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훈 작가의 작품집. 최인훈은 '6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이는 대표작 <광장>이 워낙 각광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최인훈이 평생에 걸쳐 일궈온 문학적 성과 가운데 극히 일부만을 부각하는 수식어다. 최인훈은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이면서 소설, 희곡, 비평에 걸쳐 거대한 사유의 산맥을 형성해온 독창적인 사상가이기도 하다.
고려대에서 역사학을 가르치는 오인영 박사는 최인훈의 사유가 어떤 점에서 독창적인지를 소개하고자 이 책을 기획했다. 이 책은 1부에서 3부까지 단행본으로 나온 작품 가운데 '작가' 최인훈을 넘어 '사상가'로서의 최인훈의 진면모를 보여주는 작품들을 골라 엮고, 마지막 4부에는 2003년 「황해문학」에 발표한 '바다의 편지'를 단행본으로는 최초로 수록했다.
1부 '문명 진화의 길―문명 DNA의 힘과 흠'에는 인류 문명의 역사적 진화 과정에 대한 최인훈 특유의 거시적 접근법과 통찰력이 드러난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2부 '근대 세계의 길―문명 DNA의 빛과 어둠'에는 21세기 현대 문명의 굵직한 문제들, 예컨대 현실사회주의의 몰락, 역사의 종언, 미국의 세계 지배 형태, 현대 문명의 모순 등에 대한 견해가 담긴 글들이 실렸다.
3부 '한국 역사의 길―문명 DNA의 앎과 꿈'에는 '한국의 어제와 오늘'에 관한 역사적 고찰이 담긴 글들과 '우리의 미래와 태도'가 창조적 희망을 꿈꿀 수 있도록 제언하는 글들을 수록하였으며, 4부 '바다의 편지―사고실험으로서의 문학'에는 2003년 발표한 단편소설 '바다의 편지'를 수록했다.
한국 문학사가 불러낸 작가, 최인훈
역사의 길, 인간의 길을 말하다
최인훈은 ‘6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이는 대표작 『광장』이 워낙 각광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최인훈이 평생에 걸쳐 일궈온 문학적 성과 가운데 극히 일부만을 부각하는 수식어다. 최인훈은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이면서 소설, 희곡, 비평에 걸쳐 거대한 사유의 산맥을 형성해온 독창적인 사상가이기도 하다. 고려대에서 역사학을 가르치는 오인영 박사는 최인훈의 사유가 어떤 점에서 독창적인지를 소개하고자 이 책을 기획했다. 이 책은 1부에서 3부까지 단행본으로 나온 작품 가운데 ‘작가’ 최인훈을 넘어 ‘사상가’로서의 최인훈의 진면모를 보여주는 작품들을 골라 엮고, 마지막 4부에는 2003년 『황해문학』에 발표한 「바다의 편지」를 단행본으로는 최초로 수록했다.
최인훈의 소설과 수필에 담긴 비평들은 대개 문학(예술)이란 무엇이며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이끌어낼 목적으로, 대개 역사와 문명, 인간의 존재조건 등을 분석하고 검토한 후에 그것을 자기 대답의 전제와 논거로 활용하는 논지 전개를 구사한다. 그러나 이런 논의 과정에서 최인훈이 구사한 역사와 세계에 대한 분석과 해석은 그 자체로 충분히 독립적인 가치를 지닌다. 이는 최인훈의 문학론이나 예술론의 결론을 위한 참고자료로서만이 아니라 역사에 대한 이론모형으로서 우리 문화를 두텁게 만드는 중요한 ‘사상의 문화재’가 된다. 더구나 그 이론모형은 한국 문화의 바깥에서 수입되거나 이식된 것이 아니라 자생적이고 독자적인 모형이다. 또한 역사의 진화 과정을 문명사적 차원에서 바라보는 거시적 관점을 지니고 있으며, 그런 문명사적 진화 과정에 따라 인간의 의식과 심리에서 일어나게 된 변화, 즉 인류의 내면세계에 대한 정신사적 탐구까지도 아울러 설명하는 종합적인 이론모형이다.
1부 ‘문명 진화의 길―문명 DNA의 힘과 흠’에는 인류 문명의 역사적 진화 과정에 대한 최인훈 특유의 거시적 접근법과 통찰력이 드러난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 글들은 명시적으로는 문학과 예술의 성격과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해 답하는 형태를 취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삶에 대해 어떤 방향감각을 갖추고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하고 있다. “인간에게 문학이란 무엇인가, 하는 ‘문학에 대한 자의식’”은 문인만의 질문이 아니라 “인간이 자신에게 던지는 고유한 자기 질문”이기 때문이다. 이 글들을 통해서 고유한 개체로서의 자신(‘나’)이 문명세계의 보편적 문제들을 인간적으로 해결하는 데 필요한 논거를 습득할 수 있다.
2부 ‘근대 세계의 길―문명 DNA의 빛과 어둠’에는 21세기 현대 문명의 굵직한 문제들, 예컨대 현실사회주의의 몰락, 역사의 종언, 미국의 세계 지배 형태, 현대 문명의 모순 등에 대한 견해가 담긴 글들이 실렸다. 특히 최인훈은 현재 우리가 지닌 역사적 역량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긍정적 판단 위에서 “과거에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내부의 반역자들에게 그것을 횡령당하지 않도록” 현명하게 행동하느냐에 우리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한다.
3부 ‘한국 역사의 길―문명 DNA의 앎과 꿈’에는 ‘한국의 어제와 오늘’에 관한 역사적 고찰이 담긴 글들과 ‘우리의 미래와 태도’가 창조적 희망을 꿈꿀 수 있도록 제언하는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우리의 역사와 오늘의 문제를 보는 최인훈의 기본적 관점은 생물적 동포애나 소박한 민족감정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나’라는 개인은 한국인이면서 근대인이고, 동시에 세계인이며 문명적 존재로서의 정체성의 복합 구성체임을 자각할 때에만 인간다운 삶과 사회를 꿈꾸고 누릴 수 있다는 의식에 근거하고 있다.
4부 ‘바다의 편지―사고실험으로서의 문학’에는 2003년 발표한 단편소설 「바다의 편지」를 수록했다. 이 소설은 지금 현재 최인훈 사유의 지평과 좌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1부에서 3부까지가 최인훈의 거시적이고 역사적인 사고실험 궤적을 차분하게 따라가는 과정이라면 4부 ‘바다의 편지’에서는 그의 사고실험을 추체험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최인훈이 직접 낭독해 CD에 담아 초판에 넣었다. 이는 최인훈이 독자(타자)에게 활자화라는 수단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려는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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