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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 : 그림과 시에 사로잡히다 (Loan 2 times)

Material type
단행본
Personal Author
임희숙
Title Statement
황홀 : 그림과 시에 사로잡히다 / 임희숙 지음
Publication, Distribution, etc
서울 :   스테디북,   2010  
Physical Medium
312 p. : 삽화 ; 22 cm
ISBN
9788989853367
비통제주제어
황홀 , 그림 , 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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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dings Information

No. Location Call Number Accession No. Availability Due Date Make a Reservation Service
No. 1 Location Sejong Academic Information Center/Humanities 2/ Call Number 897.1609 2010z33 Accession No. 151293997 Availability Available Due Date Make a Reservation Service C

Contents information

Book Introduction

조선시대 최고의 화가 20여 명의 그림과 현대 시인의 시 20여 편을 씨줄과 날줄로 엮은 시와 그림 에세이. 첫 번째 제1부를 장식하는 조선 초기의 화가 안견과 현대 시인인 이성복의 시에서부터, 마지막으로 조선 후기 화가인 장승업의 그림과 정진규 시인의 시를 대응시켜, 시로 그림을 읽고 그림으로 시를 읽는 흥미로운 글쓰기를 보여준다.

저자는 우리의 옛 그림과 현대시의 소통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시를 만나서 더 빛나는 그림, 그림을 만나서 더 진하게 울리는 시를 알리고 싶어 했다. 또한 "그림은 말없는 시며, 시는 말하는 그림"이라고 말한 그리스 시인 시모니데스와 "시 안에 그림이 있고 그림 안에 시가 있다"고 한 소동파의 말처럼 시대를 초월하여 시와 그림이 만나는 황홀한 감동을 독자들과 함께 공감하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현대시와 옛 그림은 어떻게 서로 소통하는가?
조선시대 최고의 화가 20여 명의 그림과 현대 시인의 시 20여 편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가는 시와 그림 에세이!!
이 책은 조선시대 화가들의 그림을 통해 그들이 꿈꿔왔던 삶의 열정과 아픔이
녹아 있다. 수백 년 동안의 시간을 다시 거슬러 올라와 현대 시인들의 시에 그 향기가 고스란히 배어 나오게 하는 신비스러운 황홀을 맛보게 한다.

*시인-이성복,이승훈,문태준,오규원,이진명,김명인,오탁번,박형준,김혜순,송찬호,
최승자,장석남,황지우,신경림,양문규,함민복,송재학,정일근,최정례,정진규
*화가-안견,강희안,양팽손,신잠,이불해,이상좌,이경윤,윤정립,김명국,이명욱,
윤두서,최북,정선,심사정,이인상,김홍도,신윤복,김정희,전기,장승업


그림 속의 시, 시 속의 그림

“시 안에 그림이 있고 그림 안에 시가 있다 詩中有畵 畵中有詩”
북송의 시인 소동파가 당나라 시인이자 화가였던 왕유의 그림을 보고 한 말이다.
도서출판 『스테디북』에서, 시와 그림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미술사를 공부하는 시인이 쓴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황홀』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그림 20여 점과 현대 시인의 시 20여 편을 싣고 있다. 이 책의 첫 번째 제1부를 장식하는 조선 초기의 화가 안견과 현대 시인인 이성복의 시에서부터, 마지막으로 조선 후기 화가인 장승업의 그림과 정진규 시인의 시를 대응시켜, 시로 그림을 읽고 그림으로 시를 읽는 흥미로운 글쓰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 책 『황홀』의 제1부 부제목인 첫 장의 <무릉도원으로 가는 사람들>을 읽다보면, 저절로 공감이 가는 단어가 바로 그것이다. 이성복 시인의「높은 나무 흰 꽃들은 등燈을 세우고· 3」의 시적 상황을, 시인은 안평대군의 꿈을 그린 「몽유도원도」를 찾아가는 것으로 읽어낸 저자의 상상력이 놀랍다. 무릉도원을 만나는 황홀한 심정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초기의 그림으로 맨 처음에 등장하는 안견의「몽유도원도」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원경을 만나는 황홀한 감동을 주고도 남는다. 누구나 꿈꾸는 아름다운 그림「몽유도원도」에 이성복의 시「높은 나무 흰 꽃들은 등燈을 세우고· 3」을 대비 시키면서 그림과 시의 절묘한 공감을 얻어내고 있다. 또한 그림과 시적 상황이 너무 흡사하여 화가가 시인인지, 시인이 화가인지 모를 만큼 우리의 정서를 환기시킨다. 저자의 시각에서 본 이성복 시인의 시는 마치 몽유도원을 찾아가며 쓴 시처럼 너무 닮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은 그림의 스토리텔링을, 상징과 절제의 언어예술인 시를 통하여 읽게 하는 새로운 감동을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연분홍과 하얀 꽃잎들이 어울려, 눈처럼 날리는 길 안으로 또 다른 길이 보였다. 길 아래로는 깎아지른 절벽과 우거진 풀숲, 칼을 세운 것처럼 늘어 선 험한 벼랑들, 좁다란 길을 따라 몸을 굽히며 벼랑을 돌아서 구불구불 들어서니, 갑자기 머리가 아찔하도록 확 트인 골짜기가 보이는 것이었다.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 대나무 숲과 복숭아 꽃잎 그리고 바람결에 흔들리는 냇가에 매인 배 한 척…… 그때가 아침이었던가.
그날 아침, 시인은 어느 숲 앞에 와 있었고 거기서 등처럼 환하게 꽃을 매단, 키 큰 나무를 보게 된 것이다. 키 큰 나무들은 솟대처럼 마을로 가는 길을 지키고 있었으리라. 시인이 찾아 헤맨 것은 무엇이었을까. 나무와 나무 사이로 구원처럼 환하게 들어오는 빛이었을까. 아니면 빛이 오는 중심에 꿈처럼 떠 있는 마을이었을까. 그런데 오히려 시인은 묻는다. 여기가 어디냐고. ” -「무릉도원으로 가는 사람들」중에서


시와 그림에 사로잡히다

“그림은 말없는 시며, 시는 말하는 그림” 이라고 그리스 시인 시모니데스가 했던 말이 다시 떠오른다.
이 책의 저자는 “옛 그림을 현대적으로 이해한 것이 아니라며, 시대의 경계를 허물고 예술가들의 삶과 사유를 드러내 보이고 싶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하면, 화가와 시인이 겪은 사회와 가치관은 다르지만, 인간의 근원적인 본성은 같다는 데에서 출발하였다는 의미이다. 결국, 사회의 가치척도나 개개인의 삶의 질은 엄청나게 달라졌지만, 삶의 진정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황홀』의 기획은 시와 그림을 나란히 놓고, 서로를 받아들이게 하는 구체적인 시도였다는 점이 새롭고 독특하다. 고전적인 시와 그림의 만남은 많이 있었지만, 사실상 현대시와 옛 그림을 마주보면서 공감하고 감상을 나눈 적은 없었을 것이다. 이처럼 시로 그림을 읽고, 그림으로 시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그만큼 신선하다.
조선시대의 화가 20여 명의 그림과 현대시인의 시 20여 편을 읽다보면, 자기 자신도 모르게 시와 그림에 사로잡힐 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보면, 시인과 화가가 서로 오버랩 되면서 오백 년 전의 화가가 환생하여 시인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이불해의 그림 「예장소요도曳杖逍遙圖」를 보면서 이진명 시인의 시「청담淸談」을 떠올려 보라. 비가 개인 숲 속에서 지팡이를 끌며 나무를 올려다보는 도인의 모습은 시인의 투명하게 맑은 언어와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림을 보고 있으면 제3의 생명체처럼 꿈틀거리면서 핏줄을 비집고 들어오는 막무가내의 기운이 있다. 다시 숨을 가다듬고 들여다보면, 어느 언덕에 앉아서 멀리 숲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고요함이 온 몸으로 번져온다.
이불해의「예장소요도」는 말 그대로 지팡이를 끌며 산책하는 그림이다. 그림 속에서는 흰옷을 입은 사람이 지팡이를 끌고 있다. 500년 뒤에 한 시인이 수도원 담장을 기웃거리며 순례를 하듯 선인仙人은 뜰을 거닐며 세속을 벗은 자연을 향하여 예배를 한다.
이불해의「예장소요도」는 오백 년 뒤에 올 대한민국의 한 시인을 위하여 미리 그림을 그려놓은 예언처럼 딱 들어맞는다. 이진명이 지닌 시의 창窓은 예장소요의 비 개인 숲을 그대로 비춰주고 있다.
- 「시詩보다 더 시詩적인」 중에서

또한 조선 중기를 살았던 이상좌는 노비출신이었다. 중종임금의 배려로 면천이 되어 화원이 된 그는 평생을 신분의 족쇄를 발목에 차고 살아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후손인 이숭효, 이흥효, 이정이 대를 이어 훌륭한 화가로 이름을 남긴 것이다. 죽어서야 천민으로서의 한恨을 풀었는지 그 누가 알겠는가? 그처럼 출생 신분으로 인한 심적 고통과 울분이 한恨으로 남았을 이상좌의 그림을 보면서, 김명인의 시「붉은 산」을 읽다가 보면, 그의 처절한 삶을 지탱하는 의지와 무한한 인고의 세월을 생각하게 한다,

고갯마루의 소나무는 바람의 속내를 읽어내고 있다. 바람이 어디를 향하는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어떻게 해야 저 바람을 이길 수 있는지, 소나무는 스스로 터득하고 있는 것이다. 저 각진 소나무의 관절들, 튼튼한 뼈마디와 살점들. 그래서 이상좌는 소나무 아래에서 김명인 시인의 「붉은 산」을 읽는다.
“그래, 나도 그 산 가까이에 가 본 적이 있다. 명부전 누각의 풍경소리에 온 밤을 새우며 밤새 고통에 시달린 적도 있었지.”
그림 속 이상좌는 도화서의 화원이 된지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산에 올랐다. 넉넉한 달빛을 받으며 자신이 걸어 온 인생을 돌아본다. 온갖 풍상과 욕망과 고통의 세월들…… 도대체 인생이란 무엇이며 후회가 없는 삶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 「붉은 산, 소나무 아래를 걸어가다」중에서

자신의 고향이 아닌 강화도에 삶의 터전을 잡은 함민복 시인의 시「귀향」은 마치 50대가 된 단원 김홍도가 관직을 버리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 모습을 그린「포의풍류도」와 매우 흡사하게 닮았다. 김홍도의 말년이 그림처럼 소박하고 아름다운 것은 세속의 욕심을 버리고 그림을 그리며 살고자 했던 꿈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김홍도는 관직을 버린 이후, 훨씬 더 아름답고 훌륭한 그림을 남기게 되었다. 김홍도처럼 오십이 다 된 나이의 시인도, 새로운 고향으로 돌아와, 자신이 살아온 길을 돌아보며 시를 쓰고 있다고『황홀』의 저자는 김홍도의 그림「포의풍류도」와 함민복 시인의「귀향」을 대비시키면서 시적 상상력을 발휘한다.

200년 전에 화가 김홍도가 흙으로 지은 집에서 비파를 켜고 그림을 그렸듯이, 200년 후를 살아가는 시인은 바다가 보이는 방안에서 시를 쓰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화가나 시인이나 모두 집은 흙벽으로 되어 있고 종이를 바른 얇은 창이 있어서 그 창으로 세상을 내다본다는 것이며, 그 집은 세상에서 하나뿐인 물렁물렁한 집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물렁물렁한 집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태백의 오지마을로, 둔황의 사막으로, 티벳의 고원으로 여기저기 들쑤시고 찾아다니지만, 그들이 찾는 물렁물렁한 집은 거기에 있을 턱이 없는 것이다.
- 「흙벽에 종이창을 바르고」중에서


시인으로 환생한 화가들의
선비의 삶과 화원의 삶


“그림은 형상 있는 시요, 시는 형상 없는 그림이다 詩是無形畵 畵是有形詩”
곽희와 그의 아들 곽사가 쓴『임천고치林泉高致』의「화의畵意」편에 나오는 말이다
이 책의 저자는 추사 김정희의「세한도」를 보면서 오른쪽에 있는 두 그루의 소나무를 이야기 한다. 마른 먹으로 그린 소나무는 김정희가 처한 사대부의 처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중 늙고 굵은 소나무는 한 마리의 호랑이처럼 화려하고 웅장한 무늬의 껍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엄숙함과 고고함이 나무에 깃들어 있다. 그 곁에 선 젊은 나무는 늙은 소나무의 어깨에 손을 슬쩍 올려놓고 있다. 저자는 젊은 나무가 늙은 나무에게 몸을 기대고, 한편으로는 자신의 체온을 보태면서 따뜻하게 위로하고 있다는 것이다.
1830년 순조 집권 말기에 김정희의 아버지 김노경은 이조, 예조, 공조판서 등 청요직을 지내다가 수차례에 걸친 삼사의 상소에 의해 결국 강진 고금도에 유배되었다. 그 후 김정희는 순조가 승하한 후, 10년 전에 있었던 아버지의 옥사에 연루되어 8년간 제주도에 유배되었다.
사실「세한도」는 제주도에 유배당한 김정희가 자신의 제자 이상적에게 준 그림이다. 이상적은 유배된 스승을 생각하면서, 역관으로 드나들던 중국에서 어렵게 구한 책들을 먼 제주까지 보내주었던 의리 있는 제자였다.
그렇다면 저자의 말대로 두 소나무를 보면서 이상적과 김정희의 관계를 상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공자의『논어』에 나오는 ‘세한연후지 송백지후조歲寒然後知 松栢之後凋’ 즉, 한겨울 추운 날씨가 되어서야 잣나무 소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비로소 알 수 있다는 글이 이 책의 발문으로 써 있어서 김정희가 이상적에게 품었던 고마운 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에서「세한도」와 나란히 놓은 정일근 시인의 시「칼국수」에서는 스승과 제자, 선배와 후배가 따뜻한 몸짓을 나누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장면이 이 시의 행간에 배어나온다. 그런 나눔이 또한 이 추운 계절을 지탱하고 있다고 저자는 믿고 있는 것이다.

후배와 함께 아무렇게나 차려진 시장통에 앉아 말없이 칼국수를 먹는 행위는, 아픔을 나누며 치유하는 하나의 의례라고도 할 수 있다. 칼국수를 먹고 나온 시인과 후배는 시장 한 구석, 나무 곁에 펴놓은 평상에 앉아 소주 한 잔 쯤 나눠 마셨을 것이다. 그러면서 다시 세상을 얻은 것처럼 든든해진 몸뚱이를 기대며 서로를 나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이상적과 같은 제자 덕분에, 오랜 유배 생활을 겪었던 김정희가 자신이 늘 추구했던 사대부의 삶을 살았을 것이다. 또한 자신의 예술혼을 우려내고 정제하여 독특한 추사체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많은 문인들의 귀감이 된 그림「세한도」가 그렇게 탄생된 것이 아니었을까.
-「추운 세상을 지탱하는 칼국수 한 그릇」중에서

또한 송찬호의 시「머리 흰 물 강가에서」에는 강가에서 배를 기다리는 시인이 있다. 강가에는 길게 휘어진 가지를 강물 속에 담그고 있는 버드나무가 있다. 시인은 강물을 빗질하는 늙은 버드나무라고 읽는다. 그 강물은 어디론가 흘러가면서 늘어진 버드나무 가지를 밀고 당기며 나직하게 노래를 부르고 있다.
시인은 버드나무 무릎을 베고 노래를 부르고 싶어 한다. 푸르던 시인의 머리카락도 다 흘러가고…… 그렇다면 지금 강물에 머리를 담근 것은 시인인가, 버드나무인가? 하는 우문을 던지게 된다. 이명욱의「어초문답도」속에 등장하는 어부와 초부처럼 그렇게 늙어가는 게 인생 아닌가, 하는 똑같은 질문을 시와 그림이 동시에 말하고 있는 것이다.

「어초문답도」는 어부와 초부가 만나 이야기 하는 그림이다. 도가적인 삶을 살았던 송나라의 소옹邵雍이 지은 책명인 『어초문대漁樵問對』는 화가들이 화의畵意로 즐겨 삼았던 주제였다. 처음에는 낚시꾼과 나무꾼이 물고기와 사람의 이해관계를 이야기하다가, 땔나무와 물고기로 이야기를 옮기고, 다시 수水와 화火의 관계로까지 발전하면서 본격적인 토론을 전개하는 이야기다.
낚시꾼과 나무꾼으로 그려진 두 사람은, 천지만물 즉 자연의 이치를 알고 있는 초월적인 사람들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래서 두 사람은 지자와 인자를 뜻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서로의 마음을 읽어주는 벗이며 자연을 소요유하는 사람들이다.
나무꾼은 허리춤에 집어넣었던 도끼를 내려놓고 시인의 낚싯대를 쳐다본다. 그러면서 중국 동진東晋의 시인 도연명이 귀거래사를 노래하며 전원으로 돌아간 것을 상기시켜 준다. 도연명이 집 앞에 다섯 그루의 버드나무를 심었다고 하여 그의 호를 오류선생이라고 불렀던 것과, 시인이 오늘 강가의 버드나무 앞에 서 있는 것과 너무나 흡사하다고 그렇게 나에게 위로를 해주는 것이다.
-「어부가 되거나 나무꾼이 되거나」중에서


조선 후기, 정선이 시작한 진경산수의 화풍은 우리 땅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싹트게 했다. 그러나 단원과 혜원을 지나, 추사 김정희 시대에는 문인향이 진한 남종화풍이 화단을 풍미하게 되었다. 그리고 19세기말 장승업은 기존의 여러 화풍을 통합하는 남종화풍의 그림을 그렸고 그의 천재적인 그림 솜씨와 기이한 삶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 그가 그린 ‘고사인물도’ 중 하나인「고사세동도」가 이 책의 말미를 장식한다. 저자는 교묘하게 원로시인 정진규의「상처」라는 시를 대비시켰다. 아끼는 오동나무에 튄 가래침을 닦아내는 예찬의 행위가 시인이 얻은 상처와 같다는 인식에서 출발하는 저자의 생각은 흥미롭기만 하다.
시인이 상상하고 읽어 낸 시와 그림의 스토리텔링은 예상치 못한 상상력으로 승화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 독자는 마음을 열고 천천히 그림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여유가 필요한 것처럼 보인다.

「고사세동도」는 원나라 말기에 살았던 시인이자 화가였던 예찬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 그림이다. 예찬은 성격이 깔끔하고 결벽증이 있어서 집에 손님이 다년 간 뒤에는 손님의 손때가 묻은 곳을 깨끗하게 청소했다고 한다. 그날도 한 손님이 뱉은 가래침이 오동나무에 튀자 심부름하는 아이를 시켜 청소를 하는 광경을 그린 그림이다.
더러운 침이 묻은 오동나무는 예찬에게 있어서 피 흐르는 상처만큼이나 아프게 느껴졌을
것이다. 선비는 오동의 상처를 닦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아무리 봐도 잘생긴 오동 아닌가. 저 스스로 휘어진 목심이며, 피고 싶은 데에 핀 잎사귀들이며, 밤이면 거문고 소리를 내는 유정함이며…… 그래서 밤마다 시인은 수건을 꺼내 자신의 몸을 닦는다. 상처 난 저 나무가 시인의 고갱이, 오동이 아니던가.
날마다 상처를 닦으며 시를 쓰는 시인의 행위는 오동나무에 튀긴 침을 닦는 선비와 동격이지 않고 그 무엇이겠는가?
- 「몸을 닦는 붓과 詩>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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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Introduction

임희숙(지은이)

서울 태생으로 1991년 시인으로 등단하였다. 첫 시집으로 <격포에 비 내리다>를 출간했고,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받아 시집 <나무 안에 잠든 명자씨>를 발간하였다. 명지대학교 대학원에서 한국미술사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그림과 시의 소통이라는 명제를 인문학적으로 알리는 데에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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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목차
1부 무릉도원의 서정 - 선비와 화가의 경계에 서다 = 8
 무릉도원으로 가는 사람들 : 이성복의 시와 안견의「몽유도원도(夢遊桃園圖)」 = 10
 시인의 느린 물 구경 : 이승훈의 시와 강희안의「고사관수도(高士觀水圖)」 = 30
 문 밖에 또 문이 있는 강마을 : 문태준의 시와 양팽손의「산수도(山水圖)」 = 46
 허공에 핀 매화 : 오규원의 시와 신잠의「탐매도(探梅圖)」 = 62
2부 양인(良人)과 천인(賤人)의 시대 - 나는 노비 출신이다 = 76
 시보다 더 시적인 : 이진명의 시와 이불해의「예장소요도(曳杖逍遙圖)」 = 78
 붉은 산 소나무 아래를 걸어가다 : 김명인의 시와 이상좌의「송하보월도(松下步月圖)」 = 92
 이제는 돌아와 거문고를 타는 : 오탁번의 시와 이경윤의「월하탄금도(月下彈琴圖)」 = 108
 하늘에서 내려오는 물줄기 : 박형준의 시와 윤정립의「관폭도(觀瀑圖)」 = 124
3부 화가의 도플갱어 - 내 광기를 잠재워라 = 136
 이탈하는 영혼의 목소리 : 김혜순의 시와 김명국의「달마도(達磨圖)」 = 138
 어부가 되거나 나무꾼이 되거나 : 송찬호의 시와 이명욱의「어초문답도(魚樵問答圖)」 = 152
 미망 혹은 비망의 자화상 : 최승자의 시와 윤두서의「자화상(自畵像)」 = 166
 눈을 찌르는 화가와 가슴을 찌르는 시인 : 장석남의 시와 최북의「공산무인도(空山無人圖)」 = 180
4부 움직이는 진경 - 내 안에 풍경이 있다 = 194
 마음속에 든 지도, 화엄 : 황지우의 시와 정선의「금강전도(金剛全圖)」 = 196
 걸인의 꿈 : 신경림의 시와 심사정의「파교심매도(橋尋梅圖)」 = 210
 몸 속에 키우는 소나무 : 양문규의 시와 이인상의「설송도(雪松圖)」 = 226
5부 초월과 현실 -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 240
 흙벽에 종이창을 바르고 : 함민복의 시와 김홍도의「포의풍류도(布衣風流圖)」 = 242
 연꽃 같은 여인들 : 송재학의 시와 신윤복의「주유청강(舟遊淸江)」 = 256
 추운 세상을 지탱하는 칼국수 : 정일근의 시와 김정희의「세한도(歲寒圖)」 = 270
 눈인지 꽃인지 꿈인지 : 최정례의 시와 전기의「매화초옥도(梅花草屋圖)」 = 288
 몸을 닦는 붓과 詩 : 정진규의 시와 장승업의「고사세동도(高士洗桐圖)」 =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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