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선산의 안강노씨(安康盧氏) 집안에서 태어난 노상추(盧尙樞, 1746-1829)라는 사람은 열일곱살 때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하여 여든네살에 생을 마감하기 이틀 전까지 일기를 남겼다. <68년의 나날들, 조선의 일상사>가 저본으로 삼은 노상추의 일기는 68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일기를 썼다는 것 외에도 가족의 일상을 기록했다는 특징을 가진 자료이다.
그의 일기는 자신 뿐 아니라 3~5대에 이르는 가족구성원과 친족, 이웃과 하인 등을 주인공으로 한 조선후기 한 촌락 구성원들의 생활 및 친교의 기록이며, 관료로서의 일상과 동료들과의 인간관계의 기록이다. 이 책은 노상추를 주인공으로 하여 혼인과 출산, 가족구성과 유지ㆍ운영, 과거급제와 정계 진출, 대를 이은 가계 운영을 주요 내용으로 하면서 몇 대에 걸친 가족의 삶의 궤적을 추적한다.
이 책의 저자는 “68년간의 일기가 주는 다종다기한 내용과 더불어 청년기에서 노년기에 이르는 그의 감정 변화를 따라가다 보면 마치 나 자신이 18ㆍ19세기를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는 서문의 표현처럼 때로는 노상추에 감정이입하기도 하고 때로는 냉정한 관찰자가 되어 그들의 세계관을 주관적ㆍ객관적 시각에서 조명한다.
“제도사와 거시사에 지친 역사적 감수성을 다시, 새롭게 하기 위하여”
조선후기 어느 무반이 68년간 쓴 일기를 통해 역사적으로 가족의 실체를 찾는다
“한 가족의 생애와 일상을 통해 신분제 사회에서 당시인들이 지향하고 추구해온 삶의 방식과 세계관을 직접 체험하는 것”
경상도 선산의 안강노씨(安康盧氏) 집안에서 태어난 노상추(盧尙樞, 1746-1829)라는 사람은 열일곱살 때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하여 여든네살에 생을 마감하기 이틀 전까지 일기를 남겼다. <68년의 나날들, 조선의 일상사>가 저본으로 삼은 노상추의 일기는 68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일기를 썼다는 것 외에도 가족의 일상을 기록했다는 특징을 가진 자료이다. 그의 일기는 자신 뿐 아니라 3~5대에 이르는 가족구성원과 친족, 이웃과 하인 등을 주인공으로 한 조선후기 한 촌락 구성원들의 생활 및 친교의 기록이며, 관료로서의 일상과 동료들과의 인간관계의 기록이다.
이 책은 노상추를 주인공으로 하여 혼인과 출산, 가족구성과 유지ㆍ운영, 과거급제와 정계 진출, 대를 이은 가계 운영을 주요 내용으로 하면서 몇 대에 걸친 가족의 삶의 궤적을 추적한다. 이 책의 저자 문숙자 박사는 “68년간의 일기가 주는 다종다기한 내용과 더불어 청년기에서 노년기에 이르는 그의 감정 변화를 따라가다 보면 마치 나 자신이 18ㆍ19세기를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는 서문의 표현처럼 때로는 노상추에 감정이입하기도 하고 때로는 냉정한 관찰자가 되어 그들의 세계관을 주관적ㆍ객관적 시각에서 조명한다. 따라서 이 책은 특정 주제에 접근하기 위해 관련된 부분을 발췌하는 방식이 아니라 일기 전체를 음미한다는 느낌으로 기술한다. 한 사람의 일기를 통해 그와 그 가족의 생애를 복원하는 작업이다. 개인의 생활일기를 통해 조선 사회 전체를 바라보고자 한다면 과욕일까. 그러나 한 가족의 생애와 일상을 통해 신분제 사회에서 당시인들이 지향하고 추구해온 삶의 방식과 세계관을 직접 체험하는 것, 이것이 이 책이 독자에게 던지는 과제이다. 과연 한국인에게 가족은 무엇일까?
익명에서 역사로, 어느 무부의 기억과 나날
“우리의 어머니의 아버지, 그의 할아버지가 살았을 그 시대에 과연 그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생각했을까, 느꼈을까’.”
이 책은 노상추가 일기를 쓰게 되는 배경에서부터 시작한다. 일기의 주인공을 소개하고 그들의 가족이 탄생하는 모습과 꿈을 가지고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 과정, 생계와 생업, 그들의 사고와 세계관을 개관한 뒤 만년에 모든 활동으로부터 은퇴하여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과정은 일기 주인공의 라이프사이클이지만 현대인의 삶의 방식도 고려한 구성이다. 노상추가 80세를 넘겨 수(壽)한 만큼 그는 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목도해야 했다. 부모는 물론이고 자신의 세 아내와 형제들, 손자와 손부, 그리고 영유아기에 사망한 이름 모를 수많은 가족들까지. 노상추의 일기는 18세기 후반의 향촌사회가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대가를 치렀는지를 보여준다. 일찍 사망한 형을 대신하여 장남 노릇을 하던 젊은 시절 이야기, 어느 날 일등 양반을 포기하고 붓을 꺾고 무예를 익히면서 무과에의 도전기, 무과에 합격한 이후 내직과 변방의 직임을 전전하면서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샘솟는 가족애 등 무수한 굴곡과 사연을 만난다.
이 책은 제도사와 거시사에 지친 역사적 상상력과 감수성을 다시 새롭게 한다. 노상추가 남긴 일기는 자신과 가족의 역사를 복원하는 차원을 넘어 18세기 후반, 그리고 19세기 전반의 조선을 살다간 수많은 익명의 화자를 대변하는 일생이며 역사이다. 일기 속에 등장하는 무수한 인명들은 종횡으로 얽혀 있는 그의 인간관계망을 보여주고 있으며, 시기별 그리고 그의 공간적, 사회적 위치에 따른 변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가족의 탄생, 결혼 제도와 성 풍속도, 가족과 재물의 경계에 서 있는 노비의 존재, 당시 물가 정보, 과거시험 열풍과 관직 생활기 등 당대의 일상사가 마치 벽화처럼 펼쳐진다.
30여년의 관직생활을 보낸 노상추는 66세 때 마지막 관직인 가덕첨사에 몽점되어 떠날 때조차 빚을 내어 빈곤한 행차를 나선다. 14년간 과행(科行)으로 거의 전 재산을 허비한 이에게 과거에 합격하여 얻는 반대급부는 경제적인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노상추가 공명이라 표현한 것은 즉, 사회적 지위를 얻기 위해 경제적 희생을 감수해 온 것이다. 그러나 공명의 대가로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빚에 쫓기고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 손자 혼수품을 마련하기 위해 여기저기 손을 벌려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을 그들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68년의 나날들, 조선의 일상사>는 지금까지 화석처럼 각인되어 있던 역사상을 버리고 그들이 살았던 과거의 시간으로 되돌아가 본다. 우리의 어머니의 아버지, 그의 할아버지가 살았을 그 시대에 과연 그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생각했을까, 느꼈을까’.
무부(武夫)는 비류(鄙類)가 아니다 - 이 책의 독법
일기의 주인공 노상추와 그의 안강노씨 가문은 무반 가문이다. 이 점은 이 일기의 주인공이 조선후기 사회에 대해 가지고 있는 많은 여운을 독자로 하여금 행간을 통해 음미하게 한다. 주인공의 84세 인생은 양반이라는 자부심과 그러나 문관이 아닌 무관이라는 일종의 자격지심으로 점철되어 있다. 이 점은 자신의 인생을 나름의 기준으로 성실하고 원칙에 맞게 이끌어가는 원동력이기도 했다. 관직생활 내내 ‘무부(武夫)는 비류(鄙類)가 아니라는 것’, 즉 ‘무관도 문관에 비해 비천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입증이라도 하듯이 권력에 아부하지 않고 성실하고 곧은 관직자의 자세로 일관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이 조선 사회의 지배계층인 양반임을 한시도 잊지 않고 신분제 상위계층으로서 상천민(常賤民)들을 대하고, 그들과의 경계를 명확히 해 온 것이다. 그의 이러한 신분적, 사회계층적 위치를 인식한다면 생활일기이면서도 일기 전체에서 비장함이 묻어나오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애사, 그들의 삶의 방식, 사고와 세계관을 복원할 수 있다는 새로운 예시- 차별점
지금까지 조선시대 양반들이 남긴 생활일기를 통한 연구는 그들의 혼인, 제사 봉행, 독서와 교육, 선물 수수, 첩살이와 그 소생의 신분 등 특정 주제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 이유는 잘 알려지고 연구된 일기 자료가 10년 내외의 기록이거나 심지어는 2~3년의 짧은 기간 동안 기록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양반의 생활일기 자료는 지금까지는 조선왕조실록이나 양반들의 문집을 통해 밝힐 수 있는 역사적 사실에 실제성과 생생함을 불어넣은 보조적 역할에 그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은 특정 주제에 접근하기 위해 자료를 발췌하는 방식이 아니라 일기 전체를 음미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즉 한 사람의 일기를 통해 그 가족의 생애를 복원하는 작업이다. 이야말로 68년 동안 자신과 가족의 일상을 기록해 온 노상추의 일기가 추구해온 가치를 제대로 구현하는 방식이다. 이 책에서 시도한 생애사의 복원 작업은 몇몇 영웅 중심의 역사, 열려진 인물 중심의 역사 연구가 아니라 모든 인간의 생애와 그들의 삶의 방식, 사고와 세계관을 복원할 수 있다는 하나의 예시가 된다.
자칫 노상추의 일기를 가지고 조선후기 사회와 가족사 전체를 일반화 하고 싶을 수도 있다. 그러나 <치즈와 구더기>나 <몽타이유>가 의미가 있는 것은 그것으로 당시 유럽 사회 전체를 재단하지 않은 점에 있다. 다만 출생, 성장, 혼인, 출산, 사망 등의 과정을 통해 가족의 일원이 되고 그 안에서 성장하며, 다시 가족을 재상산하는 주인공들의 삶을 그들의 입장에서 묘사하고자 한 것이다. 이 책은 조선시대 가족의 의미를 그들의 관점에서 찾아나가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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