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민주주의란 무엇일까. 선거는 잠깐의 기분전환에 불과한가. 일상에서 사실상의 신분제 사회를 살아내는 평범한 사람들은 선거 국면에서 갑자기 이 나라의 주인으로 호명된다. 정치인들은 시민들의 대리인을 자처하며 솔깃한 공약들을 쏟아낸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아무튼 이것저것 다 하겠습니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고 나면 그뿐. 이제 공약의 운명은 정해져 있다.
공약은 대개 수정되고 폐기되며 심지어는 아예 거론조차 되지 않는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선거인가. 무엇을 위한 공약인가. 저자는 정치에 대한 냉소와 환멸을 자아내는 공약파기의 사례들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지난 10년의 보수정권 아래에서 일어난 블랙 코미디 같은 거짓말들을 구체적인 데이터에 기반하여 차분하게 응시한다.
정치에 대한 냉소와 환멸을 자아내는
공약파기의 사례들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손석희JTBC 보도 담당 사장 추천!
“공약집을 읽어보는 유권자는 많지 않다. 아마 후보 자신도 꼼꼼히 읽어보지 않는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까지 현실에서 무시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우리에게 민주주의란 무엇일까. 선거는 잠깐의 기분전환에 불과한가. 일상에서 사실상의 신분제 사회를 살아내는 평범한 사람들은 선거 국면에서 갑자기 이 나라의 주인으로 호명된다. 정치인들은 시민들의 대리인을 자처하며 솔깃한 공약들을 쏟아낸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아무튼 이것저것 다 하겠습니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고 나면 그뿐. 이제 공약의 운명은 정해져 있다. 공약은 대개 수정되고 폐기되며 심지어는 아예 거론조차 되지 않는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선거인가. 무엇을 위한 공약인가. 저자는 정치에 대한 냉소와 환멸을 자아내는 공약파기의 사례들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지난 10년의 보수정권 아래에서 일어난 블랙 코미디 같은 거짓말들을 구체적인 데이터에 기반하여 차분하게 응시한다.
민주주의, 선거, 그리고 공약의 풍경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란 공기와 같은 것이어서 그 시스템을 어지럽히는 어느 누구도 시민의 대표자, 국민의 대표자가 될 수 없다. 만약 권력의 행사가 다수의 주권자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음지에서 은밀히 이루어진다면, 그 비정상적인 행태가 모두에게 알려지는 순간 사태가 어떻게 전개되는지는 2016년의 광장이 또렷이 증명했다. 민주적 주권자들은 광장에서 서로의 존재를 열씬 흥분 속에서 확인했으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되뇌고 또 되뇌었다. 그런데 그렇게 재확인한 민주적 권력이란 과연 무엇이고 그것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할까.
이 책은 우리의 민주주의가 1987년의 경이로운 직선제 쟁취 이후 놓치고 있는 ‘공약’에 주목한다. 공약의 준수와 검증은 사실 대의민주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선거에서 후보자들이 내거는 공약이 그저 그때의 말뿐에 불과하다면, 국민들이 행사하는 민주적 권력이란 단지 잠시의 이벤트에 지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이 나라의 주인으로 불리는 것은 선거 때뿐이고, 그 나머지의 시간 동안에는 소수의 정치/경제/사법 엘리트가 주인 행세를 하는 것이 우리 민주주의의 현주소가 아니던가. 그러한 오도된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 지난 2016년이었다.
저자는 지난 두 보수정권이 약속한 수많은 공약들이 얼마나 허망하게 파기되었는지를 상세하고 집요하게 추적한다. 공약처럼 위장한 ‘반값등록금’ 주장에서부터, 오락가락하며 신뢰 상실을 자초한 ‘무상보육’ 공약, 후퇴에 후퇴를 거듭한 ‘기초노령연금’ 공약, 주택 정책 실패로 결국 잔뜩 쌓여버린 ‘가계빚’, 선거 후에 흐지부지된 ‘경제민주화’ 공약에 이르기까지 어쩌면 우스꽝스럽기마저 한 공약파기의 사례를 풍부하게 보여준다. 이를 통해 저자는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 일상의 민주주의가 실은 공약이라는 간단한 장치로부터 비롯된다는 기본 상식을 조용히 환기한다.
“공약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누가 모르나요?”
1987년부터 헤아려보면 한국 사회의 직선제 경험이 올해로 30년째다. 그전의 체육관 간접선거에 비춰보면 ‘직접선거제도’ 그 자체로 한국 민주주의의 획기적인 진전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후 ‘투표’ 이상으로 민주주의 경험이 심화되지 못했고, 사람들은 점점 더 선거를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잃어갔다. 이는 대의민주주의에 있어 심각한 위기 증세임에 틀림없다. 실제로 저자는 이 책을 집필하기로 했을 때, 가장 먼저 주변의 자조적인 질문에 맞닥뜨렸다. “공약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누가 모르나요?”
그러나 저자가 보기에 이러한 태도는 한국 정치가 바로 서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공약은 정치인이 당선을 염두에 두고 이행할 정책에 대한 약속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민주적 정당성의 핵심 내용을 이룬다. 만약 공약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면, 선거는 권력투쟁 혹은 인기투표의 수준으로 전락하게 된다. 따라서 일단 제시된 공약은 검증되고, 이행되며, 검토되어야 한다. 이때 정치인은 이런 활동들이 가능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공약을 제시해야 하고, 언론은 국민을 대변해 정치보도의 중심에 공약을 가져다 놓아야 한다.
이 책은 그 기본의 자리에서 지난 두 보수정권의 공약들을 살펴본다. 그것이 자아내는 풍경은 블랙 코미디처럼 씁쓸하기만 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모든 노인들에게 매달 20만 원씩 지급하겠다는 공약으로 50, 60대에게서 높은 지지율을 얻어 당선되었지만, 그 이후 해당 공약을 대폭 후퇴시킴은 물론 아이러니하게도 노인층 공약을 반도 지키지 못했다. 그리고 오늘날 대한민국은 ‘노인빈곤율의 압도적 세계 1위’라는 불명예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다.
그나마 그가 이명박 대통령처럼 “그런 공약을 한 적 없습니다”라고 발뺌하지 않았던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 반값등록금 주장을 마치 공약인 양 눈속임해서 선거 당시 청년층의 호응을 얻고는, 막상 훗날 실제적인 공약이행을 요구받자 “그런 공약을 한 적 없다”고 물러섰다. 이런 뻔뻔한 태도는 공분을 사서 대규모 집회 시위로 이어지기까지 했다. 물론 정치인의 교활한 술수를 언론이 검증했더라면 상황이 좀 나았겠지만, 불행히도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집을 직접 확인해서 보도한 언론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저자는 이처럼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파기한 여러 분야의 공약들을 구체적인 데이터에 기반해 전반적으로 추적한다. 이때 분명하게 확인되는 것은 정치인이, 언론이, 그리고 우리 사회가 얼마나 공약을 가볍게 여기는지 하는 것이다. ‘보육대란’ 사태는 이를 잘 보여준다. 2007년 당시 이명박 후보는 대통령 선거에 즈음해 한 어린이집을 방문한 자리에서 ‘무상보육’을 파격적으로 약속했다. 유아의 보육료나 출산 비용을 ‘전액’ 국가가 지원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무상보육 정책은 물론 높이 평가할 만한 것이지만, 문제는 말을 너무 쉽게 뒤집어버린 데 있다. 대선 공약집에는 정작 ‘전액’이라는 문구가 일관되게 빠져버렸던 것이다. 몇 년 후 곡절 끝에 이른바 ‘무상보육’ 법안이 통과되었지만, 정책 결정권자의 의지가 확고하지 않았기에 세심한 고려나 예산 계획이 따라주지 않았다. 그 결과 박근혜 정권 들어서도 예산이 문제가 되어 ‘보육대란’ 사태가 초래되었고, 이는 아직도 잠재적인 불씨로 남아 있다. 만약 정책 결정자가 진정으로 공약을 무겁게 여기고 충분한 준비를 했다면, 아이 있는 집 부모들이 그렇게 난처하게 되는 일은 일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실은 이런 난처함은 다른 공약들 전반에 걸쳐 공통되게 나타나는 현상이며,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가 한 단계 성숙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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