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 릴케, 프로이트 그리고 루소의 텍스트 분석을 통해 전통적 의미론과 해석학의 전제들을 해체하는 폴 드 만의 <독서의 알레고리>. '현대의 문학 이론' 시리즈의 42번째 책이다. 일견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독서의 행위가 일종의 '알레고리'적 상황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저자 드 만은 이 책을 통해서 줄곧 논증하고자 한다.
알레고리는 마치 비둘기가 평화의 알레고리이듯 그리고 왕관이 권력의 알레고리이듯, 비둘기와 왕관이라는 기표가 그 자체와는 다른 어떤 것을 지시하는 수사적 표현이다. 그리고 알레고리에서 지시대상과 지시체의 관계는 필연적이기보다는 임의적이고, 자연스럽기보다는 인위적이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독서라는 이해 행위의 완결성보다는 그 내적 모순에 주목한다. 그것은 "스스로부터 소외된 기호"인 알레고리가 그 자체와는 다른 어떤 것을 지시하게 되는 상황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전체 2부로 구성된 이 책의 제1부 '수사학'에서는 릴케, 니체, 프루스트가 주로 거론되고, 제2부 '루소'에서는 루소의 저작들이 집중적인 분석의 대상이 되고 있다.
“너무 빨리 읽거나 너무 느리게 읽으면 아무것도 듣지 못한다” - 파스칼
‘독서 불가능’에 대한 해체주의 사상가 폴 드 만의 테제
니체, 릴케, 프로이트 그리고 루소의 텍스트 분석을 통해 전통적 의미론과 해석학의 전제들을 해체하는 폴 드 만의 『독서의 알레고리』(이창남 옮김)가 문학과지성사에서 ‘현대의 문학 이론’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독서’는 간단히 말해 책을 읽는 행위이다. 좀더 복잡하게 말하자면, 책 속의 기호를 매개로 저자가 말하는 것을 실제 현상의 사태와 연결시키는 작업이다. 이를 통해서 기호의 지시성이 설정되고 이해가 성립한다. 독서는 그런 점에서 일종의 이해의 과정이며, 책을 읽는 행위를 넘어서서 보다 일반적인 의미에서 지시체(기표)와 지시대상 사이의 관계를 설정하는 행위이다. 일견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이러한 독서의 행위가 일종의 ‘알레고리’적 상황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저자 드 만은 이 책을 통해서 줄곧 논증하고자 한다.
알레고리는 마치 비둘기가 평화의 알레고리이듯 그리고 왕관이 권력의 알레고리이듯, 비둘기와 왕관이라는 기표가 그 자체와는 다른 어떤 것을 지시하는 수사적 표현이다. 그리고 알레고리에서 지시대상과 지시체의 관계는 필연적이기보다는 임의적이고, 자연스럽기보다는 인위적이다. 다시 말해 벤야민이 지적하듯 알레고리는 ‘의미하는 것’과 ‘의미되는 것’ 사이에 조화로운 일치를 거부하는 “퉁명스러움”을 내장하고 있는 것. 이 책 『독서의 알레고리』는 그런 점에서 독서라는 이해 행위의 완결성보다는 그 내적 모순에 주목한다. 그것은 “스스로부터 소외된 기호”인 알레고리가 그 자체와는 다른 어떤 것을 지시하게 되는 상황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책의 제목인 ‘독서의 알레고리’는 안정적이고, 필연적인 지시성을 벗어나는 사태로서의 ‘독서’를 의미한다.
이렇듯 완결적인 독서의 불가능성을 의미하는 ‘독서의 알레고리’는 소위 지시성reference 일반의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독서의 행위는 일상화되어 있고, 책을 읽는 행위를 넘어서서 우리 삶 속에 이해와 해석이라는 보다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행위로서 자리하고 있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행위 일반에 대한 이론이다. 좀더 구체적으로는 그러한 행위가 담고 있는 근원적인 지시성의 문제적 상황에 대한 성찰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언어의 불안정한 지시성에 틀지어진 ‘독서’와 ‘삶’에 대한 성찰
이렇듯 ‘독서의 불가능성’을 의미하는 『독서의 알레고리』는 저자 폴 드 만이 생전에 스스로 완결지은 유일한 책으로 알려져 있다. 폴 드 만은 미국 예일학파를 대표하는 학자로, 우리에게 해체비평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비평과 언어에 대한 새로운 이해에 기초한 예일의 주요 문학이론가들은 자기 완결적 작품에 대한 이해와 미학적 완전성이라는 규범적 테두리를 ‘해체’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드 만은 이들 가운데서 특히 탁월한 해체론자로 손꼽히며 1970~80년대를 특징지었던 소위 ‘이론 전쟁’의 한가운데에 있던 인물이다. 물론 드 만은 이 책이 “‘해체’가 불화의 씨가 되기 이전에 쓰였다. 그리고 그 용어는 여기서 논쟁적 의미보다는 기술적인 용어로 쓰였다”라고 밝히고 있다. 본격적으로 해체가 논란이 되기 이전의 저술이지만, 오히려 학술적 의미에서 해체가 어디에서 출발하는지, 무엇을 의미하는지 차분히 검토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다.
예를 들어 이 책 『독서의 알레고리』는 지시성이 지닌 난점들, 말하자면 문자 그대로의 지시가 가능하지 않은 문제를 겨냥하고 있다. 이는 책에 대한 ‘독서’를 넘어서서 삶 자체의 문제에 대한 성찰이 된다. 왜냐하면 삶 자체가 끊임없이 어떤 지시성의 체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독서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드 만에게 독서는 삶의 기초이자 토대이다. 하지만 그 토대는 어떤 견고한 지반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미궁이다. 알레고리는 그러한 미궁이 내장하고 있는 난점을 대변하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독서의 알레고리』는 삶 속에 미궁처럼 얽힌 지시성의 난점을 성찰하는 작업을 보여준다. 특히 이 책이 거대한 지성사의 지적 건축물들에 대한 해체적 작업이 되는 이유는, 그러한 지적 건축이 독서의 지시성이 지닌 난점들을 간과하는 허약한 토대 위에 서 있기 때문이다. 드 만은 그 안정적인 지시성의 외관 속에 흔들리는 주춧돌을 드러내면서 기존의 지성사에서 당연시되어오던 전제들을 해체한다.
드 만의 독서 불가능에 대한 이론은 그동안 무비판적으로 전제되어온 ‘본래의 혹은 고유한 의미’를 일종의 수사적으로 형성된 가상으로 드러내면서 의미론적 수사학에 대한 끊임없는 재독서를 유도하고 있다. 이는 실제로 탈식민주의, 일상의 이론, 페미니즘, 정신분석학 등의 영역에서 드 만과 가까이 혹은 멀리 관계된 여러 학자들의 생산적인 활동을 통해서 가시화되고 있다. 이렇듯 독서 불가능에 대한 폴 드 만의 테제는 기존의 독서를 가능하게 한 의미론적 지시 체계들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창조적인 독서를 위한 활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전체 2부로 구성된 이 책의 제1부 ‘수사학’에서는 릴케, 니체, 프루스트가 주로 거론되고, 제2부 ‘루소’에서는 루소의 저작들이 집중적인 분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책에서 주제화되는 이들 작가와 사상가들은 그 자체 연구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독서에 대한 드 만의 사상을 논증하기 위한 통로가 되고 있는 것. 이들을 우선적으로 독서 일반에 대한 드 만의 이론을 전개하기 위한 계기들로 파악할 때 비로소 책 전체의 통일성과 일관성의 줄기가 드러난다.
『맹목과 통찰』에서부터 『미학적 이데올로기』에 이르기까지 드 만의 저작들 가운데 이 책 『독서의 알레고리』는 저자의 학문적 성취를 드러내는 중간 결산에 해당되며, 초기 문예학에 대한 성찰에서 후기 정치적 이데올로기들에 대한 숙고 사이에서 드 만의 사상적 궤적의 가장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실제로 서술의 치밀함과 지식의 방대함, 안목의 독창성 등의 측면에서 대가다운 면모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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