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의학에서 현대의학까지, 동양의학에서 서양의학까지…… 동서고금에 걸쳐 인류가 걸어온 치유의 여정을 만나다. “환자 중심적인 의료와 우리의 필요에 적합한 의료를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로이 포터와 8명의 저자들은 먼 과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행해온 치유의 전통을 포괄적으로, 편견 없이 들여다 보고자 한다.
전 세계의 다양한 치유전통을 살펴보고, 그들의 공통적 뿌리를 찾고, 서로 다른 치유전통 간에 이루어진 문화교류의 역사를 더듬으면서 어떤 하나의 전통만이 의학을 독점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동양의 전통의학과 서양의 과학적 의학이 인류의 미래를 위해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함으로써 분리보다는 통합의 가능성을 점치는 것이다.
‘그림으로 보는 의학사’라고 할 만큼 풍성한 시각자료들로 지루할 틈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 고전의학서 《황제내경》에 실린 수백 개의 혈자리를 묘사한 그림을 비롯해 평소 접하기 힘들었던 동서양의 고대 의학문헌 속 삽화들을 담아냈을 뿐만 아니라 주요 의학도구들과 수술 장면, 역사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던 동서고금의 치유자들, 다양한 문화권별로 한 시대를 대표했던 치료법과 사회상을 묘사한 그림과 사진들로 가득하다. 다양하고 귀중한 일차 자료들 덕분에 독자들은 역사 속 치유의 현장과 발자취를 한층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동서양의 치유자들은 인간의 몸과 마음을 어떻게 이해해왔는가?
‘치유’라는 프리즘으로 들여다본 놀랍고 흥미로운 세계사!!
치유의 역사를 통해 현대의학의 갈 길을 묻다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모른다면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할지도 알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역사가 중요한 것은 바로 그래서다. 미래에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과거를 조명해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의학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것은 어떤 효용이 있을까? 의학은 오늘날 가장 빠른 속도로 기술적 진보가 이루어지는 분야의 하나이고, 그 속도를 따라잡기조차 버거울 지경이다. 그런 마당에 대부분 용도 폐기된 과거의 의학 이야기를 통해 대체 어떤 미래를 모색할 수 있단 말인가?
《의학:놀라운 치유의 역사》는 “미래에도 서양의학이 주류의학으로서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할 것인가, 또한 그것이 과연 인류에게 최선일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책이다.
책임편집을 맡은 영국의 저명한 역사가 로이 포터는 “우리는 이상한 시대를 살고 있다”고 진단한다. 주요 국가들의 기대수명이 평균 80세에 육박하고, 현대의학은 발전을 거듭해 획기적인 수술과 치료법으로 환자들의 생존율을 높여가는 시대. 이렇듯 모든 객관적 지표상으로 현대인의 건강상태는 과거 어느 시대보다 좋아졌지만, 크고 작은 질병 때문에 현대인들이 병원을 찾는 횟수는 50년 전보다 두 배나 증가했고 이에 따라 의료비 지출은 날로 늘어간다(우리나라만 해도 GDP 대비 국민의료비 비중의 평균증가율(2000~2007년)은 4.7%로 OECD 국가의 평균 2.0%보다 약 두 배 이상 빠르다). 또한 신종플루를 비롯한 팬데믹(대유행병)의 공포는 오히려 커지고 있으며 각종 검사의 남발, 고통스런 부작용을 동반하는 ‘독한 약’들에 대한 두려움, 환자가 되는 순간 한낱 ‘질병의 운반자’로 취급당하는 듯한 비인간적 병원환경 등으로 인해 현대의학에 대한 불만이 늘어가는 것도 사실이다.
로이 포터는 묻는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인들은 “환자 중심적인 의료와 우리의 필요에 적합한 의료를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로이 포터와 8명의 저자들은 먼 과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행해온 치유의 전통을 포괄적으로, 편견 없이 들여다볼 것을 제안하고 있다.
왜 의학의 역사가 아닌 ‘치유의 역사’인가?
이 책은 의학이 과학적으로 진보해온 과정뿐만 아니라 인간의 역사와 문화 속에서의 ‘치유’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왜 ‘치유’인가? 의학은 지식이나 학문의 체계를 의미하지만, 치유라는 단어는 보다 개인적이고 인간적인 기술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과학성’을 기준으로 동서고금의 의학에 등급을 매기는 방식으로 역사를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치유행위’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여러 문화권에서 인간이 행해온 다양한 치유활동의 역사를 폭넓게, 그리고 공평하게 기술하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서양에서는 과학을 바탕으로 하는 서양의학과 동양의 보다 전인주의(holism)적인 전통 사이에 경계선을 긋고 있다. 서양에서는 그러한 전통들을 흔히 대체의학이라고 부르며 서양의학 모델과는 전혀 관계없는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이것이 진실일까? 그 둘은 그렇게 다른 것일까? 그러한 경계선이 언제부터 생겼으며, 서로를 연결할 다리를 놓을 수는 진정 없는 것일까?
《의학:놀라운 치유의 역사》는 전 세계의 다양한 치유전통을 살펴보고, 그들의 공통적 뿌리를 찾고, 서로 다른 치유전통 간에 이루어진 문화교류의 역사를 더듬으면서 어떤 하나의 전통만이 의학을 독점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동양의 전통의학과 서양의 과학적 의학이 인류의 미래를 위해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함으로써 분리보다는 통합의 가능성을 점쳐보려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현대 서양의학을 중심에 놓고 쓰여진 기존의 어떤 의학사 책에서도 볼 수 없었던 풍부하고 균형 잡힌 또 한 권의 세계사를 만나게 된다. 종(縱)으로는 고대 그리스 로마에서 현대에 이르는 서양의학은 물론이고 이슬람, 중국, 인도, 아프리카 등 서양 이외의 치유전통까지 살펴볼 수 있으며, 횡(橫)으로는 대표적인 치유의 수단인 약물학이나 외과술, 정신의학이라는 특정 분야들이 동서양에서 어떻게 이해되고 다뤄져 왔는지도 알 수 있다.
동서고금의 위대한 치유자들, 한자리에 모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치유자’들은 실로 다양한 모습을 띠고 있다. 현대사회에서는 공인된 자격증이 있는 의사와 간호사들로 한정되지만, 역사적으로 치유자들은 다양한 문화에서 다양한 의미로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서양의학 역사를 이끌어온 주요 치유자들은 물론이고 이집트, 그리스, 인도, 중국, 아메리카대륙과 아프리카의 고대 치유전통 속에서 활동했던 이들, 대체의학과 보완의학 분야의 치유자들, 군인과 여성 치유자들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몸과 마음을 보살펴온 수많은 인물들을 이 책을 통해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서양의학 전통의 대표적인 인물들로는 어떠한 질병도 신성하지 않으며 모든 질병은 자연적 원인에서 기인한다고 본 서양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 체액설을 정교화시켜 집대성한 갈레노스, 진단에서 화학적 검사의 중요성을 설파한 파라셀수스, 혈액순환의 비밀을 밝힌 윌리엄 하비, 과학적 해부학을 탄생시킨 베살리우스, 16세기 외과술의 혁명가 앙브루아즈 파레, 집보다 병원에서 수술받는 것이 더 위험하던 시대에 세균 때문에 감염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규명하며 최초로 무균수술을 도입한 조지프 리스터를 비롯해 복부수술, 맹장수술, 담석과 탈장 수술, 혈관수술, 심장수술, 그리고 장기이식술에 이르는 다양한 전문수술법을 발전시키고 성공시킨 수많은 인물들을 소개하고 있다.
다른 문화권에서 활동한 치유자들의 면면은 더욱 흥미롭다. 파라오 조세르(B.C. 2900년경) 밑에서 일했던 의사로 훗날 반신(半神)으로 추앙받은 임호텝, 역병의 정복자이자 전파자로 여겨졌던 아폴로와 아스클레피오스를 비롯한 그리스신화 속의 치유자들, 치료에서 영혼의 역할을 깨닫고 육체와 정신의 조화를 설파하며 인도 치유전통의 철학적 기반을 제공한 고타마 싯다르타, 아유르베다 의학의 기초를 놓은 차라카와 수슈루타, 고대 중국의 전설적인 치유자 황제, 신농에서부터 침술의 대가였던 편작과 관우의 팔을 수술한 것으로 유명한 화타, 그리고 전승으로 내려온 민간요법을 통한 육체적 치료는 물론이고 종교적, 전통적 의식을 통해 공동체의 심리치료를 담당했던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대륙의 샤먼들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치유전승에 깊이와 풍성함을 더해준 다양한 치유자들을 만나볼 수 있다.
그림으로 만나는 역사 속 치유의 현장
488쪽에 달하는 두께 때문에 부담스러워할 필요는 없다. ‘그림으로 보는 의학사’라고 할 만큼 풍성한 시각자료들로 지루할 틈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 고전의학서 《황제내경》에 실린 수백 개의 혈자리를 묘사한 그림을 비롯해 평소 접하기 힘들었던 동서양의 고대 의학문헌 속 삽화들을 담아냈을 뿐만 아니라 주요 의학도구들과 수술 장면, 역사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던 동서고금의 치유자들, 다양한 문화권별로 한 시대를 대표했던 치료법과 사회상을 묘사한 그림과 사진들로 가득하다. 이처럼 다양한 시각자료들과 더불어 치유자들의 일기나 편지 등 당대의 문헌에서 취한 귀중한 일차 자료들 덕분에 독자들은 역사 속 치유의 현장과 발자취를 한층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책 앞머리에 수록된 의학사 연표만 참고해도 오랜 치유의 역사를 일별할 수 있다. 기원전 10,000년부터 20세기 말까지 세계의학, 치료자, 과학, 약초학, 외과학, 정신의학, 세계사로 나누어 시대별 주요 사건과 인물이 정리되어 있다. 이로써 독자들은 제국의 성립과 몰락, 전쟁, 주요 발명 등의 굵직한 세계사적 사건들과 더불어 발전해온 의학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을 것이다.
동서양의 만남을 통해 보다 전인주의적인 의학의 미래를 모색하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은 ‘동서양의 만남’에 할애되어 있다. 지나치게 기술 중심적이며 비인간적이라고 비판받아온 현대 서양의학의 변화를 요구하는 반의료문화 운동의 역사와 최근의 전개를 살펴보고, 끊임없이 안전성과 과학성을 의심받아온 대체의학과 다른 문화권의 전통의학이 서양에서 제도적으로 공인받고 뿌리내리기 위한 움직임과 그 수용현황 등을 짚어본다.
그리고 끝으로 서양의학이 동양에 끼친 영향을 살펴보면서, 특히 공공보건체계가 잘 정립되어 있지 않거나 도농 간의 격차가 큰 제3세계와 개발도상국들에서 병원 중심의 서양식 의료체계가 갖는 한계를 짚어보고 대안을 모색한다. 이는 지역에서 받을 수 있는 치료가 전통의학뿐인 경우에 중요한 문제다. 예컨대 인도에는 40만 명의 아유르베다 치료자와 20만 명의 동종요법가가 존재하고, 말레이시아에서는 2만 명의 보모(bomoh, 말레이시아 샤먼)들이 2,300명의 의사를 수적으로 압도하며, 남아프리카공화국에는 20만 명의 전통의학 치료자와 2만 5,000명의 현대 의사가 공존한다. 이런 지역들에서는 서양의학과 전통의학이 서로 소통하고, 나아가 통합의 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유명한 의사인 루 박사(Dr. Lu)는 이처럼 전통의학과 현대의학을 함께 사용하는 데 따른 이점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것들은 젓가락과 그릇처럼 밥을 먹기 위한 두 가지 방식이다. 때로 젓가락이 더 깊이 들어갈 수 있다. 다른 경우 그릇이 양을 만족시켜준다. 하지만 사실 두 방법 모두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
여러 가지 문제에도 불구하고 치유에 관한 동서양의 접근법을 통합하는 것이 미래의 소비자들에게 보다 이로운 기회를 제공하리라는 것이 이 책의 믿음이다. 그러나 지난 두 세기 동안 주류의학으로 굳건히 자리잡아온 정통 서양의학이 이러한 요구를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까지 수용하게 될지는 좀 더 지켜볼 문제다.
이 책의 특징
▶ 기존의 서양 중심적인 의학사에서 벗어나 다른 주요 문화권의 의학과 치유전통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특히 인도 아유르베다 의학, 음양오행이론에 입각한 중국의학, 나아가서는 아메리카 원주민 의학까지도 포괄하고 있다.
▶ 인류가 축적해온 공동의 유산이라는 관점에서 서양의학과 다른 치유전통에 동등한 지위를 부여하고, 세계사적 차원에서 동서양 의학이 실질적으로 교류해온 역사적 과정을 설명함으로써 의학사를 바라보는 시야의 폭을 넓혀주고 있다.
▶ 기존의 의학사에서는 거의 무시되어온 대체의학에 대해서도 상당한 지면을 할애해 소개하고 있다. 광범위한 약초요법을 비롯하여 동종요법, 아로마요법, 정골요법이나 카이로프랙틱, 나아가 침술과 지압을 포함한 한의학에 이르기까지, 한 사회의 주류의학에 의해 주변화된 치유전통을 ‘보다 인간적인 치료’라는 관점에서 편견 없이 다루고 있다.
▶ 동서양의 고대문헌, 당대의 사회상과 치료법을 묘사한 삽화, 역사적으로 중요한 치유자들의 초상화나 사진 등 풍부한 시각자료를 통해 독자들의 이해를 높이고 흥미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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