속하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진료비를 크게 올려주며 의사를 달랬지만, 건강보험공단의 적자가 지속하자, 정부는 언제 진료비를 올렸냐는 듯, 다시 진료비를 원상 복구시켰습니다.
의사들은 이때도 잘못된 의료 시스템을 고칠 것을 정부에 강력하게 요구했습니다.
진료하면 할 수록 적자가 나는 저수가 구조는 1977년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습니다.
고질적인 저수가 체계 아래에서 수익을 낼 방법은 비보험 시장(피부 미용 등)을 넓히거나 박리다매로 최대한 많은 환자를 보는 방법뿐입니다. 기피과는 이러한 방법으로 수익을 내는 게 불가능하기에 기피과의 기피는 더욱 악화될 뿐입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법은 옛날부터 지금까지 동일합니다. 진료를 보면 볼수록 적자가 심화되는 기형적인 수가를 바로잡는 것입니다.
2020년, 정부는 의사 증원, 공공의대 신설, 첩약 급여화, 원격 의료를 위시한 여러 가지 정책안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법은 결코, 기형적인 의료 시스템을 극복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의료 시스템의 붕괴를 가속할 뿐입니다.
문제의 본질은 같습니다. 진료를 할 수록, 적자가 나는 기형적인 저수가 제도. 그것을 해결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입니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의사들이 말하는 건 똑같다. 항상 '수가'를 올려달라고 할 뿐이다."
네, 항상 같은 말을 합니다. 한 번도 그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 어떤 이는 이런 말을 합니다.
"수가를 올려달라고 파업을 하는 것으로 보아 결국 밥그릇 싸움이다." 라고요.
저희는 1989년부터 꾸준히 기형적인 수가를 해결해달라고 목소리를 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도 수가 협상은 매번 결렬되었지요.
20년 만의 대대적인 의사와 의대생의 단체 행동입니다. 단순히 밥그릇 싸움이라면, 지난 10년동안 수가 협상이 결렬되었을 때 저희는 왜 대대적인 파업을 하지 않았을까요?
저희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입니다.
지속가능한 의료환경, 그것이 저희가 바라는 전부입니다.
이를 위한 해답은 명백합니다. 언제나 같습니다.
진료하면 할수록 적자가 나는, 기형적인 의료 시스템의 개선.
적어도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이 그 해답이 되어서는 안 되겠지요.
무엇이 문제일까요? 또, 무엇이 문제의 해결 방안이 될까요?
여러분과 함께 이 책에서 그 답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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