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에서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을 역임한 박기영 교수가 한국 과학기술정책의 나아갈 바를 정리한 책.
거대한 기술진보가 혁명처럼 밀려오고 있는 이때, 한국의 과학기술정책 축적은 매우 미비한 것이 사실이다. 한국의 과학기술정책은 선진국에서 호평을 받은 정책들을 많이 모방해서 섞어놓은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므로 제대로 작동될 리 없다. 한국의 최근 경제성장은 지식 창출과 시스템의 경쟁력에 의한 혁신주도형 성장이라기보다는 신자유주의 물결과 함께 비용절감을 통한 효율주도형 성장에 머물고 있어 성장 또한 한계에 달했다는 지적이 많다.
우리는 엄청난 기술진보 앞에서 한국사회가 지나치게 황폐화하지 않도록 사회적 합의를 얻고 공존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일을 하면서 자아를 성취하고 행복과 희망을 찾아나가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기존의 철학을 바꾸고 새로운 틀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부분에서 각자의 이익을 양보하고 서로가 논의하고 실천하는, 공정한 분배를 기본으로 하는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
“미래를 가장 정확하게 예측하는 방법은 우리가 그 미래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 책의 출간이 대한민국호의 출항을 알리는 힘찬 뱃고동 소리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이 책을 통해 함께 미래를 만듭시다.”
- 문재인(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한국인의 성숙한 지혜를 믿고 싶어 이 책을 썼다는 저자의 말이 큰 울림으로 남았습니다. 이 책은 제4차 산업혁명에 관한 정책과 공약들이 놓치고 있는 문제들을 짚어줍니다. 우리가 새로운 번영과 화합의 꽃을 피우는 데 이 책이 좋은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 안희정(충청남도 도지사)
거대한 기술진보가 혁명처럼 밀려오고 있다
새로운 성장전략을 논의해야 한다
오늘날 우리는 소위 제4차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거대한 기술진보의 파고 속에 살고 있다. 현재의 기술적 급변을 무엇이라고 지칭하든 기술변화 그리고 이로 인한 인간의 삶과 사회의 양식이 크게 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한국노동연구원의 발표에 의하면 한국에 있는 직업 중 52%가 20년 내로 사라질 확률이 90% 이상이라고 한다. 그만큼 로봇이나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직업이 많고, 제2차 산업혁명의 상징인 컨베이어 조립라인으로 이루어진 대량생산체제는 3D 프린팅 제조 방법의 도입으로 많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IoT 분야에서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분야는 제조업, 건강의료, 공공서비스, 에너지 분야 등으로 예측된다. 급변하는 기술진보에 맞는 새로운 성장전략을 논의해야 할 때이다.
과학기술정책 전문가인 저자는 이 책에서 기술진보의 내용을 고찰하고, 한국사회에서 성장동력과 과학기술 경쟁력의 제고를 가로막는 적이 무엇인지를 짚으며, 성장 및 과학기술정책 관련한 역대 대통령 공약의 흐름을 비교하고 지금 우리가 나아갈 바를 모색한다.
한국사회에서 과학기술 경쟁력을 저해하는 것은 무엇인가
한국사회에 필요한 성장모델 만들기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산업 시대의 몰아주기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분권과 분산을 위한 개혁과 공유와 공존의 패러다임을 채택하는 과학기술 민주화이다. 그러나 현재 정부정책은 산업화 성장전략 수준에 머물고 있다. 산업정책과 과학기술정책은 한국정부가 산업화를 시작했을 때 정부 주도로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연구소를 짓고 기술개발을 하던 초기 정책과 크게 변하지 않았다.
과학기술정책은 바로 개별적인 주체들의 경쟁력과 혁신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정책이 설계되어야 한다. 국가 주도로 특정 분야의 연구개발사업을 만들어 지원하는 정부 주문형 과학기술정책 시대는 이미 종말을 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산업 육성에서 빠르게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니까 한국정부는 더욱더 산업 분야를 선택하여 집중 육성하고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으며, 연구자들은 정부 주문에 따라 메뉴 바꾸기에 바쁘다.
‘대박’은 새 메뉴를 처음 개발하는 데서 나는 것이지 ‘대박’ 난 식당 메뉴를 흉내 낸다고 해서 원조 식당을 이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만들어낸 주문에 원조가 드물지만 눈치 빠른 연구자는 유사한 메뉴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리고 식당도 차린다. 그러나 정부와 연구자가 만든 흉내 낸 메뉴는 막상 팔아보면 인기가 별로 없다. 연구자들은 정부의 잦은 주문 변화에 피로감이 더해진다. 연구 실무를 맡고 있는 대학원생들은 연구로봇이 되어가고 있다. 창의력이 자라나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기업에서는 활용할 기술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기술개발을 하겠다고 기초연구부터 시작해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한국은 GDP 대비 연구개발 투자 세계 1위 국가가 되었다. 정부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연구개발에 투자를 했음에도 왜 연구자들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느냐고 볼멘소리를 한다. _ 26쪽(서장)
과학기술의 접근은 공평하고, 결실의 분배는 공정해야 한다
각종 비효율과 불공정의 사례를 돌아보고 국민의 희망으로 새 패러다임을 바라보자
미래 시대에 필요한 것은 정부가 관제탑 역할을 하는 컨트롤타워보다는 국가의 재원을 어떻게 사용하여 혁신을 이끌어내고 국가의 인적·물적 자원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사결정구조, 즉 아래로부터의 의견이 존중될 수 있도록 과학기술정책의 합리적 의사결정구조를 구축해내는 것이다. 또한 국가의 재원이 필요에 의해 결집되고 혹은 분산될 수 있도록 실제 작동하는 시스템적인 혁신생태계가 갖춰져야 한다. 또한 경쟁이 이루어질 부분과 보호되어야 하는 비경쟁적 부분이 구분되어 지원되는 의사결정구조도 필요할 것이다. 특히 비시장적 영역에서 공공행정의 역할이 제대로 작동하는 행정 구조도 중요하다.
저자는 제I부, 제II부에서는 과학기술의 진보와 그 형태 그리고 한국 과학기술성장 정책의 실상과 나아갈 방향을 논의하고, 제III부와 제IV부에서는 각론으로서 한국의 현 상황을 디테일하게 지적하며 의견을 제시한다. 제III부에서는 한국의 산업 경쟁력과 고용의 문제, 제IV부에서는 한국의 과학기술 경쟁력 상태를 분석하여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나아갈 방향으로 ‘고용친화적 포용적 혁신성장’을 말한다. 이는 물론 공평과 공정에 기반을 두어야 하는 것이다.
한국의 산업 경쟁력, 기술 수준의 현상태
산업 부가가치 측면에서 보면 한국은 1980년대의 10년 동안 1970년대보다 4.3배의 매우 빠른 산업성장을 이룩했다. 1990년대에는 외환위기를 겪는 등 성장이 지체되기도 했으나 2000년대에는 산업 부가가치 성장이 다소 회복되었다. 그러나 2010년대에 들어서 성장속도가 늦어지고 있다. 특히 2011년 대비 2013년도는 산업 부가가치 성장률이 1.08%로서, 제조업 부활을 추진했던 미국의 1.09%보다도 0.01%p가 낮았다. 물론 일본은 더욱 낮아서 0.83%를 기록했다. OECD 국가 내에서 산업 부가가치 생산액 규모를 보면, 한국은 국내 창출 부가가치 수출액 규모가 3580억 달러로서 10위 수준이다. 이는 산업성장 시기에 성공적으로 작동했던 대기업 중심의 효율 주도 산업성장 전략이 한계점에 도달했으므로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혁신성장 전략을 채택해야 함을 시사한다.
한국은 제조업 등 산업 성장력이 세계적이며, 부가가치의 제조업 편중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 주요 산업은 부가가치 비중과 고용 비중이 미스매치를 보인다. 제조업 대형 사업장의 고용 감소폭이 크고, 제조업 소형 사업장의 부가가치와 임금의 하락폭이 크다.
한국의 노동, 고용의 현상태
한국은 역시 ICT 산업에서 성장의 동력을 찾아야 하는데, 한국의 ICT 산업은 불균형적으로 성장한 것이 사실이다. 규제정책과의 공생으로 정보서비스산업 발전이 지체되었다. 또한 한국의 제조업은 고용절약형으로 성장하면서 고용 비중이 지나치게 절약되었다.
고용절약으로 생산성 향상을 유도하는 등, 고용기피형 대기업 성장에 사회가 너무 자비로웠다. 이러한 고용절약형 성장이 경제적 불평등 심화의 원인이다. 한국 제조업은 고용의 질을 악화시키면서 성장했고, 이에 따라 비정규직 고용이 계속 늘어나고 임금 불평등도가 심화되었다. 고용 탄성치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성장 없는 고용’이 가시화되고 있으며 일자리가 없는 국민의 고통이 심화되고 있다.
그리고 한국의 기술 숙련도는 고수준이라 할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높은 교육열과 근면함으로 기술발전이 중간 수준으로는 도달했지만 고도화 수준이라고까지 말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기술혁신을 위한 노동시장 활성화 투자가 미흡하며, 노동시장 지원 프로그램이 빈약하다.
ICT의 경쟁력을 위해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한국의 경쟁력은 역시 ICT에서 나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성이 분출하는 문화적 토대가 필요하다. 한국의 산업성장은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유형에 맞춰 범용 제품으로 성공한 방식이다. 그러나 앞으로 세계 시장에서는 범용 제품 수출로 성공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내수 시장 중심으로 성장할 것이며 국가 간 보호주의 장벽도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세계를 제패하는 단일 공장은 성립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생산과 소비가 분산되고, 양보다는 질로 승부가 결정되는 다품목 소량사회, 다양성의 사회로 전환되리라 예측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규제의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절차의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과 정보공개 절차 규정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정하여 강화하고 참여자의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도록 유도하는 경쟁의 법칙과 원칙을 정해 이를 위반할 경우 강력하게 처벌하도록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등 사후 규제적 패러다임을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 과학기술역량의 현상태
한국은 국가 연구개발 투자가 지속적으로 확대되었다. 국가 연구개발 투자는 세계 최고 수준이며, 민간 재원의 연구개발 투자가 크게 증가했고 기업체의 기초연구 투자도 증가했다. 그뿐 아니라 정부 연구개발 투자도 증가했다. 정부 연구개발 투자 GDP 비중은 세계 최고이다.
정부 연구개발 사업 배분구조를 보면, 최근 고액(2억 원 이상) 연구과제 비중이 크게 증가했으나 정부 지원을 받는 연구자 수는 소폭 증가에 그쳤다. 연구성과의 양적 성장은 정체 수준인 반면 우수 연구자의 논문 성과는 크게 성장했다.
대학의 연구개발 투자를 살펴보면, 아직 혁신체제 발달이 미흡하다고 할 수 있다. 대학의 연구개발 투자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며, 대학의 기초연구 투자가 취약해지고 있다. 대학의 R&D 투자의 정부 의존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창의적인 기초연구 투자가 너무 낮기도 하다. 정부 연구개발 사업에서 자유공모형 기초연구 투자가 매우 낮고, 정부 연구개발 사업에서 기획과제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것이다.
한편 기업을 보면, 기업의 R&D 투자가 크게 확대되었고 기업의 기초연구 투자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 기업 R&D 투자는 상위 대기업 및 소수 품목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중요한 것은 연구개발비 투자의 효율성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는지, 그리고 그로써 효과적인 성과를 도출하여 혁신과 연결시킬 수 있는지 여부이며, 또한 기술 확산에 활용하는 혁신 시스템의 경쟁력이 확보되어 있는가의 문제이다.
과학기술 공공성 제고를 통한 포용적 혁신성장을 기대하다
미래를 가장 정확하게 예측하는 방법은 우리가 그 미래를 만드는 것
우리는 아직 한국이 후발주자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신호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반성해야 한다. 산업성장 시기부터 중구난방으로 도입한 백화점식 정책으로 어중간한 위치에서 안주하고 있는 비효율성을 걷어내야 한다. 관 주도 기획성장과 정경유착으로 위기를 덮어주는 관행과 부패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까지의 연구개발 체제를 전면적으로 개편하기 위해서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과학기술의 공공성을 찾아나가는 것으로부터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연구 현장을 뒤흔들어놓는 구조적 변화로 연구 현장을 더 불안정하게 만들기보다는 연구개발 정책의 철학을 전면적으로 개편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보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