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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표류기 (Loan 67 times)

Material type
단행본
Personal Author
허지웅, 1979-
Title Statement
대한민국 표류기 / 허지웅 지음
Publication, Distribution, etc
서울 :   수다,   2009   (2013)  
Physical Medium
319 p. : 천연색삽화 ; 23 cm
ISBN
9788995833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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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Location Call Number Accession No. Availability Due Date Make a Reservation Service
No. 1 Location Main Library/Monographs(4F)/ Call Number 897.47 허지웅 대 Accession No. 111531853 Availability Available Due Date Make a Reservation Service B M
No. 2 Location Main Library/Monographs(4F)/ Call Number 897.47 허지웅 대 Accession No. 111709230 Availability Available Due Date Make a Reservation Service B M
No. 3 Location Main Library/Monographs(4F)/ Call Number 897.47 허지웅 대 Accession No. 111709231 Availability Available Due Date Make a Reservation Service B M
No. 4 Location Sejong Academic Information Center/Humanities 2/ Call Number 897.47 허지웅 대 Accession No. 151275249 Availability Available Due Date Make a Reservation Serv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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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1 Location Main Library/Monographs(4F)/ Call Number 897.47 허지웅 대 Accession No. 111531853 Availability Available Due Date Make a Reservation Service B M
No. 2 Location Main Library/Monographs(4F)/ Call Number 897.47 허지웅 대 Accession No. 111709230 Availability Available Due Date Make a Reservation Service B M
No. 3 Location Main Library/Monographs(4F)/ Call Number 897.47 허지웅 대 Accession No. 111709231 Availability Available Due Date Make a Reservation Service B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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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1 Location Sejong Academic Information Center/Humanities 2/ Call Number 897.47 허지웅 대 Accession No. 151275249 Availability Available Due Date Make a Reservation Service

Contents information

Book Introduction

저자 허지웅은 「필름 2.0」, 「GQ」를 거쳐 현재는 「프리미어」에서 영화에 관해 글을 쓰는 기자 일을 하고 있으며 시사지 객원기자, 라디오 코너 진행을 하는 등 다른 매체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책은 대한민국에서 보통 사람으로 20대를 살아 버텨낸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걸리버 여행기>를 원용한 표지 이미지와 함께 내용도 '작은 사람들의 나라', '큰 사람들의 나라', '하늘을 나는 섬의 나라' 세 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다. '작은 사람들의 나라'는 가장 개인적인 서사를 담아낸 장으로, 저자는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삶의 시공간에 대해 진솔하게 털어놓고 있다.

'큰 사람들의 나라'에서 저자는 개인적 삶에서 나아가 좀 더 멀리 시선을 넓혀나간다. 우리 시대의 정치, 사회, 경제라는 부표를 돌아보며 때로는 냉소적으로 때로는 뜨겁고 격렬하게 발언한다. '하늘을 나는 섬의 나라'에는 저자의 밥벌이이자 주요한 글쓰기의 한 분야로서 영화에 대해 쓴 글들 가운데 가려 뽑아 실었다.

21세기 대한민국을 표류하는 우리들을, 응원합니다

“찌질한 아이돌에서 시대의 아이콘으로”

허지웅은 이 찌질한 '공익적 도시 빈민'의 아이돌이다. (…) 만약 지금의 20대가 부모로부터 정신적이고 또한 물리적으로 독립하면 어떻게 될까? 허지웅이 된다. 물론 허지웅만큼 맛깔나게 글을 쓸 수 있고, 허우대 멀쩡하고, 또 사물을 보는 감각이 있다면 말이다. 애걔? 그게 다야? 그렇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어쨌든 20대 찌질이들의 공익적 도시 빈민의 세계에서, 허지웅은 어쨌든 입에 밥이 들어가고, 또 자신의 이름을 단 글을 발표할 수 있는, 그야말로 열 명이나 있을까 싶은, 그 다음 세대의 리더에 해당한다. _우석훈(경제학자, <88만원 세대> 공동 저자) 발문 중에서

“이 책은 대한민국에서 평범한 20대로 살아 버틴 기록입니다. 시작부터 어리석고 반복적으로 어리석고 꾸준하게도 어리석었던 그 10년 동안 나는 때때로 즐겁고 대개 혼란스러웠습니다.”_‘들어가는 말’ 중에서

<대한민국 표류기>의 저자 허지웅은 1979년 12월생으로 갓 서른이 되었다. 이 책에는 대한민국에서 보통 사람으로 20대를 살아 버텨낸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 허지웅은 <필름 2.0> 를 거쳐 현재는 <프리미어>에서 영화에 관해 글을 쓰는 기자 일을 하고 있으며 시사지 객원기자, 라디오 코너 진행을 하는 등 다른 매체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이러한 다양하고 활발한 활동은 언뜻 동년배가 겪고 있는 ‘청년실업’이라는 암울한 이미지와는 무관하게 ‘잘나가는’ 청년으로 비쳐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책 속으로 들어가 그의 삶을 읽어 내려가다보면 대한민국에서 보통의 20대가 얼마나 고단한 심신으로 살아나가는지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표류기>는 <걸리버 여행기>를 원용한 표지 이미지와 함께 내용도 ‘작은 사람들의 나라’ ‘큰 사람들의 나라’ ‘하늘을 나는 섬의 나라’ 세 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다.

작은 사람들의 나라_대한민국을 표류하는 이십 대의 초상
가장 개인적인 서사를 담아낸 이 장에서 저자는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삶의 시공간에 대해 더없이 진솔하게 털어놓고 있다. 그는 대학에 진학한 이후로 단 한 번도 일을 쉬었던 적이 없었다고 한다. 순전히 자신의 힘으로 학비와 생활비를 벌어야 했기 때문이다.
“나는 하루 세 개의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새벽부터 오전까지 일하고 수업을 듣고 저녁 일을 하고 새벽에는 고시원 총무를 보아야 했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 끔찍했다.”
4년간의 고시원 생활을 마친 후 저자는 반지하 전세방으로 옮겨 간다. 하지만 이러한 이력으로 미루어 눈물겨운 정경을 상상하는 것은 금물이다. 그는 아무에게도 기대지 않고, 누구의 도움 없이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는 가장 독립적인 존재로서 자신을 일구어낸다.
“10만 원짜리 과태료처분통지서(쓰레기 무단 투기)를 받았는데, 봉투에 쓰여 있는 내 이름을 보면서 야릇한 기분이 들었다.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왠지 어른이 됐구나, 라는 생각이다. 나도 내가 우습지만 어쩔 수 없다. 행복하다.”
하지만 저자는 남발된 선거공약의 여파, 뉴타운 개발이라는 이름의 몸살을 다시 한 번 치러내야 했다.
이 장에는 주거 공간의 변천사를 통해 저자가 정신적 물리적 독립을 일궈나가는 모습과 함께 가족, 연인과의 사랑과 결별, 일과 이직 등에 관한 지난 10여 년간의 시간들이 촘촘히 담겨 있다. 쉼 없이 일렁이는 파도와 같은 한 20대의 삶이 독자에게 깊은 공감과 따뜻한 격려를 전해줄 것이다.

큰 사람들의 나라_표류하는 대한민국을 위한 우리의 격려
저자는 개인적 삶에서 나아가 좀 더 멀리 시선을 넓혀나간다. 먼 바다로의 항해에 나선 저자는 우리 시대의 정치, 사회, 경제라는 부표(浮標)를 돌아보며 때로는 냉소적으로 때로는 뜨겁고 격렬하게 발언한다. 나 자신 또는 우리라 불리는 각 개인은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삶의 조건들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들에 대해 지금보다 더 깊은 관심을 갖고 관여하고 격려해야 한다고.
10여 년간 쉼 없이 일해서 돈을 벌고 세금을 내왔던 이 당당한 20대는 책 속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더 이상 평균적인 삶이라는 허상을 좇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나는 이기는 습관이나 저기 저 거대한 우주의 시크릿, 혹은 성공하는 사람들의 몇 가지 습관 따위 몰라도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간단합니다. 조금 덜 부유하고 조금 더 가난하게 사는 거지요. 산속에 들어가서 풀뿌리 캐 먹고 살자는 게 아니고요, 그저 소박하게 남들 다 하는 거 꼭 다 할 필요 없다는 생각으로 살자는 겁니다. 이런 결론에 닿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아마도 20대 전부를 통틀어 이 고민을 푸는 데 쓴 것 같네요. 선택이 어려워서가 아닙니다. 그런 말을 해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다들 부채 위에 아슬아슬 쌓아올린 세상의 빤한 삶으로 어서 들어오시라, 손짓만 했을 뿐이거든요.”

하늘을 나는 섬의 나라_영화, 그 사랑스런 세상 속으로
저자의 밥벌이이자 주요한 글쓰기의 한 분야로서 영화에 대해 쓴 글들 가운데 가려 뽑아 실었다. 허지웅의 영화 비평은 그간의 다른 평론가들의 글과는 좀 다른 문법을 보여준다. 이제까지의 영화 비평은 영화사적 의미와 미학적 영상미 등을 주요 요소로 하는 학문적 경향이 강했다. 반면에 허지웅의 영화 평은 잡지사 영화 기자로서 직분에 충실하게도 관객의 입장을 충분히 배려하여 서사 구조나 감독과 배우들의 역량, 또는 산업적 측면을 조망하여 보여준다. 또한, 관객이 화려한 볼거리들에 가려 혹여 놓치게 될지도 모를 정치적 사회적 맥락까지도 콕 짚어주는 손끝이 결코 범상치 않으며 이를 그려내는 첨예한 구사력은 자칫 문학적이기까지 하다. 이것이 그의 영화 평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그 영화를 ‘꼭 봐야 할 리스트’에 올리게 되는 마력에 빠지는 까닭이다.

블로그 ozzyz.egloos.com 운영자 허지웅
허지웅은 방문자 수가 수백만에 이르는 파워블로그 운영자이다. 그는 블로그에 자신의 가장 사적인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정치, 사회, 경제, 종교적 담론 또는 영화 기자로서 쓴 글까지 부지런하고 열성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그의 글은 대개 냉소적이고 불온하지만 거부하기 힘든 나쁜 남자의 매력처럼 다가온다. 촌철살인의 언어 감각으로 그는 문장과 문장 사이 여백을 충분히 활용하고, 때때로 문장부호를 생략도 불사하는 구어체의 날카롭고 감각적인 글로 유명하다. 블로그 방문자 중에 한 사람은 그의 글에 대해 “적당히 감성적이며 간간이 이성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날카롭고 감각적인 문장은 강한 흡인력으로 한 번 블로그에 들어왔던 이들은 계속 들르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마니아로 만들어버린다. 그가 사회적, 정치적 사안에 대해 조목조목 맥락을 놓치지 않고 짚어내는 매운 손끝으로 빚어낸 맵싸한 글을 읽어가다 보면 허지웅이 가까스로 20대를 넘어섰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된다. 그의 문장이 타고난 재능으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밥벌이에 관련한 노력으로 적확하고 유려해진 것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 문화계의 미래에 허지웅이 어떤 역할을 감당해낼지 즐거운 심정으로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우석훈 교수의 말을 빌린다.
“하여간 고만고만한 이 20대 문화생산자들 중 허지웅이 먼저 스퍼트를 해서, 이렇게 자기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어쨌든 허지웅은 좋은 문체를 가지고 있고, 또 기자 경력으로 인해서 여기저기 누비고 다닌 곳이 많다. 이것이 온전히 20대의 시각인가? 그건 모른다. 이건 허지웅의 눈으로 본, 한국에 대한 스
케치이다.”

<대한민국 표류기>는 저자 허지웅이 대한민국에서 보통의 사람으로 살아 버텨낸 기록이다. 대한민국에서 20대의 삶이 얼마나 고단한 것인지, 보통 사람으로서 삶을 이끌어나간다는 게 하루하루 얼마나 위태로운지……. 20대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을 것이고, 그들에게 오늘의 좌절을 안겨준 기성세대에게 성찰과 반성의 기회가 되어줄 것이다.


책 속으로

문을 열었다. 닫았다. 내가 지금 뭘 본 거지? 고시원 방이 좁은 건 새삼 놀랄 일이 아니다. 한두 평 남짓의 작은 골방에 책상과 의자가 있고, 바닥에 누우려면 의자를 책상 위로 올려야 다리를 온전히 다 뻗을 수 있다는 것쯤,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방 한가운데 거대한 나무뿌리처럼 기둥 하나가 서 있을 거야, 라는 말 따윈 들어본 적이 없다. 여러모로 믿을 수 없는 광경이다. 루크 스카이워커에게 "내가 네 아비다"라고 말해놓고 아차, 싶은 다스 베이더의 심정이다. 여기서 자려면 복부에 구멍을 만들든지,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기둥을 안고 자든지 해야겠다.

주변에서 고시원을 "거기 잠깐 살아봤는데"라며 웃음거리로 소재 삼거나 대단한 고난과 육체적 고통의 기억으로 환기시키면, 그래서 조금 불편하다. 내게 있어 고시원은 그때 그 시절의 뜨거움이 아니다. 그것은 약간의 살 냄새가 더해진 삶의 풍경이자, 지금 딛고 서 있는 현실의 연장선이다.

고시원으로 부러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없다. 하지만 그때만큼 살고 있는 공간의 모든 걸 이해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어른이 된다는 건, 어쩌면 주변 세계를 향한 애정을 조금씩 잃어가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서른인데, 변한 게 없다. 내가 어렸을 때 흠모해 마지않았던 그 거대한 서른은, ‘서른 즈음에’ 가사 속의 타자화된 그 서른은, 혹은 눈앞에 모든 걸 이룬 듯 여유로워 보였던 그 서른은 온데간데없다. 그 사람들이 괜히 내 앞에서 폼 잡았던 걸까?

역에서 집까지 가는 길 내내 왜 또 반지하냐 재킷은 왜 그리 짧냐 아이고 잔소리 잔소리. 기어이 짜증을 부렸다. 엄마가 뭘 해줬다고! 불쌍한 엄마는 발길을 돌렸다. 참 못난 입이고 말이다. 가족은 가족에게 폭력적이다. (…) 그 길 위에서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광장에서 엄마를 만났다. 전경버스를 잡아 끌어낸 직후, 교보빌딩 맞은 편 커피빈 앞에서였다. 목장갑 손으로 빗물 닦고 씩씩대는데 누군가 길 가는 내 팔을 덥석 잡아 쥔다. 엄마야 놀래라. 맙소사 엄마입니까. 네 엄마입니다. 내 눈앞에 선 엄마는 초현실적인 엄마였다. 당황스럽다.

유지태가 그랬던가.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어리광 부리지 마라, 바보 같은 놈. 사랑은 변한다. (…) 사랑이 변하는 게 싫다면, 나부터 변해야 한다. 우선 '나'라는 개인과 연인이라는 역할을 분리해서 생각해라. 역할을 객관화시켜라. 그럼 역할에 충실할 수 있다. 공공연한 폭력의 최전선은 전쟁터가 아니라 가정과 연인 관계다.

서른을 넘기면 결혼을 해야 하고, 결혼을 하면 뭔가를 담보 삼아 얼마간의 빚을 짊어져야 하고, 또 그걸 지겹도록 갚아 나가야 한다. 빚으로는 차를 사고 집을 사고 펀드를 사고 알량한 재테크를 해야 한다. 그리고 새끼를 낳아야 한다. 이제는 가족의 생계를 건사해내야만 한다. 그리고 내가 여태 밟아온 단계들의 고단한 무게감을 끝내, 새끼의 삶에 전수해내야 한다.

이 보편성의 연장선 위에 스스로를 위탁하는 일은 사실 너무나 빤하게도, 어리석어 보인다. 아주 편하게 말하자면, 이건 “그렇게 악착같이 살아서 결혼하고 집 사고 애 놓고 뼈 빠지게 부양하며 빚 갚다가 조금 살 만해지면 불륜을 저지르거나 암 걸려 뒈지는” 삶의 한심함에 기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 도대체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데? 다만 한 줌의 행복을 기대하고 뛰어들 것인데, 확률로 따지자면 불편부당한 게임이다. 왜 우리는 스스로를 가루만 남을 때까지 착취하다가 죽어 넘어져야 하는가.

뭐가 되고 싶으냐. 누군가 묻는다. 당신을 파악하기 위해 흔히 동원되는 질문이다. 이때 나의 정체성이란 지금의 내가 아닌 미래의 확률로서 규정되는 것이다. 우리는 평생에 걸쳐 지금의 나와 다른 무언가가 되고자 노력한다. 개발되고 개선되려 노력한다. 허공 위 어딘가에 닿아 미치려 노력한다. (…) 마침내 꼭 들어맞았을 때 두 손을 번쩍 들어 외친다. 나는 성공적인 인생을 살았다! 과연 그런가. 그렇지 않다. 결국 (당신이 되고 싶었던 ‘무엇’이 평생을 바칠 만큼 가치 있는 것이라 착각하게 만든) 누군가의 사익을 위해 자발적으로 봉사하다 죽어 고꾸라지는 꼴이다.

무엇이 될 것이냐에 관한 문제는 중요한 게 아니다. 아니, 애초 정직하지 못한 화두다. 정작 천착해야 할 문제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객관적으로 온전히 파악해내는 일이다. 질문이 필요하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나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 세상 모든 사람들이 성인을 연기하고 흉내 낼 이유 따윈 없다. 그저 나 자신과 솔직하게, 노골적으로 관계 맺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훨씬 좋아질 것이다. 그것은 결코 실패할 리 없는 혁명이다.

진짜 선진국가는 엘리트의 선택이 아니라 민중의 선거로부터 출발한다. 이때 가장 절실한 건 스스로의 보수 왈 진보 왈 정치 가치관이 아닌 실제 계급 정체성, 즉 주머니 사정을 좇아 투표하는 태도다. 자기 주머니 사정을 진심으로 배려하고 연민하는, 실용적인 투표 자세가 필요하다. 당신은 당신 주머니를 위해 투표하겠나, 혹은 당신 주머니를 착취하는 주머니를 위해 투표해 빤한 세상 악순환에 일조하겠나.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이란 계산된 위악을 부리지 않고 더 많은 돈을 벌기보다 더 많은 행복을 추구하고 인간관계의 정치를 위해 신뢰를 가장하지 않으며(나는 신뢰를 가장하는데 천부적인 소질을 타고난 듯 구토가 쏠리는 인간을 삼십 명 정도 알고 있다) 미래의 무더기보다 현실의 한 줌을 아끼면서 천박한 것을 천박하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갖되 도인이나 성자가 되기보다 장터의 소박한 무뢰배가 되길 소망하는 인종이다. 나는 정말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해야 한다”로 시작해서 “해야 한다”로 끝나는 문제의 글은, 어떻게 하면 창피하지 않게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어린아이의 초조함으로 가득해보였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훗날 내 행동과 글이 일치했는지에 대해 추적하고 검열하고 검증하기 위해서”라는 게 요지였다(이렇게 말하면 마치 수북한 먼지를 이제 막 털어낸, 50년 묵은 원고를 읽어 내려가는 풍경 같아 보이지만, 고작해야 5년도 안 된 글이다). 무튼 마음이 동한 대목은 글의 짜임새나 설득력이 아니라 행간의 공기였다. 이 글을 쓴 당시의 소년은 완성도에 대한 강박이 아니라 건강함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는 실감. 그런 환기가 몇 번이고 가슴을 두드렸다. 되풀이 해 읽으면서 자꾸 거울을 쳐다봤다.

결국 매체와 나 사이의 간극을 좁히지 못해, 더불어 너덜해진 몸도 챙길 겸 생계 일구기를 중지하고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그게 직장을 때려치울 만큼 중요한 문제냐고 묻는다면, 그게 왜 그만큼 중요한 문제가 아닌지를 다시 되묻고 싶다. 그리고 그렇게 안일하게 사는 걸 세상 조금 더 아는 양 말하지 말라고, 다만 조금은 창피해하라고 덧붙여주고 싶다.

대박영화가 나오고 천만 관객 시대가 도래하면서, 무조건 큰 규모의 작품이 한국영화계를 살릴 유일한 대안이라는 식의 공공연한 거짓말이 충무로를 가득 메웠다. 헛배 부른 환상이었다. 영화 산업을 둘러싼 모든 요소들이 대작 위주로 재편됐다. 마케팅 비용부터 스타의 몸값까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 요즘 같아선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이다. 결국 그 부작용으로 현재 한국영화계는 고사 위기에 빠져 있다.

현재의 논란은 적당한 평론가의 생산적인 비평이 부재하기 때문에 벌어진 사태다. 비평 그 자체의 문제에서 비롯된 게 아니다. 선후관계를 명확히 따져야 할 필요가 있다. 이제 영화평론은 작품의 텍스트적 평가만큼이나 시장과 산업, 관객과 영화 사이의 관계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하물며 영화와 영화를 둘러싼 시선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영화를 이용해 ‘나’를 팔아치우려 노력하는 얄팍한 일부 비평가는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요컨대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를 위한 정책 정당을 지지하는 이유는, 그들이 부자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부유함이나 풍요로움 같은 부자의 가치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와 함께 수반돼 연상되는 보수적 언어를 ‘옳은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누가 혹은 어떤 정당이 서민을 대변하고 말고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사람들은 부자를 보며 박탈감을 느끼지 않는다. 성공신화에 매료될 뿐이다. 부와 이익이라는 (그들이 생각하기에) 긍정적 에너지에 박수를 보낼 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무도 20대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물며 20대 스스로도 자기 세대의 이야기를 외면한다. 그들에게 본인들의 세계를 성찰할 여유나 자존감 따위는 남아 있지 않다. 오로지 끝없는 경쟁과 취업 전쟁만이 세계의 전부다. 그걸 그렇게 만든 건 20대 스스로가 아니다. 그런 세계가 주어졌을 뿐이다.

대학 진학과 함께 IMF를 맞았고, 과거와 전혀 다른 환경을 세계의 전부로 경험했으며, 급격한 신자유주의 바람 속에서 무한경쟁의 순환 고리 안으로 떠밀려진 세대는 지금의 20대가 처음이다. 대학 캠퍼스의 잔디밭에 앉아 기타를 치며 혁명과 역사와 민족과 독재를 논하면서 소위 의식이라는 걸 습득하고, 데모를 하거나 술을 마시거나 하면서도 괜찮은 직장에 취직할 수 있었던 과거의 세대와는 경우가 다르다.

앞으로 많은 것이 변할 것이다. 나는 나의 변화가 자연스럽고 창피하지 않은 것이길 바란다. 그러나 대개 사람은 망가져 늙는다. 구리다. 구린 것을 어른스럽다 부른다. 살기에는 너무 타락했고 죽기에는 너무 어리다고 누가.


Information Provided By: : Aladin

Author Introduction

허지웅(지은이)

《필름2.0》과 《프리미어》, 《GQ》에서 기자로 일했다. 에세이 『버티는 삶에 관하여』, 『나의 친애하는 적』, 소설 『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 60~80년대 한국 공포영화를 다룬 『망령의 기억』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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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목차
들어가는 말 = 5
작은 사람들의 나라
 고시원으로부터 온 편지 = 14
 고시원 야간 총무 = 21
 군대에서 치질 걸려 생리대 차고 이별한 이야기 = 27
 회사를 옮겼습니다 = 34
 악마의 기호품 = 37
 타락하겠습니다 = 38
 회사를 그만둡니다 = 40
 강원도 고성 = 42
 가슴이 지구만큼 세대 차이 = 44
 행복하다 = 46
 히메나 간호사 = 48
 연애와 정복욕 = 52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 53
 안녕 = 55
 자살 = 57
 꿈을 꾸었다 = 65
 뉴타운, 서민, 이사 = 68
 안녕, 반지하방 그리고 = 72
 엄마, 생일 = 74
 사랑해요, 현주 씨 = 76
 용의자 = 80
 서른인데 = 82
 반말 = 83
 결혼 = 85
 오토바이를 탔다 = 87
 자전거의 관성 = 89
 자위의 시간 = 92
 노인, 가을 = 94
 난 아직 너무 어리다 = 96
 나와 너의 합리 = 98
 다이나믹 콩콩 세대 = 100
 생산적이라는 세상의 말 = 103
 나의 마초론 = 104
 문신을 했다 = 107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 109
큰 사람들의 나라
 노골리즘 선언ㆍ1 = 112
 노골리즘 선언ㆍ2 = 115
 20대가 사라졌다 = 117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 123
 한국의 보수주의자들은 = 128
 진짜 선진국가는 = 130
 기업의 가족주의 = 132
 취재_최민수는 어떻게 괴물이 되었나 = 134
 개신교는 어떻게 증오의 대상이 되었나 = 145
 예수가 그들을 보면 뭐라 말할까 = 150
 선거를 앞두고 = 158
 가난한 사람들은 왜 부자를 위해 투표하나 = 160
 장준혁과 이명박 = 167
 숭례문, 분노, 꼰대 = 170
 2008년 5월 25일 새벽 청계광장 = 173
 광장 위의 엄마 = 177
 미드나잇 쇠고기 트레인 = 181
 티베트, 중국, 민족주의 = 190
 촛불 광장의〈매트릭스〉 = 193
 영어를 잘하면 정말 부자가 될까 = 197
 그렇게 살면 아이들이 뭐라고 말할 것 같나요? = 203
 뉴라이트, 좌빨 MBC, 외계인 = 206
 광장에 대중문화가 사라졌다 = 210
 진보 간지 = 217
 장원급제 오바마 도령 = 219
 한 해를 보내며 = 221
하늘을 나는 섬의 나라
 엑스 파일, 나는 믿고 싶다 = 224
 한국 배우는 왜 그렇게 방어적일까 = 229
 바야흐로, 평론혐오 시대 = 236
 록키는 어떻게 스탤론을 구원했나 = 242
 다크 나이트, 고담에선 모두가 정의를 원한다 = 256
 비린내, 추격자 = 263
 스피드 레이서, 소년이여 신화가 되어라 = 268
 헐크는 여자가 없어도 울지 않는다 = 272
 미쓰 홍당무, 거울도 안 보는 여자 = 278
 핸콕을 그냥 내버려두면 안 되겠니 = 285
 아마도 악마가, 이 나라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 291
 행복한 가정의 조건, 과속 스캔들 = 297
우리가 정답이라고 부르는 오답이라는 이름의 맺음말 / 허지웅 = 304
허지웅, 찌질한 아이돌에서 시대의 아이콘으로 / 우석훈 = 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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