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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어떻게 말을 하게 되었을까 : 언어의 흔적을 찾아 자연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시간여행 (9회 대출)

자료유형
단행본
개인저자
Berger, Ruth, 1967- 김희상, 역
서명 / 저자사항
사람은 어떻게 말을 하게 되었을까 : 언어의 흔적을 찾아 자연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시간여행 / 루트 베르거 지음 ; 김희상 옮김
발행사항
서울 :   알마,   2014  
형태사항
391 p. ; 23 cm
원표제
Warum der Mensch spricht : eine Naturgeschichte der Sprache
ISBN
9791185430119
일반주기
부록: 계통 나무 정글가이드 : 한눈에 보는 화석 이정표  
서지주기
참고문헌(p. 349-386)과 색인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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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정보

No. 소장처 청구기호 등록번호 도서상태 반납예정일 예약 서비스
No. 1 소장처 중앙도서관/제2자료실(3층)/ 청구기호 417.7 2014 등록번호 111714429 도서상태 대출가능 반납예정일 예약 서비스 B M

컨텐츠정보

책소개

인간은 어떻게 언어를 쟁취했을까? 언어는 <창세기>에 나온 것처럼 하늘이 인간에게 내린 선물일까? 아니면 인간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우연한 돌연변이를 겪어 나타난 산물일까. 이 책은 ‘~론’ 자가 붙는, 끝나지 않는 논쟁을 다루려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의 저자 루트 베르거는 창조론은 일단 차치해두고, 인류의 원시 역사로 거슬러 올라가 언어의 발생 과정을 하나하나 확인해보고자 한다.

언어의 발생 지점을 찾아 과거로 떠나는 여행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언어 발생과 관련한 다양한 가능성들을 엿보게 된다. 어떤 가능성은 생물학적인 것과 관련이 있고, 어떤 가능성은 고고학이나 신경과학 혹은 화석인류학, 해부학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인간만이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유일한 동물일까?
언어는 하늘이 내린 선물일까, 아니면 진화가 빚어낸 결과일까?


[기획의도]

인간은 언어라는 최고의 무기를 어떻게 갖게 되었나


언어를 사용할 줄 안다는 것, 이것은 단순히 의사소통의 편리함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언어는 그 어떤 것보다도 강력한 무기로 작용해왔다. 이 무기를 가진 동물은 비슷한 특징을 가진 다른 동물들을 밀어내고 결국 지배적인 위치에 올라섰다.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지구의 자연역사에서 획기적이고 충격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오늘날 언어를 쟁취한 인간을 두고 최고의 영장류라 일컫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떻게 언어를 쟁취했을까? 언어는 <창세기>에 나온 것처럼 하늘이 인간에게 내린 선물일까? 아니면 인간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우연한 돌연변이를 겪어 나타난 산물일까. 이 책은 ‘~론’ 자가 붙는, 끝나지 않는 논쟁을 다루려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의 저자 루트 베르거는 창조론은 일단 차치해두고, 인류의 원시 역사로 거슬러 올라가 언어의 발생 과정을 하나하나 확인해보고자 한다. 언어의 발생 지점을 찾아 과거로 떠나는 여행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언어 발생과 관련한 다양한 가능성들을 엿보게 된다. 어떤 가능성은 생물학적인 것과 관련이 있고, 어떤 가능성은 고고학이나 신경과학 혹은 화석인류학, 해부학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저자는 “탐정 놀이를 하듯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짐작해가며 그림을 그려보기 위해” 생물학에서부터 신경과학, 고고학, 화석인류학에 이르기까지 가능한 한 많은 연구 성과들을 언급하고 도움을 받는다. 그는 왜 유인원이 말을 배우는 데 어려움을 겪었는지, 화석 유골인 ‘호모에렉투스’의 언어 능력은 어느 정도였는지, 더 나아가 선천적으로 타고난 언어 규칙이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하는지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학문적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풀어놓는다. 이 책은 과거와 현재를 막론하고 다양한 학문의 가장 중요하고 흥미진진한 연구 성과를 한자리에 모아 현재 언어 연구가 처한 상황을 정리해보려는 시도의 산물이다.

언어와 관련한 다양한 논쟁 속에서 언어 발생의 단서를 찾다


저자는 오늘날 인류가 사용하는 언어의 본류를 따라 역추적하기도 하고, 동물이나 인간의 행태 실험 결과를 가지고 다양한 언어 발생의 가능성을 추측해보기도 한다. 신경과학이나 유전학 또는 원시인 연구(인류고고학 또는 화석인류학) 성과를 이용하기도 하는데, 최근 10~15년 사이에 이 분과 학문들에서 전혀 새로운, 또는 일부 충격적인 발견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대부분 언어의 기원에 의미심장한 암시를 주는 이러한 연구 성과들을 바탕으로 저자는 그동안 진행되었던 중요한 논쟁들을 소개하고, 그 논쟁이 어떤 식으로 퇴보하거나 발전해서 다른 논쟁의 씨앗이 되었는지 말해준다. 가장 먼저 언급하는 대표적인 논쟁은 언어능력은 타고나는 것인지, 아니면 학습을 통해 길러지는 것인지에 관한 것이다.
20세기 중반만 하더라도 언어능력을 본능보다 문화 작품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했다. 인간이 에스페란토(자멘호프라는 폴란드인이 창안해낸 인공 언어)나 볼라퓌크(1879년 독일인 목사 슐라이어가 구상한 첫 번째 근대적 국제 언어) 같은 새로운 인공 언어를 만들어내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고, 청각을 잃은 사람들이 쓰는 수화 역시 인간이 새롭게 구상해낸 언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최근까지 학계를 지배해온 것은 촘스키의 보편문법 이론이었다. 즉 모든 인간은 언어의 문법을 지배하는 요소를 가지고 태어난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촘스키의 이 주장에 대한 여러 반대 사례를 소개하면서 새로운 연구자들이 언어가 선천적인지, 아니면 환경 때문에 발생한 것인지에 관한 물음의 답을 다시 찾아야만 했다고 말한다. 새로운 연구자들은 개와 앵무새, 침팬지 들이 문법 구조를 이해할 수 있는지 혹은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지 다양한 방법으로 실험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단순한 동물 실험만이 아니라 인간과 동물의 발성기관 구조나 호흡 문제를 비교하거나 화석 유골을 해부학적으로 분석해 언어와의 연관성을 찾아내려는 연구도 끊임없이 시도되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인간 뇌에서만 작동하는 언어기관이 과연 따로 있는 것인지에 대한 논쟁으로까지 화두가 이어졌다. 몇 대에 걸쳐 유전적인 언어장애를 겪고 있는 브라운 가문의 사례를 통해 뇌 안에 어떤 기관이 언어와 관련이 있는지 밝혀내고자 수많은 연구와 실험이 수행되었던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연구가 아직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그동안 언어의 기원을 밝히려는 수많은 연구의 역사를 자세히 소개하고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언어가 낳은 자식이다


저자는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시험관이 가득 들어찬 실험실”을 둘러보거나, 빙하기의 동토를 거치며 “인간 두뇌의 곳곳”을 환히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여행 도중에 회색 앵무새나 짚신벌레, 호모에렉투스(신생대 제4기 홍적세를 살았던 화석인류로 직립 인간이라는 뜻이며 아프리카를 떠난 최초의 인간)를, 그들의 기묘한 언어를 만나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인간은 ‘언어’가 낳은 자식이라고 정의하며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이제 몇 가지 확신을 가지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언어는 인간 진화의 끝이 아니라 진화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그만큼 언어는 우리 미래에 엄청난 의미를 가진다. 정신이 언어를 배운 덕분에, 언어가 두뇌를 빚어내는 데 참여한 덕분에, 우리는 원숭이에서 인간이 되었다. 언어는 우리가 깨인 정신을 갖도록 만들었으며 우리의 일반적인 지능을 키웠다. 언어는 인류의 특징인 특별 재능을 선물했다.”

이 여행의 끝에서 독자들은 언제 인류의 선조가 말을 하기 시작했는지, 그 처음은 어떠했는지 그리고 현재의 모습은 어떠한지, 미래는 어떠할지 확고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책 속으로]

1장 동물, 인간 그리고 유전자
인간은 헤르더(18세기 독일을 대표하는 사상가로 인류사와 언어 문제를 깊이 있게 연구한 철학자-옮긴이)가 주장했듯이 타고난 본능, 즉 자연적인 ‘언어 본능’을 가졌을까? 아니면 언어는 문화가 만들어낸 것으로, 이를테면 농업이나 증기기관 같은 것일까? 칸트는 언어를 문화의 산물이라고 봤다.
20세기 중반만 하더라도 언어를 본능보다는 문화 작품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했다. 근거는 충분했다. 에스페란토(자멘호프라는 폴란드인이 창안해낸 인공 언어-옮긴이)나 볼라퓌크(1879년 독일인 목사 슐라이어가 구상한 첫 번째 근대적 국제 언어-옮긴이) 같은 새로운 인공 언어를 만들어내는 데 아무런 어려움도 없었기 때문이다. 청각을 잃은 사람들이 쓰는 수화 역시 인간이 새롭게 구상해낸 언어다. 이렇게 볼 때 언어 전체를 일종의 발명품으로 보지 않을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한번 상상해보자. 어느 날 어떤 영리한 사람이 소리로 의사소통을 더 쉽게 할 수 있지 않을까 궁리해보았으리라. 어떤 소리는 ‘물’을 나타내고, 어떤 소리는 ‘매머드’를 지칭한다는 식으로 말이다. 집단의 성원들이 이 두 약속을 모두 숙지했다면 사냥을 위해 정찰을 나갔던 사람이 마을로 돌아와 이렇게 외칠 것이다. “물, 매머드!” 그럼 모두가 물을 마시러 강가에 모여든 매머드 무리를 사냥하기 위해 뛰어나간다. 이런 식의 약속은 여러모로 편리했기 때문에 빠르게 전파되었고, 계속해서 섬세하게 다듬어진 끝에 오늘날 우리가 쓰는 언어가 생겨난 것이 아닐까._15~16쪽

안타깝게도 이내 침팬지는 개와 마찬가지로 인간 언어의 발성을 거의 흉내 내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침팬지는 근본적으로 다른 동물을 상당히 잘 ‘흉내 낸다’. 이는 아마도 ‘거울 뉴런’ 덕분인 것으로 보인다. 거울 뉴런은 인간은 물론이고 원숭이까지도 손가락 운동과 상대의 얼굴 표정을 그대로 따라 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그러나 언어의 경우에는 침팬지의 모사 능력이 발휘되지 않는다. 침팬지는 집중적인 훈련을 해도 그저 막연하게 한숨 쉬듯이 “헤” 또는 “에”라고 하는 것 이상을 발음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이제 사정은 분명해졌다. 침팬지 새끼는 인간 아이와 달리 발음이 또렷하게 구분되는 언어를 구사할 능력이 없다. 이게 발성기관 탓일까? 원숭이는 성대 옆에 공기주머니를 가지고 있는데 이 주머니가 크게 소리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물론 이것만이 유일한 차이는 아니다. 신경과학자이자 언어학자인 필립 리버먼은 1960년대 말에 다양한 유인원의 목구멍을 연구했다. 그에 따르면 유인원은 구강해부학적으로 볼 때 중요한 어휘를 똑똑히 발음할 수 없다. 물론 이런 주장은 그동안 많은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다_41쪽

2장 말하는 유골

과연 네안데르탈인은 이런 울림통을 가지고 있었을까? 이걸 어떻게 하면 알아낼 수 있을까? 혀와 기도, 성대, 목구멍처럼 부드러운 부위는 쉽게 부패하기 때문에 저 먼 옛날의 원시인에게 남아 있을 턱이 없다. 그렇지만 리버먼은 해부학자 크렐린과 함께 유골로 후두의 위치를 찾아낼 수 있으리라는 발상을 실천에 옮겼다. 두개골 아래쪽을 살피려고 마음먹은 것이다. 크렐린과 리버먼은 몇 번의 비교 끝에 후두가 깊이 자리 잡을수록 두개골 아래쪽에 각이 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신생아와 원숭이의 턱은 평평하다. 이로 미루어 네안데르탈인의 형상을 재구성해볼 수 있었다. 리버먼은 뉴욕 자연박물관에 소장된 라샤펠로생(La Chapelle-aux-Saints, 프랑스의 지명으로 1990년대 초 이곳에서 네안데르탈인의 화석이 발견되었다-옮긴이)의 두개골 탁본을 구입해 크렐린에게 가져다주었다. 이 유골은 약 6만 년 묵은 것이었다. 네안데르탈인의 두개골을 아래서 관찰한 크렐린의 첫 촌평은 이랬다.
“그는 큰 아기로군요(He’s a big baby).”
실제로 네안데르탈인의 턱 부위는 평평했다. 그래서 리버먼과 크렐린은 후두가 아기와 마찬가지로 목의 윗부분에 자리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렇게 본다면 목구멍은 매우 작았으리라. 그리고 또다른 특징이 눈에 띄었다. 그것은 네안데르탈인의 튀어나온 안면이다. 코와 턱은 우리처럼 이마의 선을 중심으로 그 아래 있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돌출했다. 네안데르탈인은 우리보다 훨씬 더 긴 구강을 가졌지만 그 대신 목구멍이 아주 짧았던 것이 분명해 보인다. 몹시 흥미로워지는 대목이다._95쪽

유전학은 아직 어떤 유전자 또는 유전자들이 호흡 조절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지 못한다. 런던의 여성 인류학자이자 원시인 연구가인 앤 맥라넌은 고전적인 해부학의 도움을 받아 결정적인 발견을 해냈다. 모든 동물은 신경을 통해 호흡 근육을 통제한다. 이 신경은 배에서 흉곽으로 이어지는 등뼈에 자리를 잡고 있다. 두드러지는 점은 인간 흉추의 신경관이 원숭이의 신경관보다 훨씬 더 크다는 사실이다. 맥라넌은 이 신경계 자체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봤다. 실제로 인간의 경우 이 긴 신경관 덕분에 많은 작용이 일어난다. 인간의 호흡 통제가 훨씬 더 복잡하며 신경학적으로 더욱 까다로운 것은 조금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우리 선조는 이 신경관을 언제부터 가지게 되었을까? 맥라넌은 인류의 계통 나무에서 여러 종이 같은 등뼈를 가진 것으로 추정했다. 여기서 가장 어려운 일은 실측해볼 실물을 얻어내는 것이다. 원시인의 경우 완전히 남은 유골, 그러니까 등뼈가 보존된 유골을 찾아보기란 거의 무망한 일이다. 믿을 만한 측정 자료를 얻어내기에는 유골의 상태가 너무도 열악했기 때문이다.
맥라넌은 인류의 직접적인 선조일 가능성이 높은 원시인, 그러니까 비틀거리기는 했을지라도 직립보행을 한 오스트랄로피테쿠스부터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 종의 화석은 아주 많다. 400만 년 전에서 250만 년 전까지 아프리카에 아주 널리 퍼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이들의 등뼈는? 맥라넌은 이들의 신경관 크기가 오늘날의 원숭이 정도라는 점을 밝혀냈다. 그러니까 한 가지 사실은 분명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우리처럼 말하지 못했다.
이런 연구 결과는 기대한 대로였다. 분명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똑바로 서서 걸었으며 치아 역시 침팬지 계통이 아니라 인간 계통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두뇌는 오늘날의 원숭이보다 더 크지 않았다_107~108쪽

3장 정신의 지문

호모사피엔스보다 훨씬 더 이전의 원시인이 이미 상징적으로 생각할 줄 아는 능력을 가졌으리라는 심증을 굳히는 방증은 많다. 물론 이런 증표들이 나중에 생겨난 벽화나 장신구처럼 확실한 설득력을 주지 못한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풍부한 상상력과 집단의 신화적 전통이 몇만 년이라는 세월을 끄떡없이 견뎌낸 동굴벽화에 모두 담길 수는 없다. 그리고 동굴에 벽화를 남긴 자연 부족은 극히 소수에 지나지 않으며 다른 많은 부족의 역사와 제례 의식과 노래도 분명히 존재했다. 다만 고고학자들이 여기에 접근할 길이 막막한 것뿐이다. 깃털 장식이나 나무를 깎아 만들거나 다른 식물 재료를 쓴 마스크와 의상, 문신은 오랜 세월을 거치며 썩거나 풍화되어 사라졌다. 제례를 올리기 위한 공예품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 용품도 마찬가지다. 토탄으로 방부 처리를 한 몇몇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호모사피엔스 시대 이전에 만들어진 목기는 남아 있지 않다. 그렇다고 그 이전의 원시인이 돌만 다듬어 썼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나무, 소가죽, 대나무, 풀잎 줄기 따위로 만든 물품이 없었다고 보기는 힘든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모든 것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다.
그럼에도 우리는 호모사피엔스와는 다른 원시인이 전설 및 신앙과 결부된 세계관을 알고 있었다는 강력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 네안데르탈인은 죽은 사람, 심지어 조산아나 사산아조차도 구덩이를 파서 묻었으며 동과 서로 이어지는 방향을 지켰다. 그보다 앞서 황토에서 얻어낸 염료의 흔적이 무덤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이는 당시 부장 풍습의 일부로 해석된다. 물론 이 흔적은 그동안 회의론자들이 주장한 것처럼 원시인이 옷으로 썼던 동물 가죽이 썩어서 남은 것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네안데르탈인이 무언가를 그린 것만은 분명하다._144~145쪽

신경학의 관점에서 보면 문법과 운동능력 사이에 두뇌 조직상의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훌륭한 근거가 최근 들어 속속 나오고 있다. 이런 연관성은 브로카 영역과 관련해 파킨슨병과 고산병 환자에게서 살펴본 그대로다. 그러나 사람들이 흔히 ‘사고능력’이라고 이해하는 부분에서 이런 연관성은 애매모호하다. 그럼에도 비커턴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이론은 문법과 사고능력이 원칙적으로 동전의 양면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참으로 묘한 일이다. 언어학은 결코 문법과 사고능력이 동전의 양면이라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많은 연구자들은 반대를 강조한다. “인간의 언어 획득 능력은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과 상대적으로 무관하다.” 1967년 언어학과 신경학을 개척한 에릭 렌네버그는 오늘날까지도 언어학자들의 서가를 장식하는 기념비적인 저작 《언어의 생물학적 토대Biological Foundations of Language》에 이렇게 썼다. 그리고 촘스키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문법 지식이라는 자신의 이론을 무엇보다도 모든 인간은 모국어의 문법을 지능의 차이와 상관없이 잘 배운다는 전제 위에 세웠다. 이는 언어의 진화에서 다음을 뜻한다. 초기의 원시인, 그리 특별할 게 없는 지능을 가진 선조, 곧 원숭이에서 인간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호모하빌리스나 호모에르가스테르 역시 이론적으로 본다면 우리처럼 잘 발달한 문법 언어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정반대 결론도 가능하다. 높은 지능을 가진 선조라 할지라도 문법 언어를 전혀 모를 수 있는 것이다. 이로써 우리는 언어 진화와 인류 진화에서 핵심적인 질문과 부딪힌다. 일반적인 지능과 문법능력은 서로 밀접하게 맞물려 있을까, 그렇지 않을까?_166~167쪽

4장 완전히 처음부터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인정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시절에 미국의 신경학자 레이턴과 셰링턴은 너무 큰 소리를 내서 사육사를 견딜 수 없게 만든 침팬지 수컷의 전두엽 아래쪽과 브로카 영역 약간을 잘라내는 실험에 착수했다. 발성에 어떤 변화가 오는지 알아낼 호기로 여긴 모양이다. 침팬지는 이 잔인하고 끔찍한 수술을 이겨내고 살아남았다.
결과는 아주 놀라웠다. 사육사를 낙담하게 만들고 연구자를 경악시킬 만큼 실험동물의 ‘언어’, 곧 발성은 조금도 손상을 입지 않았다. 어쨌거나 예전 못지않게 시끄러웠다(상해를 입은 침팬지의 손동작과 얼굴 표정이 어땠는지 알려주는 자료는 전해지지 않는다)!
연구자들은 원숭이의 발성이 아직 알려지지 않은 다른 두뇌 영역의 조종을 받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실험은 두뇌지도 작성 열기에 불을 붙였다. 1870년 이 문제에서 선구적 역할을 한 사람은 독일의 해부학자이자 인류학자인 프리치와 신경생리학자인 히치히다. 두 사람은 산 채로 두개골을 갈라 드러낸 대뇌피질에 전극으로 몇 군데 자극을 주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다른 반응이 나오는 것을 확인했다. 이들이 실험 대상으로 삼은 것은 개로, 연구의 열기는 나중에 원숭이와 인간에게도 마수를 뻗쳤다. 물론 어느 누구도 과학의 호기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자신의 두개골을 열어 보이려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약물로 치료할 수 없는 심각한 간질병을 앓는 사람에게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마지막 치료 가능성은 발작이 일어나게끔 만드는 두뇌 부위를 절단하는 것이다. 시술에 앞서 해당 부위가 정확히 어디인지, 그것이 어떤 기능을 맡는지, 주변의 다른 부위가 절대 손상을 입으면 안 되는지를 아주 정밀하게 규명한다. 어려서부터 개인이 거치는 성장 과정이 다른 탓에 어떤 두뇌도 다른 사람의 것과 정확히 같을 수는 없다. 그러므로 두뇌지도는 그야말로 대략적인 기준에 불과하다. 이 기준은 모든 경우를 감안하면서 아주 신중하게 개인의 두뇌에 맞춰 다듬어져야 한다._250~251쪽

5장 실마리들이 하나로 모이다

우리는 언어의 발생을 두고 서로 경쟁하며 모순을 일으키는 두 가지 입장과 거듭 마주친다. 하나는 우리가 아는 언어가 호모사피엔스에게 저절로 굴러떨어진 선물이라는 주장이다. 그 시점은 5만 년 전부터 최장 20만 년 전 사이다. 다른 하나는 훨씬 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시점, 곧 200만 년 전이라는 까마득한 옛날에 두 발로 걷기 시작한 최초의 원시인에게서 언어의 시초를 찾아야 한다는 반론이다. 우리는 곧 두 개의 표를 책상 위에 놓고 여기서 살펴본 연구 성과들에 따라 어떤 주장이 더 많은 점수를 얻을 수 있는지 헤아려볼 수 있다. 그렇지만 먼저 여기서 단순한 시점 확인 그 이상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언어란 도대체 무엇인지, 어떻게 생겨났는지, 또 그것이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과 무슨 관련을 가지는지 하는 물음을 둘러싸고 무수히 많은 의견이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주장(호모사피엔스에서 뒤늦게 생겨난 언어)은 언어를 단 한 번의 돌연변이가 빚어낸 우연의 산물로 본다. 이 돌연변이는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아주 특별한 두뇌 구조 변화를 이끌어왔고 인간이 말을 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 돌연변이를 겪은 원시인(우리 인간)은 언어를 사용한다. 이 돌연변이를 겪지 않은 원시인(모든 다른 원시인)은 언어를 사용하지 못한다. 이런 입장을 대변하는 많은 이들은 호모에르가스테르, 호모에렉투스, 호모하이델베르겐시스, 그리고 네안데르탈인이 동물처럼 의사소통을 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같은 입장을 견지한 사람들 중에서 원시인이 단어를 알기는 했지만 문법을 몰라 언어를 사용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꽤 많다. 문법이야말로 동물과 차원을 달리 하는 진짜 인간 언어를 만들어줬다는 견해다. … 두 번째 이론에 따르면 완전히 발달한 언어(문법까지 포함)가 단 한 번의 돌연변이 결과일 리 없다. 오히려 단순한 초기 형태에서 점차 발달해왔다고 봐야 한다. 인류의 언어능력과 문법능력도 마찬가지다. 이는 비언어와 언어 사이에 분명한 경계선을 그을 수 없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가장 오래된 초기 형태일지라도 오늘날의 언어에 있는 중요한 요소를 가졌으며, 이것이 강하게 다듬어지면서 더 많은 요소가 따라붙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언어능력이란 임신과는 달리 그저 약간이거나 좀더 많거나 아주 특별하거나 하는 식의 차이를 드러낼 수 있다.
1번일까, 2번일까? 증거 정황은 오랜 정체를 거쳐 최근에 결정적인 변화를 보였다. 2번에 유리한 쪽으로!_307~3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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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루트 베르거(지은이)

1967년에 태어났다. 대학에서 언어학과 생물학 그리고 터키어, 히브리어, 영어를 전공했다. 인류학 역사를 다룬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유대인의 언어와 풍습을 연구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이후 독일 여러 대학에 출강했다. 현재는 자유 집필가로 활동하며 프랑크푸르트에서 살고 있다.

김희상(옮긴이)

성균관대학교와 같은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독일 뮌헨의 루트비히막시밀리안대학교와 베를린자유대학교에서 헤겔 이후의 계몽주의 철학을 연구했다. 인문학 공부와 유럽 체험을 바탕으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에는 어린이 철학책 《생각의 힘을 키우는 주니어 철학》을 집필했으며, 장 아메리의 또 다른 대표작 《늙어감에 대하여》(2014)를 포함하여, 《미래를 위한 새로운 생각》(2021), 《마음의 법칙》(2022) 등 100여 권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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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들어가는 말 = 5
1장 동물, 인간 그리고 유전자
 근본 물음: 자연인가 문화인가 = 15
  촘스키의 견해
  인간과 피리새
  갓난아기는 천재 프로그래머의 작품?
  뛰어난 학생, 헤매는 연구자
 동물이 말을 배운다면 = 33
  언어 실험실의 개와 동물 인형
  앵무새는 그저 흉내만 내는 걸까?
  원숭이는 인간의 거울
 말하는 원숭이에서 언어 유전자로: FOXP2 유전자의 기묘한 역사 = 60
  유전적 언어장애라는 수수께끼
  숨을 쉬지 못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언어 유전자를 찾아내다!
2장 말하는 유골
 꿀꿀, 쩝쩝: 현대의 음운론과 고대 원시인의 발성기관 = 83
  누가 음운론에 관심을 가질까?
  네안데르탈인의 목구멍을 들여다본 리버먼
  리버먼의 오류
  네안데르탈인의 음색
 강한 신경: 척추의 구멍들은 어떻게 우리가 비약할 수 있게 도왔나 = 105
  호모에르가스테르: 운동은 잘하지만 말은 못했다?
  다시 호모에르가스테르: 그래도 언어 재능은 있었다?
 원시인처럼 듣기: 발성기관이라는 기적으로 원시인의 귀는 무엇을 들었나 = 115
  왜 바이올린은 말을 할 수 없을까?
  어떤 원시 유럽인의 음성 부활
  시간 여행자를 위한 하이델베르크인 전문 가이드
 다시 한 번 FOXP2: 사자, 인간 그리고 새 = 132
3장 정신의 지문
 손에서 입으로: 도구와 예술은 언어의 증표 = 141
  머릿속의 그림 세상
  기술, 동물 그리고 혀 체조
  형태, 기능 그리고 의문부호
 위험을 각오하고 입장할 것: 문법, 능력, 지성, 왜 우리는 되도록 이런 것들을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좋은가 = 166
  모국어를 쓰는 사람은 모두 똑같은 문법능력을 가질까?
  일상에 실용적인 재능
  두뇌의 나머지 부위는 불필요할까?
  언어 혁명의 조건
 단어들의 호수 = 198
  어휘: 단어라는 보물
  분류 방식
  아이들 장난처럼 쉬운 문법
 왜 문법 규칙은 단어이기도 할까: 긴꼬리원숭이가 알려주는 사실 = 212
  주의! 문법!
  긴꼬리원숭이, 인간 그리고 짚신벌레 테스트
 왜 우리는 간단한 것도 복잡하게 만들까 = 223
  남성, 여성, 중성, 된뒤귀뉘취를 비롯한 황당한 것들
  공작과 인간
4장 완전히 처음부터
 원초 단어를 낚아라 = 237
  태초에 "와우!"가 있었나니
  표정과 제스처는 언어?
 지능인가 감정인가 = 250
  수다쟁이 대상피질
  방추 뉴런
  사랑의 전문가 그리고 속임수
  아기와 엄마, 그리고 언어 혁명
  동물적 위계질서, 그리고 잃어버린 고리
  눈빛 교환
  손가락질
 사회적 두뇌 = 291
  크리스마스카드와 회백질세포
  고환은 말을 할까?
  비커턴의 반론
  비정상적인 개코원숭이 무리와 언어의 시초
5장 실마리들이 하나로 모이다
 언어는 언제 생겨났는가: 증거 정황들의 전체적인 조명 = 307
  논란의 대상
  방증
 언어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원시시대의 시나리오 = 316
  어떻게 독수리를 피하며 사자를 약 올렸을까?
  남편은 어떻게 아기를 돌보게 되었나
  성대 곡예
  언제부터 언어인가
 언어는 왜 생겨났을까 = 328
 인간 정신의 보편문법 = 332
  왜 언어는 지금 모습 그대로일까?
  우리는 언어가 낳은 자식이다
감사의 말 = 341
부록 - 계통 나무 정글 가이드: 한눈에 보는 화석 이정표 = 343
참고문헌 = 349
찾아보기 = 3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