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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은 아주 어린시절부터 만들어진,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도구라는 관점에서 우리 삶 속에 숨겨져 있는 비밀을 소개하며 그 비밀들이 지켜져야 인간이 존재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책.

지은이는 근친상간, 입양가정, 리얼리티쇼, 상담치료, 장기기증 등 우리의 삶 속에서 언제고 품을 수 있는, 또는 원치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품게 된 비밀을 하나하나 보여주고 그 각각의 비밀이 지켜져야 하는 이유와, 그 비밀이 밝혀졌을 때 나타날 결과에 대해서 가족, 나아가 사회를 중심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지은이는 세상에 공포되었던 수많은 ‘폭로’가 큰 실망과 환상의 상실을 가져왔다고 지적한다. 기만적 의미에서의 환상이 아닌, 우리가 부여하는 의미를 통해서 현실을 초월할 수 있게 해주는 환상을 가져다주는 비밀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비밀은 아주 어린시절부터 만들어진,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도구이다

오늘날, 비밀이라는 단어는 왜 불길한 뉘앙스를 띠게 되었을까? 이 의문은 또 다른 의문으로 이어진다. 왜 비밀은 침묵과 같은 의미, 심지어 인간관계에 있어서의 기능장애와 같은 의미로 여겨지게 되었을까? 또 자신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것이나 모든 것을 말하는 것이 어떻게 말이나 정보의 질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었을까?
사람들은 자신의 내면세계를 희생하더라도 대중이나 가까운 사람, 혹은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말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비밀을 파헤치려는 시도는 점점 더 심해져서 각자의 내면세계를 불필요한 것으로 치부하기에 이르렀고, 그 한계마저 점차 모호해지고 있다.

추격당하는 비밀, 폭로되는 비밀, 비밀들...

감춰져 있는 ‘그것’에 대선 판도가 뒤흔들리는 이 나라에서, 비밀이란 과연 어떤 존재일까?
개인의 사생활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리얼리티쇼의 홍수 속에서, 대중이 생각하는 비밀이란 어떤 것일까?
그 누구도 비밀을 지키려는 개인의 욕망을 존중하지 않는다. 비밀의 폭로는 대중의 생각처럼 민주주의를 보장해줄 수 있는 권리가 될 것인가?
“대중은, 몇몇 소수의 특권을 누리는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알 권리가 있다.”
이것은 맞는 말일까?

비밀을 밝혀야한다고 주장할 때, 우리는 늘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혜택과 이득만을 생각한다. 반면 그 결과 발생할 수 있는 손실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현실은 비밀을 간직하고 있어야 한다. 비밀이 더 많을수록 현실에 대해서 더 많은 환상을 품고 보다 창조적인 표현을 할 수 있다. 현실을 넘어서서 세상 속에서 보이는 것 이상의 다른 것을 굳이 밝혀내려고 애쓰지 마라. 환상은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하고, 비밀은 그러한 환상을 보호해준다. 비밀을 밝히면 우리는 환상을 잃게 되고, 현실에 내재한 폭력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비밀은 우리의 심리 구조와 가장 은밀한 공간의 수호자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서 이 비밀의 정원을 가꾸면서 그것이 아름다워지는 광경을 지켜본다. 비밀은 그 정원을 보호해주는 울타리인 동시에 그 정원 속에 심어 놓은 꽃이다. 얼마나 많은 비밀의 폭로가 단지 그 자신의 폭력성을 퍼뜨리는 데 그쳤는가? 공격적인 솔직함은 때로 너무 많은 대가를 치르게 한다. 비밀이 삶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던 것만큼이나, 수많은 ‘폭로’는 큰 실망과 환상의 상실을 가져왔다. 삶에는 환상이 필요하다. 기만적 의미에서의 환상이 아닌, 우리가 부여하는 의미를 통해서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초월할 수 있게 해주는 환상 말이다. 니체는 말했다. “환상을 꿈꿀 수 있어야만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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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머리말 = 6
1장 꿈꾸는 기술 = 13
2장 환상과 심리 발달 = 23
3장 환상이 없는 아이 = 45
4장 비밀의 깊은 덫: 근친상간 = 57
5장 완벽에 가까운 허구 = 73
6장 사생활 거래 = 87
7장 모든 것을 말하라: 현실의 노예가 되어버린 말 = 97
8장 비밀과 사회: 기증과 포기 = 111
9장 비밀, 사고의 수호자 = 135
10장 숨 막히게 하는 말 = 153
11장 비밀의 실패 = 171
12장 비밀의 비밀 = 199
주 : 참고문헌 = 214